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을 마무리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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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스님, 올해로 칠십을 넘긴 보살입니다. 생을 정리해야 할 시기가 되고 보니 병들고 쇠약해진 이 몸이 자신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이 몸을 벗을 때 자식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추한 모습 보이지 않으면서 생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관해야 할지 스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법문을 청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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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보이는 세계의 마음이 50%가 있다면 보이지 않는 세계의 마음이 50%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걸 무시해선 안 됩니다. 우리가 산 세상이 반이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 또 반이 있죠. 밤낮이 이렇게 돌아가듯, 살고 죽는 것도 그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불자라면 자기 자부처는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자기의 마음 안에 있다는 걸 우선 알아야 되겠죠.
다가오는 모든 것을 그렇게 그 자부처한테 맡긴다면 불안한 마음도 한결 숙여들 겁니다. 예를 들어서 말하면, 콩깍지가 덜 익었을 때는 뿌리가 성성하도록 하면서 익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콩깍지가 익지 않아서 마르면은 아프고 힘이 들겠죠. 그러니까 그저 모든 걸 주인에게 맡기는 것이 바로 뿌리에 물주는 것과 같습니다. 뿌리에 물을 주면 잎새도, 열매도 싱싱하게 익고, 그렇게 익어서 말라야 톡 건드리기만 해도 탁 떨어지고, 몸뚱인 몸뚱이대로 떨어지고 의식은 의식대로 떨어지지 않습니까? 그래야 보살님이 염려하듯이 자손들 속을 상하게 하지도 않을 것이고 나도 편안하고 자식들도 편안하게 될 수 있겠죠.
아니, 내 몸뚱이한테도 이익을 못 주면서 어찌 공덕이라고 하겠습니까. 주인은 영원한 거고 내 몸뚱이는 한계가 있는 거니까 몸뚱이는 항상 끌려 다니는 시자와 같단 얘깁니다. 그러니까 그 시자를 끌고 다니는 주인에게 항상 그저 ''당신만이 나를 건강하게 끌고 다닐 수 있어!'' 하고 관하고 맡기셔야 됩니다. 옛날에도 그런 얘기가 있었지만 달구지를 치느냐, 소를 치느냐, 하는데 아니, 달구지를 끌고 가는 소를 쳐야 달구지가 가지, 달구지를 치는데 소가 어떻게 갑니까. 그러니 말하자면, 기복으로 건강하게 해주십사고 매달리고 앞날이 어떻게 될까 두려워서 바깥으로 어디든 의지하려는 것은 모두 달구지를 치는 겁니다. 기도를 하고 온통 야단법석들을 하는 것이 진짜 실천하는 데에 소를 치지 못하고 바로 달구지를 치는 격입니다.
세상에는 알고 보면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말씀드린 대로 열심히 실천해서 어떠한 문제가 생기고 애고가 생긴다 하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말고 거기에 맡겨 놓으십시오. 그리고 지켜보십시오. 그럼 알 바가 있을 테니까요. 이 모두가 참 묘한 도립니다. 그것을 정말이지 알고 앞으로 갈 길이든 지금 가는 길이든 염려하지 마시고 깊고 진중한 믿음으로 시작도 끝도 없는 이 마음의 길을 자유스럽게 나아가시기를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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