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자식들만을 위해 살았는데...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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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자식들만을 위해 살았는데...

본문

질문

이렇게 많은 세월을 지내오면서 살아왔던 나날을 되돌아 볼 때, 저의 젊음과 노고를 다 바쳐서 오직 자식들만을 위해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자식들에게 귀찮은 대상이 되고 보니 이날까지 살아온 것이 너무나 허무하고 보람이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물론 반평생 넘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면서 아무것도 의지하지 말고 자신을 의지하라는 말씀을 항상 들어왔었고 그렇게 실천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만, 막상 자식들을 의지하고 원망하게 되는 제 모습에 저 자신도 놀랍고 부끄럽습니다. 스님, 어떻게 자식들을 바라봐야 할지요? 크나큰 가르침 바라옵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하고 가는 가를 살펴보면, 어려서 공부할 때는 부모의 말을 따라서 공부를 합니다.  아무 것도 보지 않습니다.  삶에 있어서 인간답게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면서 친구들하고 어울려서 공부하는 데만 쭉 몰입을 하다가 학교를 졸업합니다.  그러나 자기가 하는 공부를 다 터득했다 하더라도 졸업을 해서 사회에 나가면 또 공부를 해야 합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인가 하는 것을 사회에서 공부합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맡은 분야를 공부합니다.  자기가 전자에 공부했던 것을 바탕을 삼아서, 그것을 잘 하려니까 또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허둥지둥 공부를 하고 일을 하다가 보니까 가정이 생겼고, 자식이 생겼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 자식을 의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부부지간도 서로 믿고 살다 보니 늙어서 오십이 넘다 보면 정년퇴직을 하거나 하는데 이렇게 세월을 보내고 나면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됩니다.  자기가 그렇게 생각을 했기 때문에 자기 마음이 ''아하, 나를 받쳤던 서까래가 하나 둘 빠져 달아나가는구나'' 이렇게 느낍니다.  하나 둘 다 빠져서 나중에는 우두커니 그냥 자기 기둥만 서있다고 느끼는 겁니다.

그래서 홀연히 생각을 하니까, ''아하, 내가 빈손 들고 나왔다 빈손 들고 가는 이 마당에 이 기둥 하나 서있는 거마저도 쇠퇴해 가는구나.'' 하고 이제는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게 준비입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떤 사람은 이 도리를 모르니까, "이놈의 자식들아!  너희를 내가 어떻게 낳아서 기르고, 어떻게 가르쳤고, 어떻게 먹여 살렸는데, 너희들이 나를 이렇게 대하느냐!  너희들은 너희 살 궁리만 하고, 나는 한 달에 한 번 보거나 말거나 하는구나" 하고선 아주 노여워하고 노발대발하고 자식이지만 그냥 등지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아 세상살이가 다 그러한 거지.  본래 그러한 거 아닌가?  저 자식들이 나이기 때문에, 바로 나이기 때문에 나는 섭섭할 것도 없고 슬플 것도 없구나.'' 이러고서 그냥 홀연히 그런 생각을 다 내려 놓으면서 정말 여여하게 사는 분들도 계십니다. 

모든 게 우리가 마음 한번 먹기에 달린 건데, 나 괴롭고 자식들 괴롭게 할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왜냐하면 그 자식들은 바로 내 씨가 내 나무를 만든 것이고, 내 나무에서 또 씨를 만들어서 나간 것이기 때문에 바로 나인 것입니다.  부모도 미래의 나인 것입니다.  어느 것 하나 내 아님이 없기 때문에 마음이 그렇게 홀연히 가벼운 것입니다.

''야! 그래, 네가 속 안 썩이고 잘 살고, 네가 잘 하고 사는 것이 바로나한테 갚는 것이구나.  나한테 갚을 것도 없다.  네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잘 하고 살아라'' 이러는 거죠.  그러니 얼마나 마음이 편안하겠습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만날 싸우고 적이 되고 이놈의 자식, 저놈의 자식 하다보면 혼란스러워서 어떻게 복이 들어가겠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그러면 남한테 의존하는 마음도 생기고 하지만 의존하는 마음이 더욱 더 없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의존하는 생각이 있다면 모든 게 비틀어지고, 모든 게 속상하고 내가 해달라는 대로 되지 않으면 ''아이고, 나를 박대하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고, 나는 나대로 더 비참하게 힘이 더 줄어들고 병이 들고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한생각을 얼마나 현명하게 가지고 지혜롭게 대치하느냐에 따라서 나도 자식도 모두가 밝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아시고 모든 것을 둘로 보지 마시고 이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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