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믿고 놓기만 하면 되는지요?
본문
질문
놓는다는 것이 인식을 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까? 어쩌면 인식이니 뭐니 하는 논리는 모두 허구이고 더 나아가서는 이 모든 걸 다 놓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둘이 하나 되는 도리에 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이 있습니까? 그저 놓는 연습, 그리고 믿고 바치는 연습이면 될는지요? 이 질문은 저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지 저의 근원인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 것 같습니다. 전 그저 성내지 않은 얼굴로 부드러운 말 한마디하면서 저 나름대로의 소임에 충실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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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놓고 놓고, 놓지 않음이 없을 때까지 놓으라고 했습니다. 이 마음공부는 길 아닌 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마음의 길이죠. 그런데 나라는 것이 한 알캥이라도 남아있다면 한 발자국이나마 떼어놓을 수가 있겠습니까? 나고 드는 모든 것을 근본에 일임을 하고, 항상 주인의 뜻을 따르는 충직한 시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주인과 시자라는 틈 없는 틈이 열려서, 자(子)가 일을 할 때는 부(父)가 하나가 돼주고, 부가 일을 할 때는 또 자가 하나로 합쳐져서 자유스럽게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오직 믿고 맡길 곳은 근본밖에는 없다는 것을 아시고 진실하게 근본에 모든 것을 맡겨놓으시기를 당부합니다. 사실 알고 본다면 원래 부와 자는 둘이 아니게 돌아가는 것인데도 내가 나라고만 고집을 하기 때문에 나뉘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본래 부와 자는 요만큼의 틈도 없이 돌아가는 것인데 ''내가 살아간다, 내가 공부한다, 내 것이다.'' 라고 고집하고 집착하기 때문에 멈춰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설사 근본과 둘이 아니게 하나로 계합이 됐다 하더라도 또 놓아야만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를 발견하기 전에는 물질로 끄달리는 마음을 내 안으로 다잡아서 놓아야 했지만, 나를 발견하고 나서는 내 마음 안에서 이끄는 것마저도 다시 되놓아야만 하는 것이니까요. 자기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에 사사건건 걸려서 한 발짝도 내디딜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모든 것을 근본에 놓고 자유스럽게 살아가세요. 문 아닌 문을 두드리세요. 그래야 문이 열리든지, 아주 부서지든지 할 것 아닙니까? 열심히 해보세요. 누구 다른 사람 좋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가 발전하는 공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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