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법문-101_1993년 9월 19일 모두가 함께 해나가는 공용共用의 도리
본문
질문: 큰스님께서 가르침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족하여 오늘 이렇게 또 나왔습니다. 우리가 마음공부를 한다고 하면서도 기실 그 마음공부의 대상이 어떤 사사로운 이익에 제한돼 있고, 그럼으로써 우리는 어떤 자기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항상 고통과 고난의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큰스님의 제자로서, 또 부처님의 제자로서, 불자로서 진정 새롭게 추구하고 또 바라야 할 희망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가르침 주시옵기 바랍니다.
큰스님: 지금 부처님의 제자로서, 즉 말하자면 ‘스님의 제자로서’ 이렇게 말을 했죠? 그런데 말이에요. 우리가 넓게 생각을 한다면 풀 한 포기 하나도 스승 아닌 게 없어요. 부처님만 스승이 아니에요. 나만 스승이 아니고요. 이 세상을 살아나가려면 강도짓하는 사람을 보고도 깨닫는 게 있어요. ‘나는 저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죠. 그러니까 어떤 거, 풀 한 포기에도 돌 하나에도 물 흘러가는 것도 스승이에요. 그러니까 스승 아닌 게 없으니까 그거를 한데 합쳐서 주인공이라고 그런 거예요. 모두 일체 만물만생 또는 삼세, 과거 현재 미래 그것을 한데 합쳐서, 삼심, 삼세, 모든 것을 한데 합쳐서 주인공이라고 한 거니까, 그 주인공 하나만 생각하면 뜻으로다가 그냥 둥글려지죠. 그렇게 간단하게 하세요. 이것 저것 자꾸 이렇게 하면요, 마음이 산란해서 진짜 곧장 들어갈 것도 못 들어가요. 그러니까 그렇게 한데 모으셔서 거기다 맡기시고 지켜보는 그런 참 선자가 되세요.
질문: 그래도 이해가 안 돼서 한 말씀 더 여쭙겠습니다. 우리가 직장에서, 선원에서 스님께 배울 때는 그렇게 배우지만 직장에서 일할 때 또 가정에서 문제에 부딪칠 때는 자기 이익되는 것에 너무 집착을 하게 되고, 그래서 실제로 우리가 마음을 제대로 이 마음자리에 두지 못하고 가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 생활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될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면 하나만 말씀을 해주십시오.
큰스님: 그래요. 근데 여러분들이 좀 어리석은 게 있어요. 왜냐하면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직원들을 가지고 하거나 장사를 할 때 사람이 ‘안 온다 온다’ 뭐 이런 문제들, ‘잇속을 찾는다’, ‘이(利)가 부진하다’ 이런 문제들을 가지고…. ‘아, 그러면 이런 걸 믿으면서 내가 어떻게 그렇게 이익을 취할 수 있을까?’ 이러는데 그 천만의 말씀이에요. 모든 거를 다 진짜로 믿는다면, 진짜로 믿는다면 고꾸라지든지 가든지 오든지 그런 걸 상관 안 하고 거기다가 턱 맡기고…, 그냥 진짜로 아무 괴로움이 없어요. 돈이 많이 벌려도 걸림이 없고요, 돈이 안 벌려도 ‘너만이 할 수 있다.’ 하고 거기다 놓기 때문에 괴로운 게 없어요. 그런데 믿지 못하는 까닭에 그렇지 않을까요?
모든 도리를 간단히 생각하세요. 돈을 수만, 수만 억을 번다 하더라도 걸림이 없어야 돼요. 왜냐하면 그것도 자기 혼자 게 아니잖아요. 자기 혼자 번 것도 아니고 혼자 가질 것도 아니고, 혼자 쓸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거기 걸려요? 내가 이렇게 많이 버니까 내가 또 많이 번다고 하는 ‘내가’라는 생각이, 나를 내세우는 게 있기 때문에 그게 걸리는 거지, 내 한마음이라는 주인공에서 본다면 그렇게 나가 많은데, 일체가 다 나 아님이 없는데 구태여 왜 거기 걸립니까? 그러니까 선지식들은 개구리 하나를 죽여도 죽인 사이가 없고, 깨우치지 못한 자는 개구리 하나를 죽여도 살생이 된다 그랬어요.
그거는 여러분들이 여러분들의 마음을 증득해야 그게 알려져요. 그러니까 열심히 무조건 믿고 거기 맡겨놓고 지켜보시고 그러세요. 그러고 거기에 걸림이 없어야 됩니다. 몇만 냥을 벌더라도, 또 욕심을 내서 생각을 내서 ‘저걸 벌어야 할 텐데….’ 이런 생각이 나도 당신 혼자 그런 생각이 난 게 아니에요. 수십 억의 의식들이 한데 모아서 그렇게 생각을 한 거지요. 그러니까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아셔야 돼요. 그 묘한 법은 여러분들이 아마 잘 알아야 아실 겁니다.
질문: 그러면 나한테 병이 있다든가 고난이 있을 때에도 그것이 내가 겪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겪고 이 마음자리가 같이 한다고 생각하고 끄달리지 않는다면 올바르겠습니까?
큰스님: 그거야 ‘너한테서 나온 거니까 너가 해결할 수밖에 없잖아.’ 하고 놔야 되죠. 그러고 또 제 몸을 제가 끌고 가는데 ‘내가 죽으면, 내 몸이 죽으면 네 집합소가 없어지는데, 네 집합소가 없어지면 너도 죽잖아.’ 하고 거기다가 맡겨놔야지 않아요?
오늘 여러분들이 말입니다. 진짜 지금 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니까 나가서 장사를 하거나 회사에 다니거나 또는 회사를 경영을 하거나 이런다 하더라도 남과 같이 돈을 벌어야 살 수 있고, 가정을 이끌어갈 수 있는데 그거를 어떻게, ‘다 놓고 어떻게 돈을 벌어서 가정을 이끌어 나갑니까, 다 놔야 되는데.’ 이렇게 생각하시지마는 여러분들이 한번 뒤바꿔서 생각을 해보십시오. 여기 걸어오실 때에 그냥 서서 걸어오라는 게 아니거든요. 걸어오면서 그냥 발자취가 걸어왔는데, 걸어오긴 했는데 하나 짊어지고 온 게 없죠? 아니, 생각해 보세요. 내가 하지 말라는 게 아니거든. 돈벌이하지 말라는 게 아니잖아요.
여러분들이 여기 걸어올 때에, 저 아래에서 걸어올 때에 발자취를 걸머지고 오셨습니까? 걸어오기는 틀림없이 걸어왔는데 걸어온 사이가 없다. 내가 짊어지고 온 게 아니니까. 벌이는 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있는데 우리가 걸어온 거나 똑같애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거 다 하시되 ‘자기가 했단 말 하지 마라. 자기가 했다고 생각하지 마라. 모두가 공용을 했다고 생각하라.’ 주인공에서 모든 게 공용을 한 것이지, 자기 개별적인 혼자 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동시에 우리가 걸음은 걸어왔는데, 한 발 떼어놓고 한 발 떼어놓고 걸어오긴 했는데 걸어온 자체가 없지 않습니까? 그것도 혼자 걸은 게 아닙니다. 여럿이 작용을 해주기 때문에 여러분이 걸어왔지, 아마 위 공장 하나만 그냥 파워를 시켜도 다리도 떼어놓지 못하고 걸어오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모두가 같이 한 거니까 내가 했단 말을, 내가 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거기에 걸림이 없어요. 참 묘하죠, 그게. 말로는 할 수 없는 묘한 도리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 잘 생각해서 알어서 하세요,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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