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벌레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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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아이가 둘인 아기 엄마입니다. 집이 아파트인데 개미들과 작은 벌레들이 많아서 이리저리 그 벌레들을 많이 없애게 됩니다. 나의 근본과 둘 아닌 주인공 자리에서 나온 생명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죽이게 될 때마다 무척 언짢고 갈등이 심하게 생깁니다. 그렇다고 마냥 방치만 해둘 수도 없습니다. 벌레가 귀에 들어가 응급실로 가기도 하고 음식에도 들어가고 물기도 하기 때문에 생활하다 보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어떻게 마음을 먹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지혜롭고 정정당당한 해결방법을 가르쳐 주시길 바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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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부처님 가르침은 참으로 묘법입니다. 단번에 죄업과 인과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우리가 어쩌다가 새나 벌레를 죽이게 됐다고 할 때, 그 순간 우리의 생각을 근본으로 돌려서 그 생명과 우리가 곧 바로 하나가 된다면 죽은 생명은 찰나에 제도되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얼른 잘 믿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렇다면 어떤 악한 행위를 저지르더라도 한생각만 잘 내면 그만 아니냐고 생각한 나머지 윤리도 없는 사람이 될 것이 아니냐”라고 걱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아닙니다. 누누이 강조하거니와 문제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그 생명과 나의 생명이 하나라는 이치를 뼈저리게 믿는 마음이 먼저 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 연후에 그 생명을 주인공 자리에 되돌려 맡겼을 때 그 살생은 이미 살생이 아닌 것이요, 오히려 제도가 된다는 말입니다.
사실 죄라는 것도 그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죄도 본래는 공한 것입니다. 죄가 있다고 한다면 또 과보가 따르기 마련인 것이 유위법(有爲法)입니다. 자기가 한 행위로부터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며, 선한 행위에는 선한 보답을, 악한 행위에는 악한 과보를 받는다는 것은 진리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유위법을 떠나 저 무한하고 광대한 불법의 진수(眞髓)에 들게 될 때엔 이미 그런 인과응보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에는 콩 심은 데서 콩 나고 팥 심은 데서 팥이 난다는 말도 맞지 않는 얘기가 됩니다. 오히려 그 단계에서는 콩심은 데서 콩이 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오히려 콩심은 데서 팥이 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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