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에 빠진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요?
본문
질문
스님 법어집인 삶은 고가 아니다에 보면 잘못해서 공에 빠지면 천리 만리 길을 그르치고, 현실에 매달리면 더디어져서 어느 천년에 싹이 틀지 모른다고 하셨는데, 여기서 공에 빠진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 싶습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같은 시대에 사는데도 악행만을 일삼는 사람이 있고 선행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죠. 똑같은 영양제를 먹어도 만약에 독 있는 독사가 먹는다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독이 될 것이며, 약초가 먹는다면 그건 더불어 약초가 되어서 많은 생명들을 살립니다. 칼도 칼 나름입니다. 똑같은 칼이라 해도 의사는 칼을 들어서 사람을 살리지만 강도는 칼을 들어서 사람을 죽입니다. 알고 본다면 한마디도 한 게 없고 한마디도 한 게 없는가 하면 한 생각도 한 것이 없고 행동 하나 한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처음 공부할 때 참자기를 믿는다 해도 중심을 세우지 않고 물질세계에 흔들려서 산다면 그것은 물질세계에 끄달리게 되는 것이고, 나를 발견을 했다하더라도 안에서 시킨다고 해서 시키는 대로 또 행을 한다면 그건 정신계에 끄달리는 것입니다.
남의 것을 훔치고 싶다는 생각이 난다고 남이야 어찌됐건 상관없이 생각 일어나는 대로 움직인다고 합시다. 안의 의식들은 나쁘고 좋고를 모르니 자기가 생각내는 대로 그냥 따라줍니다. 그럴 때 사람에 따라서 악한 마음이 더 강하냐 선한 마음이 더 강하냐 하는 차이가 있겠지요. 그래서 여러분은 똑같은 좋은 시대에서 살면서 즐겁게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괴롭게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야심경에 보면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하지요. 저 언덕을 넘어서야만이 우리들이 자유로워진다는 뜻이죠. 고해의 강을 건너서 만납시다 하는 것과 같죠. 저편 언덕 뒤에는 항상 밝음이 있고 감로수가 있으니 그리 건너가자는 말입니다. 끝없는 밝음이 있기 때문에 컴컴하다는 언어도 붙지 않는 자리라고 말할 수 있겠죠.
우리가 공부할 때 정신계로 들어가라고 하니까 공에 빠져서 물질계는 우습게 생각하는데, 물질계와 정신계가 둘이 아니라면 바로 여러분 자체일 겁니다, 아마. 정신이 빠져도 육신은 송장이 되니 무효고 또 정신계만 있으면 보이지 않아서 무효고, 그러면 어떡해야 옳을까요? 정상체로 만들려면 정신계와 물질계가 혼합이 돼서 중용으로 사셔야 정상적이 아닙니까? 이것을 여러분이 잘 터득해야 합니다. 실생활 속에 도가 있는 것이지 실생활 빼놓고 도가 따로이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부처와 중생이 따로 있는 걸로 알고 정신계와 물질계가 따로 있는 걸로 알고, 부처의 몸과 우리의 몸이 따로 있는 걸로 아시는데 그거는 아닙니다. 부처님의 몸도 내 몸과 같이 생각하고, 부처님의 마음도 내 마음같이 생각하고, 또 부처님의 법도 나의 생활의 법과 같이 생각하라고 했습니다. 아래로 내려가서는 내 아픔이 전체의 아픔인 줄 알고 살라고 했습니다. 모두가 내 몸 아님이 없고 내 부모 아님이 없고 내 자식 아님이 없으니 둘로 나누어서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바로 중용의 길을 걷는 삶임을 알아야 합니다.
- 이전글세상 모든 게 부질없어 보여요. 21.10.25
- 다음글기도는 정말 의미가 없는지요? 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