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길을 걸을 수 있는지요?
본문
질문
예전에는 부처님 말씀을 모두 글자로만 이해하고 살았는데, 그런 줄도 몰라서 내가 안다는 것에 대해 아상이 높았었습니다. 스님 말씀을 신문지상에서 접하고도 한참을 문자로만 읽고 내가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어떤 정신적 성장도 없이 내 마음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헤매는 걸 보고 내가 하고 가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님의 말씀을 생활에서 정말 적용해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풀려나가고 그 가운데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 맛을 조금이나마 보기 시작하면서 내 인생이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이렇게나마 마음공부를 시작하는 저 같은 사람도 정말 물질과 정신이 둘이 아님을 알고 높은 깨달음의 길을 걸을 수가 있을까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이렇게 해나가려는 분들을 보면 정말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세상 이치가 도라고 생각하시고 정신계와 물질계를 혼합해서 공부하려고 그렇게 노력하니까 말입니다.
요만한 것 하나도 다 지구에 권리가 있고 부처님한테 권리가 있고 부처님 법에 권리가 있습니다. 모두가 공법 아닙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바깥으로 보이게 일을 하니까 바깥으로 모든 걸 생각을 합니다. 내 생명력이 아니라면 바깥이고 안이고 간에 움죽거릴 수가 있을까요? 생명력이라는 그 자체가 바로 불성입니다. 그 생명력이 바로 자기 에너지 주장자요, 불성이요, 바로 자기가 자기를 구하는 이름이죠.
모두들 선을 한다 하면 화두를 받아서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그 자체가 바로 화두예요. 그래서 과거 자기, 현재 자기라고 방편상 말을 했습니다. 현재 자기는 과거 자기를 찾아야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을 보고 듣고 만나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생기죠. 그러니까 그저 주인공이라고 방편으로 씁니다마는 주인이면서 공했으니까 그렇게 말을 하는 겁니다. 그게 제일 친근감이 있거든요.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과거 자기가 현재 자기와 둘이 아닌 줄을 안다면 그때서는 세상 천지가 다 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알게 되면 이 세상 모두를 둘 아니게 할 수 있게 항상 응신으로 화해서 나투어 줍니다. 지장으로 나투어 주고, 관세음으로 나투어 주고, 약사로 나투어 주고, 지신으로 나투어 주고, 용신으로 나투어 주고, 항상 이렇게 찰나찰나 화해서 응해주니까 응신이죠.
그러니 모든 걸 바깥으로 향하지 않고 안으로 놓고 가시면 진짜로 믿는 게 되고, 진짜로 자기 아닌 자기를 맛볼 수 있죠. 그럼으로써 겁나는 것도 없고 두려운 것도 없고, 죽고 사는 것도 상관이 없어요. 생각해보면 불교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마음이 공했다는 도리를 알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알지 못하고, 행하지 못하고 정말 참 보배의 맛은 알지 못하고 가니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릅니다.
내가 생명력이 없다면 이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고 이 세상을 알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거기로 인해서 다 통신이 된다는 것을 알고, 그저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요만한 티끌만큼의 의심도 없이 그대로 안으로 일임해서 맡겨놓고 자유스럽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 이전글딸들이 혼기 놓치고 있어요. 21.10.25
- 다음글결혼은 꼭 해야 하는지요? 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