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입니까?
본문
질문
나는 누구입니까?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갑니까? 인과에 따라 갑니까? 그 인과는 누가 만든 겁니까? 그 인과라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왜 거기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겁니까.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자는 누구입니까. 고전적인 질문이겠죠? 그러면 그렇게 모든 것을 비우게 만드는 것은 누구입니까? 그것을 쳐다보는 자는 누구입니까? 주인공은 누가 만든 것입니까? 그 주인공을 쳐다보는 자는 누구입니까? 가르침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나는 누구인가. 주인공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 것에 대해 항상 얘기해 드리죠. 수박이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작년 수박 씨를 심어서 내가 됐는데 내가 “이게 뭣고?” 할 때는 벌써 그 시대가 지났다는 얘깁니다. 자기라는 수박이 “이게 뭣고?” 하지말고 수박은 그대로 수박이며 수박 속에는 반드시 수박 씨가 있다는 걸 알아라 이겁니다.
그렇듯이 바로 들어가야지 이게 뭔고 하고 10년이고 20년이고 그냥 있으란 말입니까? 난 급해서도 그렇게 못 있어요. 그냥 갈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무조건 수박은 수박 씨가 자기 안에 있다는 걸 믿고 수박 씨는 봄이 오면 심어져서 싹이 나고 열매가 열려서 만 중생을 다 먹이고도 되 남아서 또 먹이고 또 먹이고 해도 끝간데 없이 먹이는 것을 믿고 일체를 자기 주인공에 일임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저 생각으로 주인공이 무엇인가하고 그냥 등한시하고 가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주인공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지도 모르는 분들이 있어요. 그것이 바로 불종자며, 바로 자기 몸과 마음과 모든 행이 종합해서 돌아가기 때문에 ‘주인공’이라 하는 겁니다. 그러니 자기 주인공밖에는 자기를 도울 수가 없는 것이죠.
그렇게 여러분한테 항상 말씀해드려도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봅니다. 일거수 일투족 뿌리와 싹과 같이 붙어 있는데, 내가 믿느냐 안 믿느냐 이런 말도 붙지 않는 거죠. 종자를 심으면 뿌리로 화하고 뿌리로 화해서 싹을 일으킵니다. 형성시킵니다. 그래서 그 싹은 바로 제 뿌리를 믿어야 싹과 뿌리가 상봉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건 즉 말하자면, 과거에 살던 나와 현재에 사는 내가 상봉을 해야 진짜 공부를 할 수 있다 이 소리입니다. 그렇듯이 지금 싹이 뿌리에 의해서만이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진짜로 믿고 들어가야 되는 겁니다. 그 싹은 뿌리를 진정 의심 없이 믿고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죠.
지금이 어느 시대입니까? 옛날처럼 내가 싹이 어디 있는지 뿌리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세상에서는 머리가 깨이고 물리를 알고, 또 과학이 어떤 건지 이론으로라도 알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방에서도 보는 사람들인데 어째서 그걸 모르겠습니까? ‘이게 뭣고?’하고서 십 년을, 백 년을 있어봐도 딱 깨서 직접 먹어보지 못한다면 맛도 모르고, 종자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이루지를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무조건 ‘네 나무는 네 뿌리를 믿고 거기다가 다 맡겨라! 어떠한 바람이 불어도 어떠한 문제가 생겨도, 벌레 먹는 잎새가 있다 할지라도 모든 거를 다 거기다가 맡겨라! 때에 따라서는 이 몸이 아프면, 바로 마음 도리에서 약사가 돼 줍니다, 스스로. 그 도리를 그래서 아시라고 하는 겁니다.
내 몸이 아프면 약사가 돼 주고, 그것도 반야줄을 쥐고 즉 말하자면, 내 주인공 그 자리를, 뿌리를 쥐고서 ‘너만이 할 수 있어!’할 때에 순간 우리가 집에서‘여보’하면 남편이 되고, ‘아버지’하면 아버지가 되듯이 그렇게 거기다가 ‘당신만이 할 수 있어’하게 될 때, 바로 약사로 화한단 말입니다. 화해서 응신이 돼서 나투어 주시는데, 왜 못 믿고 바깥으로 그렇게 끄달리느냐 이겁니다. 그러면 약사만 있느냐, 그게 아닙니다. 안되는 일이 있거나 그런다면 ‘바로 너만이 이끌어줄 수 있지 않아’ 할 때에 관세음이 된다 이 소리입니다. 가정에서도 우리 사는 걸 보면 찰나찰나, 내가 이번에는 아버지가 되겠다 형님을 하겠다 이런 말도 없이 돌아가지 않습니까? 동생이 “형님” 하면 형님이 되고, “얘야, 아우야.” 하면 아우가 되고, “자네 있나?” 하면 사위가 되고, 이렇게 찰나찰나 돌아가지 않습니까? 그렇게 고정됨이 없이 돌아간다 이겁니다.
그러니 그것이 따지고 보면, 진짜 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보배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깐 부처님은 멀리 계신 게 아니라 항상 우리 살림, 생활 속에서,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이렇게 있는 것인 줄을 아시고 생활 속에서 다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 이전글이 세상은 정말 고해인지요? 21.10.25
- 다음글청정의 참뜻 알고 싶습니다. 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