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법문-108_1993년 10월 31일 다 놓고 어떻게 생활하나요
본문
질문: 먼저 저희들을 위해 큰스님께서 이런 높은 법문을 설하여 주심에 대해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마음공부를 하면서 궁금하게 여겼던 그런 것을 여쭈고자 합니다. 저희들이 직장 생활을 하거나 사회 생활을 할 때 욕심도 부릴 때도 있고, 화를 낼 때도 있고, 사량심 분별심으로 판단을 하고 또 결정을 해 나가는 것이 보편적인 생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큰스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일체 모든 것을 주인공 마음 자리에 놓고 나아가라고 하셨는데 그런 사량심 분별심을 다 놓아 버린다면 저 자신에 대해서 무관심해져 버리고, 또 어떤 일에 대해선 또 회피하게 되는 경향이 있고 그렇게 됨으로 해 가지고 무책임한 생활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의문이 생깁니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저희들이 마음공부를 갖다가 무리 없이 해 나갈 수 있는지 큰스님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큰스님: 그렇기 때문에 물리가 터지고 지혜가 생겨야 된다는 얘기지. 그럼 여기 걸어 올라올 때에, 요거 걸어갈 때에 ‘이거 걸어간다는 생각을 해야 하나, 걸어가지 않는다고 생각을 해야 하나?’ 하고 왔어? 그냥 우리가 화가 나면 악을 쓰면 쓴 대로 그냥, 그냥이지. 그거를 또 생각을 일부러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어서 ‘이거를 놓으랬지?’ 이렇게 한다면 그거 안되지. 악을 쓰든, 돈을 벌든, 화가 났든, 이것은 모든 게 그 자리에서 나온 거니까 그대로 놔라 이 소리야! 하지 말라는 게 아니야. 그대로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 그냥 놓고 돌아가는 거다 이거지. 그리고 ‘나쁜 일을 하고 나쁘게 상대방에게 줄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모든 잘못을 남한테 떠다 안기지 말고 내 탓으로 돌리고, 모든 것은 부드럽게 말해 주고 부드러운 행을 해 줘라. 그럼으로써 나쁜 게 다 싹 가시고 화목이 들어온다’ 이런 거야.
누가 뭐, 살지 말라나, 벌지 말라나, 사랑하질 말라나, 또 악을 쓰질 말라나, 춤을 추지 말라나, 누가 하지 말래? 하는 것이 그대로 찰나찰나 화해서 돌아가니까 ‘그게 하면서도 하지 않는 거다’ 이런 거야. 즉 말하자면 내 몸뚱이 속에 지금 생명들이 다 작용을 하고 가는데 한 귀퉁이에서 작용을 안 해 준다 하면 내 몸뚱이가 쓰러져. 그러니까 모두가 같이 작용을 하고 가는 그 자체에서 볼 때에는 ‘내가 악을 썼다’ ‘내가 화를 냈다’ 이런 것도 내가 한 것이 아니야! 그 업식 속에서 나온 거지. 그러니까 악을 쓰면 ‘악을 안 쓰게 하는 것도 너 아니야?’ 하고 돌려놔라 이 소리지. 내가 그렇게 하질 말라고 그랬어? 돈을 벌지 말라고 그랬어? 아까도 그랬잖어? 얄팍한 사랑보다도 찐득찐득한 정을 가져라. 정이라는 것은 내 버리고 갖고 이런 게 없다 이런 거야.
마음 턱 놓고 살아, 그냥.
질문: 모든 경계를 근본에다 놓고 사량심을 내거나 분별심을 내는 거는 자유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큰스님: 그래, 이봐! 팥죽 쑬 때 팥죽이 끓는데 방울이 방울이 그냥 막 나오지? 그런데 팥죽 솥 바깥에서 팥죽 방울이 나오던가, 팥죽 솥 안에서 나오던가?
질문: 안에서요.
큰스님: 그렇지! 그러니까 그 안에서 나오는 거 그 안에서 그냥 하는 거려니 하고 믿고 그냥 놔라 이 소리야.
질문: 예, 잘 알겠습니다. 한 가지만 더 여쭈겠습니다. 만나기 어렵다고 하는 불법을 제 자신이 이렇게 만나 가지고 마음공부를 하고 있지만 참 불법을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큰스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만나지 못한 그런 사람들도 언젠가는 다 만나 가지고 마음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듯이, 왜 인간이 이렇게 인간으로 태어나가지고 불법을 만나고 또 불법 공부를 해야만 하는지를, 왜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이미 누차 큰스님께서 말씀을 해 주셨지마는 오늘 여기 모인 우리 청년 법우들을 위해서 자세한 가르침 부탁드리겠습니다.
큰스님: 그래. 우리는 일체 만물만생이 벌레에서부터 이르기까지, 곤충에서부터 이르기까지 어항 속에서 살고 있거든? 한 발도 바깥으로 떼어 놓을 수가 없어. 공기주머니에서 살고 있거든? 그러니까 우리는 마음대로 자유스럽지를 못해. 그래서 즉 말하자면 어떤 체제 속에서 저항을 받고 사는 거지. 그래서 한마디로 말해서 그 위치에서 마음으로 그냥 자유자재 못하고 제 마음을 가지고도 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이 돼 있거든, 모두가. 벌레에서부터 이르기까지 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 그래서 연어는 자기가 난 자리에 다시 와서 새끼들을 낳아 놓고 죽어야만 하는 운명을 벗어날 수가 없어, 한마디로 그렇게 표현을 해서. 인간도 역시 그 자리에서 와서 그 자리로 가지 않으면 안 되게끔 딱 못을 박아 놓았단 말이야.
그래야 우리 마음이 이 어항, 즉 말하자면 공기주머니에서 벗어날 줄 알아야 우리는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자유자재 할 수가 있다 이거야. 그 박탈 속에서 우리는 벗어날 수가 있다 이거야. 지금 우리는 노예가 돼 가지고 갇혀서 사는 형국이거든. 그래서 이 한 사람이 한 마음 먹기에 달려 있으니까 한 마음 먹기에 달려서 한 마음을 잘 먹으면 부처가 되고, 한 마음을 잘못 먹으면 그냥 중생으로 그냥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의지 하에 인간이 되면 만물의 영장으로 보풀린다 이런 거지.
큰스님: 아휴, 말 한마디 하게 되면 그 말, 그 용도에 따라서 그냥 가닥가닥이 이렇게 붙어 돌아오기 때문에 말머리를 그냥 그걸로다 끊게끔, 상당히 어려운 문제야, 이렇게 끊고 들어가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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