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 이생기심의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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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스님 은혜에 감사 드리며 공부중인 불자입니다. 일전에 스님께 아이와 저 자신의 문제로 문의를 드렸을 때 스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둘 아닌 주인공에 놓고 관하였습니다. 그렇게도 유산을 주장하던 집사람이 스스로 마음을 돌려 지금은 생후 일 개월이 된 건강한 아이를 보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헤매기만 하던 제 자신의 마음이, 혼란한 중에도 항상 관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고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주말에도 시간을 내지 못하여 따로 시간을 갖고 공부하기는 어려워도, 걷거나 앉거나 화장실에 가서도 마음을 관하는 것으로 공부를 대신 합니다. 좋은 글들은 따로 적어 지니고 다니며 틈틈이 열어 봅니다. 얼마 전 5조와 6조 스님의 대화 중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이라는 구절을 접하였는데, 눈물이 날 것 같고 뭔가 아련하긴 한데 답답함만 가득하여 다시 스님께 가르침의 말씀 청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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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마음은 머물지도 않고 지금 돌아가고 있어요, 한마음으로. 쉴 사이 없이 쳇바퀴 돌아가듯 지구도 돌아가고 있는가 하면 당신도 지금 머무는 바 없이 그냥 막 돌아가고 있어요. 고정됨이 없이 그냥 막 돌아가고 있단 말입니다. 짊어지고 온 것도 없고 짊어지고 갈 것도 없이 그냥 그렇게, 그대로 여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머무는 바가 없이 지금 머물고, 머무는 바가 없이 또 머물고 이렇게 하니까 머무는 바가 없이 지금 돌아가고 있잖습니까. 공해서 돌아가니까 머무는 바가 없이 돌아간다고 하죠.
그렇기 때문에 그 도리를 알려면 나부터, 자가 발전소부터 개발하라고 했습니다. 그거부터 알면 날더러 물을 필요도 없이 자기 한 손가락에 우주 삼라대천세계를 꿰뚫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지금 살고 있으면서 행하는 도리가 바로 그 말입니다. 하나도 가질 게 없다는 것을 내 어찌 알았으랴, 또 일체 만법을 들이고 내는 것을 어찌 알았으랴, 내가 참이라는 것을, 참이 있다는 것을 어찌 알았으랴, 모든 것을 내가 구족하게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어찌 알았으랴, 이런 뜻으로써 한데 합쳐진 말입니다.
그래서 마음 내기 이전은 내 마음의 선장이고, 선장으로 섬기고, 마음 내는 것은 바로 중생의 마음이죠. 그러니까 그 마음으로 다스려서 몰록 놓을 수만 있다면, 몰록 놓되 그냥 몰록 놓는 게 아니라 감사하게 놓고, 돌려서 놓고, 구정물을 새물로 만들어서 놓고, 그러니까 그 구정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과정이 있다 이런 말도 경(經)에 많이 나와 있죠. 그러나 나는 그렇게 가르치면 더디니까 아예, 구정물을 맑은 물로 그냥 대치해서 써라, 이겁니다.
그 과정을 다 새삼스럽게 거치고 거쳐서 이렇게 한다면, 언제 우리가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대로 집어먹고, 그대로 맛을 알고, 그대로 행하라 이 소리입니다. 아주 간단한 겁니다. 자기 생각 내기 이전이 자기 뿌리니까요. 그대로 믿고, 양면을 다 거기다 믿고 놓으면 그 가운데서 시원한 샘물이 나올 것입니다. 그 샘물이라는 것은 만법의 근본을 다 행할 수 있는 그런 법이며 또 생활인 것입니다.
‘일체 제불의 마음은 내 한마음이다’라고 선법가에 있죠? 일체 제불의 법이 내 한마음의 법이며 생활이다, 일체 제불의 몸은 일체 중생의 몸이다, 일체 제불의 자비와 사랑은 일체 중생의 자비와 사랑이다. 선행 하는 것도 악행 하는 것도 다 내 한마음에 있다고 노래에 있죠? 그러니까 그것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마시고 모두 생활 속에서 잘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만 확실히 해나가시면 다 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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