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와 재가의 공부가 다릅니까?
본문
질문
스님을 뵙고 하다 보면 출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런데 출가를 하는 것하고 현실 세상에 있는 것하고 어떤 차이점이 있으며, 그리고 여자가 하는 공부, 남자가 하는 공부, 어린애가 하는 공부, 노인이 하는 공부에 구별이 있는 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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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사람마다 각기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구별이 있는 거지, 공부에는 그런 구별 자체가 없습니다. 풀 한 포기도 생명이 있으니까 마음을 전달하고 그러는데요, 뭐. 그렇게 아무 구별이 없는데, 여러분이 생각을 이렇게 하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스님이 되어야만 마음 공부를 많이 할 수 있고 스님이 안되면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다는 게 아니라 공부는 똑같이 하는데 아무래도 살림하는 사람은 자기의 가족이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주위에 가족이 있고 스님들은 가족이 없단 말입니다. 그래서 공부하는데 좀 쉽다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스님들은 아무래도 이 마음이 그냥 걸림 없이 넓게 나가는, 마음이 열려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겉 외양도 다르게 갖추고 있고 그러니까 모르는 사람들은 모습을 보고 오기가 쉬운 거죠. 또 보이지 않는 중생들은 마음으로 공부하기 위해 다가온단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 삼천대천세계를 건질 수 있는가 하면 속가에서 공부하는 분들은 그 모든 것을 굴리고 잘 이끌어 나가는데 역할을 한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스님들은 무(無)의 세계 유(有)의 세계를 겸해서, 천차만별로 돼 있는 것을 천차만별로 나투면서 하기 위해 중노릇을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공부하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가족이 있고 가정이 있어서 거기에 연연하다 보면 넓게 바깥으로 뛰쳐나갈 수가 없는 경우가 생긴다는 얘기죠. 지구 바깥으로 나갈 수도 없고 또 우주 바깥으로도 나갈 수가 없단 말입니다. 물 속으로도 숨어 들어갈 수가 없고 오직 그 생각 자체가, 다시 말해서 어깨에 짊어진 게 있기 때문에 무거워서 그렇단 얘깁니다. 안 그렇겠습니까?
그렇지만 하여튼 열심히 하는 분들을 보면 갸륵하게 잘 해가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러니 내가 이것이 미흡해서 잘 못한다 이런 생각도 하지 마시고 그냥 주어진 그것이 나의 공부라는 것을 놓치지 말고 열심히 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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