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법문-11_1994년 8월 7일 보이지 않는 주인공을 쉽게 잡는 법
본문
질문: 다른 게 아니고요. 공부를 하다 보니까 보이지도 않는 주인공 잡기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데, 스님께서는 늘 ‘맡겨라’ ‘관하라’ 하시는데 좀 더 주인공을 더 쉽게 잡는 방법 좀 가르쳐 주십시오.
큰스님: 네, 그러죠. 지금 주인공이 안 계시다면 댁에서 지금 송장이 될 겁니다. 지금 말씀하시게 되는 것도 그 자기의 근본, 생명의 근본이 있기 때문에 지금 말씀을 하시는 거죠. 그러니까 그놈이 보이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그냥 천차만별로 시키고 있습니다. 시키는 게 아니라 자율적이죠. 그러니까 그놈은 잡을 수도 없고 볼 수도 없고 쥘 수도 없지만, 역력하게 말씀하게 만들고 보게 만들고, 듣게 만들고 작용하고 살게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한마음이 다르고 그냥 마음이 다르다, 이런 거는 이 속의 모든 의식들이 한데 합쳐서 하나로 돌아가는 거를 한마음이라고 그럽니다. 그래서 한마음으로 돌아가는, 내 내면 세계의 모든 것이 하나로 돌아가는 것만 알면 외부의 하나로 돌아가는 것도 다 알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나부터 알아야 되겠다. 사대성인들이 모두 ‘너부터 믿고 너부터 알아야 하느니라. 너부터 알아야 모든 큰 공덕이 되지 너를 너가 모르고는 절대 공덕을 얻지 못하느니라.’ 공덕이란 뜻은, 모두 하나로 돌아가는 그 자체를 바로 나 하나가 그 하나로 돌아가는 거하고 같이 한자리를 할 때에 비로소 공덕입니다.
질문: 공부하다 보니까요. 놓아야 된다고 늘 말씀해 주셨는데 그 눈에 보이는 자식놈이 눈앞에서 깔장거리는데는 영 마음이 잘 안 다스려집니다.
큰스님: 이거 보세요. 자식놈이 물질적인 육신이 까닥까닥하는 거지 마음이 누가 나와서 이렇게 까닥까닥합니까? 아니, 그 육신이 아무리 속을 썩이고 까닥까닥한다 하더라도 ‘응, 네 마음과 내 마음이 둘이 아닌 까닭에 너 까닥거리지 마라.’ 해서 그렇게 해서 거기다가 놓으면 슬며시 마음이, 마음이 그렇게 시키는 거지 마음이 그렇지 않다면 육신은 움죽거릴 수가 없으니까, 마음의 놀음이니까 마음을 잡아야 되는 거지 육신을 잡으려고 하거나 말로 잡으려고 해서 잡아지는 게 아닙니다. 절대입니다, 그건.
그러니까 진짜로 믿는다면 아무 걱정이 없어요. 나가서 안 들어오든 나가서 공부를 안 하든, 그게 걱정이 안 될 만하게 원력이 서야 걱정이 안되죠. 권투잡이가 권투가 아주 백 도로 도달했을 때에 권투하는 데에 누가 온다 해도 걱정이 안되죠. 만약에 그게 설익었으면 걱정이 되죠. 온통 그냥 떨리고 부자연스럽고 무겁고 이렇게 되지만 그게 설익지 않는다면 걱정이 하나도 없어요. 그런 까닭에, 걱정이 하나도 없는 까닭에 걔네들은 잔잔하게 그냥 돌아가요, 또. 걱정이 없는 까닭에 그것은 그 마음하고 다 이렇게 통하니까요.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하나도, 사는 데 걱정할 필요가 하나도 없는 겁니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엄청난 일이 생긴다 하면 걱정이 되지 어찌 안되겠습니까? 걱정이 돼도 바깥으로 이렇게 풍기고 온통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익은 사람들은 안으로, ‘이렇게 걱정이 생긴 것도 너만이 해결할 수 있어.’ 하고 부지런히 육신도 뛰면, 그냥 걱정없이 뛰면 그냥 해결이 싹 무마가 돼버리죠. 그러니 걱정할 일이 하나도 없어요. 사람 쳐놓고 움죽거리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육신으로 뛰면서 생각하면서, 생각하면서 뛰면서 사는 세태다 이겁니다.
지금 가부좌를 틀고 좌선을 하고 앉았으면 앉았는 그 기간만 우주가 돌아가고 또 섰으면 우주가 안 돌아갑니까? 그러니 섰으나 앉았으나 누웠으나, 자나 깨나 돌아가는 건 시공이 없이 돌아가는 겁니다. 그러니 시공이 없이, 우리도 일하면서도 무슨 생각나면 거기다 놓고 그냥 태연히 ‘날 잡아 잡수. 너 하늘이 무너진대도 너만이 해결할 수 있어.’ 그러고 부지런히 걱정 근심하지 말고 뛰란 말입니다. 그러니 그것을 말로다가 생각해서 이걸 잡으려고 그러면 그거 잡아집니까, 그게? 생전 안 잡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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