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정말 고해인지요?
본문
질문
불교에서 나를 부정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내가 변화해서 너도 되고 그래서 모두 한마음이다 등의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공산주의 이념과 비슷한 것 일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결과적으로 나를 부정하니까 마음은 편한 것 같긴 한데 욕심이 없어져 사회의 발전도 없지 않을까요? 이 세상이 고해입니까? 그냥 살만한 세상이라고 생각도 되는데, 동물의 세계처럼 일부 약육강식이 일어나지만 그것은 우리나라 같은 여건에서 그렇고 선진국에서는 사회발전도 많이 이루어져서 노력하면 다 살만한 세상이 되어있지 않는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삶의 보람은 일을 통하여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회발전을 이룩하고 거기에 대가를 받고 또 여가를 즐기고 그렇게 사는 데 있는 것 아닐까요?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적정하게 일하고 돈벌어서 사랑도 하고 놀기도 하고 병들어서 죽으면 뭐 그렇게 인생에 미련이 있습니까? 고해라는 것은 패배자의 자기변명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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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예전에 부처님께서 최초에 사성제를 설하신 것은 ‘고(苦)’ 하나만 없앴다면, 집(集)도 없고 멸(滅)도 없고 도(道)도 없다는 말씀입니다. 이 도리를 알아야 돼요.
절에 다닌다는 것은 밥을 놓고 떡을 놓고 빌러 다니면서 도깨비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소꿉장난하는 것도 아니에요. 고 덩어리는 이 세상에 사람뿐만 아니라 사생이 다 그렇죠. 사생이다 하면 벌레뿐만 아니라 무정물도 다 들고요. 그러니 그것을 모두 따진다면 헤아릴 수가 없는 거죠. 차원이 있다, 없다 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있다 없다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여러분은 항상 수 억겁 광년을 거쳐서 인간까지 되어 오기에는, 지·수·화·풍이 한데 합쳐서 돌아가니까 거기에서 생명이 생겼고, 그 생명이 생김으로써 수없이 거듭거듭 모습을 바꿔가면서 진화된 거예요. 우리는 그것을 알아야 돼요. 그래서 그렇게 살면서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습과 욕심과 또는 의식 자체에 박혀 있는 거예요, 인과로서. 원수를 졌든, 또 원수가 아니든, 선이든 악이든, 살면서 수 없는 나날을 거듭거듭 해오면서 인연 지은 게 바로 이 몸뚱이입니다.
여러분 몸뚱이 속에 그것이 다 들어있어요. 자기가 지어서 자기가 받아서 인간 한덩어리가 된 겁니다. 이걸 왜 ‘고 덩어리’라고 하는가? 이것이 순간순간 바꿔지면서 병도 나게 하고, 원수를 갚아야지 하는 그 업보로 인연이 된 거는 또 그렇게 인연을 만나 돌아가게 되고요. 거기에서 수없이 돌아가면서 때로는 아프게도 만들고, 때로는 가난하게도 만들고, 때로는 우환이 오게도 만들고, 때로는 웃게도 만들고, 어떤 때에는 싸움을 하게도 만들고, 어떤 때에는 사랑을 하게도 만들고, 선의 인연이 거기에 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렇게도 돌아가고 저렇게도 돌아가고 그러는 원인이 여러분 몸뚱이 속에 수 십억 마리가 지금 모습을 가지고 운행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것이 안에서만 그러냐? 마음은 체가 없습니다. 바깥으로 나오는 겁니다. 연방 털구멍을 통해서 나고 듭니다. 그렇다면 바깥의 일이 될 것도 안되죠. 이게 인과예요, 업보고. 그러면 그것이 보이지 않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직접적으로 전부 나온단 말입니다. 말도 입을 통해서 그 자리에서 나오는 거고, 생각하게 하는 것도 전부 그 자리에서, 또 그놈들이 아니라면 이 육체를 쓰고 있을 수도 없고, 그놈들이 아니라면 부처가 생길 수도 없고…. 참 묘한 거죠. 그래서 그 하나 하나가 나오는 것이 일초 일초를 거듭거듭 돌아가면서 고정됨이 없는 거죠.
그러니 나의 몸뚱이 속에서 그렇게 독 안에 들어도 면할 수 없는, 그러한 인과로서 업이 자꾸 나오는데 거기서 나오는 거를 거기다가 되놔야 한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팔랑개비가 돌아가면서 색깔을 내는 그 자체가, 대에 의존해서 돌아가는 거니까 대에다 놔라 이겁니다. 막대기. 그것을 종합해서 주인공이라고 이름을 한 겁니다. 거기에 다 되놓으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그것을 하도 못 알아듣기 때문에 테이프에 녹음이 돼 있는 데다가 또 다시 녹음을 하면 테이프에 앞서 입력된 것은 없어지는 겁니다. 앞서 넣은 것은 없어지고 새로 넣는 것이 들어가는 거죠. 새로 오는 거를 넣는다면 앞서 넣은 거는 없어지는 거죠. 그러니 연방 그릇은 비면서, 새로운 샘물이 나오는 거 연방 퍼 먹어가면서, 그릇은 항상 비어 있으니 항상 새물이 담기지 않겠느냐 이렇게 비유를 한 겁니다.
그러니 한생각을 잘하면, 오무간 지옥이 무너지고 독사 지옥이 무너지고, 전체가 무너진다 이겁니다. 여러분이 그걸 아신다면 땅을 두드리고 울어도 시원치 않아요. 그리고 일초 일초가 따로 없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이 도리를 가슴 깊이 새겨보신다면, 우리 순간 순간의 살림살이를 어떻게 해 나가야 된다는 걸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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