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게 부질없어 보여요.
본문
질문
세상 모든 것이 부질없으며 무엇 하나 가질 것도 없습니다. 설령 나를 본들 무엇 할 것이며 부처가 된들 뭣하겠습니까? 단지 생명체로 태어난 것이 원망스럽습니다. 업장 아닌 업장에 끄달려서 살다가 이 몸 벗으면 또 다른 연으로 계속 이어져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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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인생은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 고통을 느끼지 않을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다는 것은 부자유하고 그나마도 결국은 죽음이라는, 아무도 원치 않는 완전한 무(無)로 돌아가 버리고 맙니다. 인생이란 길어야 백 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때의 영화도 인생이 끝나는 때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어서 자신에게 닥쳐오는 막막한 허무감에 대해서는 조금도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그럴 때 인간은 누구나 다 고독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자기를 가장 사랑하는 부모, 처자, 친지, 지인(知人)들도 자기를 도울 수가 없습니다.
죽음이란 오직 자기 혼자서 감당해야만 할 짐입니다. 그런데 죽음만이 그런 것도 아닙니다. 죽음으로 대표되는, 삶에 있어서의 온갖 고통과 번뇌도 깊이 생각해 보면 누구든 자기 혼자서 그것을 견디거나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나의 이웃이나 벗들, 가족들이 나의 고통과 번뇌를 덜어 주기도 하고 함께 나누기도 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는 자기 자신의 짐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래서 산다는 것을 고(苦)라고 하셨습니다. 고란 사실 우리가 가장 즐겁고 기뻐하는 그런 때에도 우리에게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부처님뿐만 아니라 역사상 수많은 선지식들이 뼈저리게 느껴온 인생의 밑바탕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그것 때문에 많은 생각을 했고, 여러 가지 가르침들을 남긴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은 인생의 그런 실제 모습을 가장 확실하게 지적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고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제시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직접 깨달아 보여 주셨습니다.
그래서 깨달음을 얻은 삶은 고가 아니라 완전한 자유이고, 영원한 즐거움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생은 고이지만 인생의 목표는 그 고로부터 벗어나 부처를 이루어 완전한 삶을 사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모든 경계를 자기의 중심 자리에 놓아 나가야만 합니다. 아무리 공부한다 해도 세상을 사노라면 힘들고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참된 수행자는 그것을 놓아 버립니다. 바로 그 점이 수행자와 수행자 아닌 사람과의 차이점입니다. 대부분 세상 사람들은 닥쳐오는 경계에 매여서 괴로워합니다. 그렇게 거듭 괴로움을 받습니다. 즉, 경계가 닥치니 괴롭고, 그 경계를 들고 있기 때문에 더 괴로운 것입니다.
그렇지만 마음을 닦아 나가는 수행인은 다릅니다. 왜냐하면 경계란 지난날 어느 땐가 내가 지은 행위의 결과요, 모든 행위에 결과가 따른다는 것은 누구도 어쩔 수 없는 법칙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경계를 무심하게 놓아 버립니다. 이미 닥쳐온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만 그것을 지금 이 순간 놓아 버린다면 곧바로 녹는 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맛 본 분들은 잘 알 것입니다. 그렇게 놓아 나가는 사람은 점점 무심의 경지에 가게 되어 마침내 진리의 세계를 맛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리의 세계를 맛을 보게 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근본에다 일임하고 나는 편안하게 근본만을 의지해서 자유스럽게 살아가라고 하는데도, 어떻게나 이유가 많은지 모두들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내 안의 근본은 잡을 수도 없고, 쥘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것이지만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여여하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일체를 근본에서 이끌어가고 있는데도 맨날 나는 허망하다고 하고, 허무하다고 하면서 근심걱정을 다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는 형편이에요. 이 세상에 걸망 하나 짊어지고 캠핑 나와서 한철 놀다가 가는데 자기가 어떻게 하고 가느냐 하는 것은 여러분들 마음에 달려있는 것인데도 그냥 매사 것을 허무하다고 한다면 안되지요.
내 한생각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모두들 죽으면 그만이라고 그러지만 그게 아닙니다. 그러니 허망하다고만 하지 마시고 자신의 근본에 모든 것을 되맡겨서 어떤 일이든 근본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지극하게 관하시면서 자유스럽게 좀 살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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