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과 건강문제에 대하여...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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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과 건강문제에 대하여...

본문

질문

스님, 새해에도 저희들 보살피심에 다함 없는 사랑으로 이끌어 주시기를 감히 청해 봅니다. 스님께 이런 말씀드리게 되어 죄송스럽지만, 나름대로 공부를 한다고 하면서도 나이가 들어가니 한 해 한 해가 몸이 달라지고, 어떤 때는 갑자기 뒷머리가 뻐근하거나 하면 걱정이 덜컥 앞서서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때가 많습니다. 병의 문제는 중생들에게는 참으로 깊고도 큰 일인지라 몸에 대한 집착은 유달리 떨치기가 힘든 듯합니다. 스님께서는 건강을 어떻게 지키고 계시며, 안 좋은 데가 있거나 하시면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내 건강이래야 그냥그냥, 어디가 좀 신통찮으면 아프면 어떻게 해? 그러면 그런 대로 괜찮고 그렇죠. 그저 그럭저럭 그렇게 살아요.

 그런데 나는 이렇게 늙을 때까지도 병이 나서 어디를 가서 어떻게 해 보고 그러지 않았거든요. 왜냐하면 응신이라는 보살이 즉 자긴데, 자기가 자기 모습을 형성시켜 놓고 어떡할 거예요? 자기 모습을 형성시켜 놨으니까 둘이 아닌데, 자기가 몸을 움죽거리고 다니려면 몸으로도 다녀야 되고, 몸 아닌 자기로도 다녀야 되고, 갖은 각색으로 다 움죽거려야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너만이 낫게 할 수 있잖어. 하고 할 때에 그게 결국은 해결이 되는 거죠.

나는 사람들더러도 그러거든요. 어디가 아프다고 하소연을 하고 찾아오면, 당신이 이 마음의 공부를 해서 해결을 보려면 그렇게 하라고 합니다. 아프면, 즉 자기 주인공에다가 그렇게, 너만이 낫게 할 수 있어. 하고 관하면 바로 약사보살이 돼 준다고. 즉 말하자면 일등 가는 의사가 돼 준다고 말해 줍니다. 또, 좋은 데로 못 가면 저 사람 좀 좋은 데로 가게 하는 것도 너뿐이잖아. 이렇게 하면 또 지장보살이 돼 주고 이러니까, 어느 것이든, 어느 이름이든 다 될 수 있고, 이름 아닌 이름도 될 수 있고, 뭐 하나 아니 되는 게 없으니까, 그 이름은 보살이지만 부처님의 도리를 보살들이 다 하잖습니까? 용도대로 말입니다.

예전에 산으로 다니며 공부할 때 말입니다. 가야지 하고 딱 나서서 길을 걷고 있으려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길을 어디까지 걸어야 되는가. 그러다가 어디까지 걸어야 하는 가도 없지. 그러면서 계속 길을 걷는데, 어떤 길인지를 몰라서 발이 딱 묶였는데 어떤 길로 가야 합니까 하고 내면에 물으니 아주 천야만야한 낭떠러지, 천야만야한 산 두메, 길도 아닌 그냥 억새풀이 만장한 그런 곳을 길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이구, 죽으나 사나 거기가 길이라니 가야지. 그러고 반쯤 가다 보니 억새풀에 모두 그어지고 그러니까 찢어져서 피가 나고, 날은 다 저물고 캄캄해지고 그렇게 됐더랬습니다. 그래서 무(無)의 길은 이것밖에 없으니까 그렇지. 그랬죠. 그랬더니 웃음이 나잖아요. 그러구선 아, 길은 천지가 다 길이지만 그 천지가 길이라는 걸 알고 네가 실천할 때, 구태여 날더러 묻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는 겁니다.

우리 사는 것이 어떤 때는 좋고 평탄한 대로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주 억새풀이 빽빽한 소로, 길도 없는 길인 때도 있겠지만 그게 모두가, 깨달으면 한걸음이고 깨닫지 못하면 천리 만리인 거죠. 그래서 나는 그랬습니다. 죽일테면 죽이고 살릴테면 살려라 그거죠. 그래도 나중에 이 스승이 가르쳐준 그 길을 보면, 세상에 이렇게 편한 것을 가지고 그랬다구 허허, 웃음도 짓게 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아둥바둥거리고 악착스럽게 매달려 있는 바로 그 길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내가 이쪽 저쪽의 맛을 다 알기 위해서는 어떤 것도 길 아님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테고, 그러면서도 이 몸뚱이 시자가 건강해야 부처님 심부름도 제대로 할 수 있을 테니 또 그것도 관하시면서, 정말 여러분 생활 속의 모든 것들을 재료로 삼아 부지런히 그 길 아닌 길을 다 열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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