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는 어떻게 드는 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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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의 삼보하옵고, 저는 올해 스물 다섯된 대학생입니다. 몇 해전에 잘 아는 형을 통해 불교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불교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 동안 나름대로 공부를 해보려고 이런저런 방법으로 애를 써 왔습니다. 불교라는 것을 조금 맛보고 나서,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루도 놓지 않고 생활해 왔습니다. 그래서 많이 조급해하고 긴장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제게 불교를 알게 해주었던 그 형이 지나가는 말로 ‘이 뭣고만 꾸준히 해 봐라’하는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건 다름 아닌 화두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나서 전 생각날 때마다 의식적으로 ‘이 뭣고’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멋대로 공부를 해도 되는 건지, 그리고 화두는 어떻게 들어야 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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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콩씨를 심었더니 콩은 화해서 없어지고 콩싹으로 화했다는 얘기 많이들 하시는데, 모두들 과거의 콩씨를 자기 안에 놔두고 꼭 다른 데서만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 콩씨가 싹이 돼버렸는데 어디 가서 콩씨를 찾느냐구요. 싹에서 콩이 또 달리는 법인데 어디서 콩을 찾아요? 그거는 백년이 가도 못찾아요. 자기가 싹으로 돼 있고 그 콩이 화해버렸으니까요. 그러니까 그 콩싹이 화한 거를 알고 무조건 그냥 콩씨를 둘 아니게 먹어치워라 이 소리에요. 자기한테 붙어있는 거니까.
그래서 예전에 이런 말을 했죠. 수박을 들고 이게 뭐꼬? 이게 뭐꼬? 하면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하다가 자기 젊은 세월이 다 갔다는 얘기요. 나는 그러지 말고 못났든 잘났든 그냥, 죽으면 죽고 살면 살지 뭐 그렇게 겁이 나서 못 잘라 먹어보느냐는 겁니다. 그냥 먹어치워라 이겁니다. 그냥! 먹어보면은 그 속에 씨도 있는 걸 알게 되고, 수박 속 맛이 어떤 건지도 알게 되고 그럴 거 아니냐 이겁니다. 내가 맛을 보고, 그 씨가 있어서 내가 영원하다는 거를 알게 되고, 그 씨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고, 그 종자로 인해서 수만 수천이 벌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게 뭐꼬? 하고 겉으로 백네날을 가지고 굴려도 그것은 알 수 없어요.
그러기 때문에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그대로 화두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응아! 하면 벌써 이것이 화두라. 그래서 화두를 어느 큰스님께서 주신다 해도 그거를 이름으로 받지 말고 마음으로 받아라, 이름으로 받는다면 만날 들고 돌아다녀야 하고 마음으로 받는다면 그대로 둘이 아니다 이거예요. 자기 내면처와 또 화두를 주신 분의 내면처가 마음은 체가 없기 때문에 둘을 한데 합쳐도 그냥 하나의 주인공이죠. 만불을 갖다가 하나로 넣어도 그것은 일불일 뿐이라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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