기도는 정말 의미가 없는지요?
본문
질문
기도라는 것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고 타력신앙으로 보아야 하는 건지요? 기도를 열심히 하는 것도 정말 어렵고 힘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계획대로 기도를 마치지 못하곤 하는 것을 봤습니다. 자기 노력으로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저걸 어째서 타력신앙으로 보아야만 하는 건가 싶어요. 기도를 하는 것도 결국은 자기 자신이고 남이 대신해 주는 것도 아니므로 겉모습은 타력이지만 속내용은 역시 자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사람마다 근기가 다르므로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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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기도를 한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불보살님을 바깥으로 찾으며 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고, 자신이 참회하고 노력하기 보다는 의지하는 마음으로 하게 되는데 그건 참다운 공부가 아닙니다. 그리고 공덕이 하나도 없고 이익이 하나도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도리는 참나를 발견해서 깨달아 둘이 아닌 도리를 알고, 자유자재권을 얻어서 나투는 방법까지 체득하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관세음보살이 따로 있고 아미타불이 따로 있다고 바깥으로 끄달리다면 아니 되겠죠.
여러분이 가정에서 살면서 보면 때에 따라 아버지가 되고, 남편이 되고, 아들이 되고, 형이 되고, 또 때에 따라서는 사위가 되고 그러는데, 어떤 위치가 되었을 때 관세음이라 하고, 어떤 위치가 되었을 때 아미타라고 하겠습니까? 나 하나가 필요에 따라 사위도 됐다가 아버지도 됐다가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어떻게 그것을 딱 고정지워 이것만이 나라고 할 수 있습니까? 나라고 할 수 없는 그것이 바로 부처인 것입니다. 내 마음 아닌 내 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터득이 되는 것이지 내 마음 아닌 내 마음을 모르고서야 어찌 터득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어찌 정신세계를 간파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예전에 미국에 갔을 때 어느 분이 이와 같이 묻더군요. “귀신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하구요. 그래서 “당신이 귀신 노릇을 한다면 귀신이 있을 것이고, 당신이 귀신 노릇을 하지 않는다면 귀신은 없을 것입니다”하고 대답해줬죠. 사람이 귀신 짓을 하니까 귀신이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 형상만 보고 복을 빌고, 예수님 고행상만 걸어놓고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면 그것은 기복일 뿐입니다.
기도하는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형상과 내 형상이 둘이 아니요, 그 마음과 내 마음이 둘이 아니며, 그 생명과 내 생명이 둘이 아닌 까닭에 어디에 있건 하나됨은 끊어짐이 없는 것입니다. 믿어도 바로 알고 믿고, 생각을 해도 바른 생각을 하고 바른 행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바깥으로만 찾고 남을 원망하고 자기를 못 믿고 남의 탓으로만 돌린다면 어찌 올바른 종교인이라 하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들은 항상 자기를 다스려 나가면서 어떠한 괴로움이 닥친다해도, 설사 상대로 인해서 망했다할지라도 ‘만약 내가 없다면, 이런 일도 없고 상대도 없지 않은가’ 생각하고, 자기 주처인 한마음 주인공에 맡겨놓고 부드럽게 말해 주고 부드럽게 행동해 준다면 오래지 않아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그러니 싸움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현재 모습을 가지고 나온 자기가, 모습 없는 진짜 자기를 믿는 겁니다, 그게 에너지입니다. 자기 모습 아닌 자기, 진짜 자기를 부처라고 합니다. 이 뜻을 아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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