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찰나도 떠나지 않는 도리 > 주제법문

주제법문


주제법문-124_1992년 3월 15일 한 찰나도 떠나지 않는 도리

본문

아주 여러분들을 오래간만에 만난 듯합니다. 하지만 한 찰나도 떠나지 않고 여러분들과 같이 돌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여러분들은 잘 아셔야 됩니다. 물론 같이 돌아간다 하더라도 전력을 내가 끌어쓰기에 달려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이 사람 만나고 저 사람 만나고, 이거 하고 저거 하고 이렇게, 어떤 거 할 때 내가 했다고 하지 못하리만큼 그렇게 천차만별로 자꾸자꾸 화해서 돌아가는 이 시점에서 끌어 쓰는 데 달려있다 이 소립니다. 그게 끌어쓰는 그 자체가 묘한 도리라고 봅니다. 아무리 큰 물건이 이렇게 있다 하더라도 내가 끌어서 먹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우주 만유를 창조하여 나가는 그 인과 필연의 법칙, 이 법칙으로 하여금 우리의 몸과 생명, 정신 작용으로 하여금 일상생활 그 자체가 바로 인연의 법칙에 따라서 모든 게 운전되고 모든 게 움죽거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연의 법칙을 벗어나서는 우리가 발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성불도 중생도 이 모두가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연에 의해서 볼 때 아침 쇳송에 있듯이 오종대은명심불망(五種大恩銘心不忘)이라고 있습니다. 오종대은의 은혜를 알면, 그 오종대은이라는 뜻은 일체제불의 종지를, 즉 말하자면 모든 우리들의 생명의 씨, 불씨를 말하는 겁니다. 그 감사함을 느낄 줄 알면, 즉 말하자면 우리를 인솔해 나갈 수 있는, 지금으로 치면 대통령의 은혜를 생각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못 하든 잘 하든, 예를 들어서 우리 가정의 부모가 자식을 잘 이끌어가려고 애를 쓰지 어느 부모가 잘 이끌어가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부모가 어딨겠습니까?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부모가 자식들에게 하는 행입니다.

 

그와 같이 '그 뭐, 대통령이 무슨 은혜가 있어?' 이러지마는 잘하든 못하든, 못났든 잘났든 내 부모가 있기 때문에 바로 각 나라의 임금과 임금이 접하듯이, 대통령과 대통령이 서로 회의를 할 때도 내 나라를 중요시하지 남의 나라를 중요시 안 합니다. 그리고 내 국민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거든지 마다 안 하고 할 수 있는 계기는 있다고 봅니다. 그럼으로써 국왕의 은혜, 부모의 은혜, 낳고 길러주고 가르치고 그랬건만도, 같건만도 내내 머리털이 세어서 죽을 때까지 그 마음의 고생은 있는 대로 시키는 것이 바로 자식입니다. 그 은혜를 모른다면 아니 되기 때문에 부모의 은혜, 사장(師長)의 은혜, 국민의 은혜, 땅의 은혜, 불의 은혜, 바람 공기의 은혜, 물의 은혜 모두가 감사함이 아닌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은혜를 아는 사람이라면 둘 아닌 도리를 얼른 납득할 수가 있다 이런 얘깁니다.

 

그래서 수차에 말을 해왔지만, 그 거기서부터라도 얘기합시다. 미생물에서부터 쫓고 쫓기면서 그 아픔을 당하면서, 찌그러지고 일그러지면서, 잡아먹히면서 잡아먹으면서 이렇게 진화돼서 인간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왜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느냐? 그렇게 올 동안에 남의 자식도 됐고 남의 부모도 됐고, 짐승의 부모도 됐고 짐승의 자식도 됐었고, 사람의 부모도 됐었고 사람의 자식도 됐었고, 넓게 생각을 한다면 하나도 내 자식 아님이 없고 내 부모 아님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겁니다.

우리가 좁게 본다면 한 가정에 요 한철 나는 요 생각만 하지 마시고, 사람이 쳇바퀴 돌아가듯 끊임없이 돌아가면서 이 진화되고 화하는 도리를 안다면 아마도, 네 부모니까 내가 아무렇게나 해도 좋고, 내 부모니까 잘 해야 되고 이런 것이 없을 겁니다. 그럼으로써 그런 반면에 둘 아닌 도리를 확실히 증득할 겁니다. 그럼으로써 부드러운 말이 나오고 부드러운 행이 나오고, 진실한 구함이 생기고, 진실한 구함이 생김으로써 진실하게 나 아닌 나의, 참나의 소식을 알 수 있다 이겁니다.

 

세상을 보십시오. 이 모두가 항상 말을 하지만 불교라는 그 자체가, 모두 생명의 근본이 불()이요, 말과 말이 통하는 것도 교()라 한다면 하다못해 곤충에 이르기까지, 무정물에 이르기까지, 식물에 이르기까지 서로가 존경하고 대화하고 그렇게 얽히고설키고 돌아가는 이 통함이 바로 교란 말입니다. 죽은 세상이나 산 세상에서 통하듯이 또는 저런 곤충에 이르기까지 서로 통하고 있다 이겁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개미가 하다못해 요만한 거 하나를 발견하면 물고 그냥 가지만 이만한 과자를 하나 발견했을 때 보십시오.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금방 소식이 통해서 그냥 떼로 지어서 옵니다. 이건 무슨 까닭입니까? 얼마나 묘한 도리입니까? 말없이 말을 전달하는 이 소식을 말입니다. 개미뿐만 아닙니다. 모두가 다 그러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일체 만물만생에 의해서, 내 몸속에 있는 그 중생들이 화해서, 천백억화신으로 화해서 모든 사람들이나 모든 짐승들이나 모든 곤충들이, 하다못해 무정물까지, 하다못해 목신까지도 원한다면 다 응해주십니다. 응해주시되 묘한 것이 있습니다. 만약에 뱀이 공부를 하면서 응하면 한 찰나에 드실 때 뱀으로 응하신다 이겁니다. 뱀으로 응하셔서, 그래야 뱀이 저항력을 느끼지 않고 고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겁니다. 그러면 하나의 모습이 아닙니다. 모습을 천태만상으로 나투시면서 응해주십니다. 관세음보살을 관()하시면 관세음보살로 나투어주시고, 지장을 염하면 지장으로 나투어주시고, 약사를 염하면 약사로 나투어주시고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하여튼 아까 얘기했죠. 하다못해 풀포기 하나까지도, 곤충의 하나까지도, 안 보이는 세상의 모두를,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또는 죽은 생각이나 산 생각이나, 생각이 없는 중생이나 생각이 있는 중생이나 다 그 자비를 베풀어주신다 이겁니다. 그거는 하나로 생각할 때 우리 가정에서 무조건 조건 없이 자식들에게 주는 거와 같다 이겁니다. 여러분들한테 그래서 모든 것을 베풀어줄 때에 마음의 보시, 이것은 제일 으뜸 나는 무주상 보시입니다. 조건 없이 줄 수 있는 마음, 물질을 주더라도 조건 없이 주는 보시, 조건이 조금이라도 붙었다 하면 그것은 보시가 아닙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이렇게 오시면, ‘너는 죄가 얼마만큼 있고 너는 죄가 얼마만큼 있으니까 이것이 안 된다.’ 이럴 수가 없는 것이 부처님 법입니다. 죄가 있으면 얼마나 있고, 작은 거든 큰 거든 다 똑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볼 때는 그런데, 무조건 조건 없이 줄 수 있는데 여러분들의 마음이 말입니다, 나는 죄업이 많으니까 이렇게 받을 수가 없다는 생각에서 또 나는 이런 거를 잘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업보가 다 녹아야 된다는 조건, ‘나는 이러한 병이 걸렸으니까 과거로부터 이 업보가 이렇게 많은 업보를, 얼마나 죄가 많으면 이럴까.’ 하는 생각에서 조건 없이 받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러나 이 도리를 배우고 아는 사람들은 조건 없이 줘야만이 마음으로도, 길을 지나가다가도 하다못해 소가 도살장으로 끌려갈 때도 무명을 벗겨줄 수 있고, 그 소의 의식을 내가 나한테로 넣는다면 즉시 벌써, 그건 죽지도 않아서 벌써 환토를 한 거죠. 천도가 된 거란 말입니다. 그래서 무명을 벗고 사람이 돼서, 굴려서 사람으로 환생을 할 때 그 소는 그 은혜를 생각해서 이 불법에서 떠나지 않게끔 됩니다.

 

이 모두가 부처님 법이라는 것은 어느 한 군데 국한돼 있는 것이 아니라 끝간 데 없는 진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돌아가는 이 진리 속에 우리들이 인연에 따라서 활짝 개이기도 하고, 인연에 따라서. 나쁜 마음을 먹으면 나쁜 대로 응해주는 것, 이 몸뚱이 속의 중생들이 다 나쁜 생각을 하면 나쁜 대로 이끌어주고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대로 이끌어주는 그런 수십억의 중생들이 있습니다. 이런 소리도 가끔 하죠. 팥죽을 쑤는데 끓어오르는 팥죽 방울을 보고 요것도 문수! 요것도 문수! 요것도 문수!” 하고 주걱으로 쳤다는 얘기 잘들 아시죠. 그 주걱으로 죽 방울을 친 게 문제가 아니라 그 뜻이, 그 속에 있는 뜻을 알아야 된다 이겁니다.

 

참선이라는 것은 우리가 말하고 행하고, 또는 경을 달달 외워서 강의를 잘하고 이런 게 참선이 아닙니다. 배우지 못해서 무지렁이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처님 법을 한시라도, 모든 게 내가 먼저 나왔으니까 나로부터 화두요, 나 자체부터 알 양으로 노력하는 것은 불씨를 심어서 싹을 틔우는 거나 같습니다. 이 모두가 이러한 관계상, 아까도 얘기했지만 인과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그것은 법칙에 의해서 돌아가고 있다 이겁니다. 자동적인 법칙입니다. 모두가 만남이, 교류가 그렇게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발전을 하고 또 이것이 안된다’ ‘된다하고 법석이기 때문에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거를 가만히 생각한다면 아이고! 이 나라가 혼란스러워서 이거 이렇게 혼란스럽고 이렇게 해서야 어떻게 나라가 잘 될 수 있어?’ 이러지마는 부딪치지 않는다면 불이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이 모두가 상대적인 원리로써 이렇게 가는데, 우리가 부처님 법에 의해서 우리가 선이다그런다면 이거를 붙이고 안 붙이고, 이 인연에 따라서 딱 붙이면, 즉 줄과 줄을 한데 붙이면 불이 확 일어나서 불이 들어오는 그 광명을 바로 선이라고 하는 거지, 양면의 이 줄을 갖다, 붙이는 줄을 가지고 이게 틀리다 이게 옳다그래서 놔라 이겁니다. 선과 악을 놔라. 물질계와 정신계를 그냥 놔라. 놔야만이 이게 하나로 이루어지면서, 모두가 하나로 이루어지면서 하나의 중심이 모두 일체를 다 자동적으로 굴리고 있다 이겁니다.

 

그럼으로써 그 하나는 움쭉도 안 합니다. 눈도 깜짝 안 합니다. 우주가 다 망가진다 하더라도 꿈쩍도 안 하는 겁니다. 꿈쩍도 안 하는데 그게 왜 꿈쩍도 안 하느냐? 은하계의 중심도, 태양계의 중심도, 이 우주의 중심도, 이 인간의 중심도 모두가 중심 쳐놓고 하나로 전부 연결이 돼 있습니다. 은하계에서 태양계로, 태양계에서 지구로, 모두 별성이나 혹성이나 다 연결이 돼 있습니다. 그 에너지 광력은 어디서 나오느냐? 그 뒷면에서 나오죠, 중심 뒷면에서. 서로가 서로를 우리가 마음의 샘터다하는 것도 이 마음의 샘터, 모두가 연관성이 있음으로써 이 마음의 샘터가 샘도 나올 수 있고, 그냥 누구가 다 아이고, 저 사람은 아예 쓸모가 없어.’ 그러고 그냥 다 내치면 아예 그냥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산 송장이나. 그러나 내가 인연에 따라서 잘 이렇게 가는 동안에 나는 의욕이 생기고 할 일이 생기고, 얼굴이 좋아지고 다복해지고, 짜증도 안 나고 그런 거 아닙니까? 조그만 것 하나로부터 큰 우주의 삼천대천세계를 집어먹을 수가 있다 이런 뜻입니다. 이 집어먹을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나를 죽여서 내가 될 수 있어야만이 그렇다 이 소리입니다.

 

목록

대한불교조계종 한마음선원(13908) 경기 안양시 만안구 경수대로 1282Tel. 031-470-3100Fax. 031-470-3116
Copyright (c) 2021 HANMAUM SEONWON. All Rights Reserved.
"이 제작물은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글꼴을 사용하여 디자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