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맞는 자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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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이제 스물 다섯살이 되는 청년입니다. 마음공부에 진전이 없을 때마다 ‘주인공!’하며 믿음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무수한 삶 속에 이생에 태어나 벌써 스물 다섯해를 살아 생일을 맞았습니다. 생일에는 어떻게 마음 내어 정진해야 하는 지요? 또 중용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십시오. 진실한 중용이란 어떤 마음입니까? 알음알이로 알고 있습니다만 스님께서 말씀해 주시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스님, 이런 공부 가르쳐 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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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여러분의 스승은 각자 여러분의 마음에 계시다는 거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육신을 낳아준 부모가 있고 또 법의 부모가 내 마음 속에 있으니 그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서는 ‘악착같이 해야지’ 이러지도 말고 ‘안 해야지’ 이러지도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하세요. 그것이 중도이자 중용입니다. 우리는 길에서 나서 길을 걸으면서 또 길로 갑니다. 부처님만 그러신 게 아니라 우리도 그렇게 하고 갑니다. 생각해 보세요, 안 그런가. 부처님과 다른 게 하나도 없어요. 여러분 모두가 부처님들이십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항상 말씀하시기를,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또 우리 육의 부모도 자식과 둘이 아닙니다. 그걸 따져본다면 내 생일이라 할지라도 바로 나를 낳아 주시고 길러서 가르쳐 주신 그 뜻을 기리면서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 촛불 하나라도 켜 드리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로따로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법의 부모와 육의 부모가 둘이 아니게 한마음으로 지극하게 관하면서 촛불을 켠다면, 바깥으로는 형식이 되고 안으로는 정성이 되어 진짜 촛불을 켜는 것이 됩니다. 마음의 촛불 말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은 자신의 생일이 다가왔다고 하면 무엇을 바라는 마음이 먼저 앞서는 것 같습니다. 내 생일이라고 해서 어떻게 내 생일이겠습니까? 부모의 아픔을 밀치고 나온 거죠. 그러니까 내 생일이 돌아오면 먼저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조그만 거라도 맛있는 걸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아버지 어머니, 이것 좀 잡숴 보세요.”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많은 돈을 들이라는 게 아니에요. 부모님의 마음의 은혜를 생각하라는 거죠.
저는 이날까지 생일이 돌아오면 항상 눈물을 흘렸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수없는 생을 살아오는 동안 부모가 되고 자식이 되면서, 낳을 때는 부모가 돼 주고 또 내가 자식이 돼 주고 이렇게 바뀌어서 인연이 되어 돌아가니까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죠. 부모로도 헤아릴 수 없고 자식으로도 헤아릴 수 없죠. 그런데 그렇게 많은 세월 동안 부모님의 배를 아프게 했으니…. 그렇지만 내가 자식이 됐다가 내가 또 그 부모의 부모가 됐다면 역시 또 갚는 거죠. 그러니까 항상 제자리를 딛고 가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의 육을 탄생시켜 준 육의 부모와, 법의 부모의 은혜를 둘이 아니게 갚기 위해서 항상 각자 마음에 진실하게 관하고 놓고 가야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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