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놓고 상대가 놓지 않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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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스님이 말씀하신 인생은 고가 아니다라는 책을 읽고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공부를 하다가 의문나는 게 있어 글을 올립니다. 저는 지난 일들을 모두 놓았다고 생각했고 놓았다는 생각조차 놓았는데 저와 그 상황에 공존했던 다른 이는 그것을 놓지 못하고 그것으로 인해 나와 함께 하는 지금 상황에서 다른 어떤 영향을 끼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놓고 가는 생활선은 외부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만 비우는 것은 아닙니까? 만약 그렇다면 선을 행하고 있는 제 자신과 다른 일반대중들과는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요? 또 가끔 생활속에서 모든 것을 놓고 가다보면 지난 일들을 망각하기도 합니다. 그때 저와 함께 했던 다른 이가 그 상황을 기억해주길 원할 때 대답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합니까? 이렇게 일어나는 일들도 모두 주인공자리에 놓아야 한다는 걸 알지만 간혹 당황스럽습니다. 이러다가 믿음이 줄어드는 것이 아닐까 걱정입니다. 스님의 넓고 큰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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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그렇기 때문에 물리가 터지고 지혜가 생겨야 된다는 얘기지. 네가 학교 갔다가 집에 돌아오려고 걸음을 걸을 때 한발짝 걸어갈 때마다 내가 걸어간다는 생각을 해야 하나, 걸어가지 않는다고 생각을 해야 하나 하고 왔어? 그냥 학교 갔다가 집에 오려고 걸었으면 그대로 그냥 그냥이지, 그것을 일부러 생각을 해서 이거를 놓으랬는데한다면 그건 안되지. 걸어왔든 걸어갔든, 친구와 다투어서 화가 났든, 모든 게 그 자리에서 나온 거니까 그대로 놓으라는 소리야. 하지 말라는 게 아니야. 그대로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 그냥 놓고 돌아가는 거다 이거지. 그러고 나쁜 일을 하고 나쁘게 상대방에게 줄 필요가 없다 이거야.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든 모든 잘못을 남에게 떠다 넘기지 말고 내 탓으로 돌리고, 모두에게 부드럽게 말해 주고 부드러운 행을 해라. 그럼으로써 나쁜 게 다 싹 가시고 화목하게 된다는 거야.
누가 뭐, 잘살지를 말래나, 돈을 벌지 말래나, 사랑하질 말래나, 춤을 추질 말래나, 친구와 놀지 말래나, 누가 하질 말래?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그대로 찰나찰나 화해서 돌아가니까 그게 하면서도 하지 않는 거다 이런 거야. 즉 말하자면 내 몸뚱이 속에 지금 생명들이 다 작용을 하고 가는데 한 귀퉁이에서 작용을 안 해 준다하면 내 몸뚱이가 쓰러져. 그러니까 모두가 같이 작용을 하고 가는 그 자체에서 볼 때에는 내가 화를 냈다, 이런 것도 내가 한 것이 아니야. 그 업식 속에서 나온 거지. 그러니까 ''화를 안나게 하는 것도 너 아니야?'' 하고 돌려 놓으라는 소리지. 어느 것 하나인들 내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야. 그리고 필요할 때 재깍재깍 튀어나와서 일을 하는 데도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고 남들을 리드해서 이끌어 갈 수 있게 하는 것도 당신만이 할 수 있다고 자꾸 관해. 무슨 일을 하든 요량이 있어야 되고 지혜가 있어야 모든 것을 요리해서 맛있게 모두 나눠먹을 수 있을 것 아닌감.
그러니 세상 돌아가는 것이, 모두가 귀합해서 돌아가는 생활이 그대로 여여함이다. 그대로 여여함인데, 함께 돌아가는 걸 모르고 나 하나 개별적인 것이 그냥 사는 건 줄 알기 때문에 모든 문제들이 발생을 하는 거야. 그러니 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좀더 마음의 폭을 넓혀서, 시공이 없이 돌아가는 이치가 바로 우리 생활에서 돌아가는 이치라는 것을 알아야만 둘 아니게 자유스러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거야. 우리가 본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니까.
그래서 마음에 티끌 하나 없이 자유스러워지려면, 나 혼자만 죽어서는 안되고 더불어 함께 죽어서 더불어 함께 나툴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 거야. 우리가 더불어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요량이 생길 수 있도록 가는 거 잡지 말고 오는 거 막지 말라. 닥치는 대로 내가 편안하게 받아들이라는 거야. 믿고 맡기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스스로 모든 것을 하나하나 체득해 나가기를 당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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