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법문-17_1998년 4월 5일 물질보시와 마음보시
본문
질문: 스님께서는 늘 그런 물질로 하는 보시보다는 어느 스님 말씀처럼 지게로 나뭇짐 해주는 것보다 마음 보시가 더 중요하다고 늘 말씀하시는데, 마음보시도 물론 해야 되지만 우리가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도 많고 한데 경제적 어려움도 벗어나고 또 우리가 마음이 밝아지기 위해서도 각자가 할 수 있는 대로 물질 보시도 좀 많이 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고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제가 이게 바르게 생각한 건지 스님의 높은 가르침 주시기 바랍니다.
큰스님: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렇습니다. 한 바가지 주면 한 바가지가 이자가 늘어서 세 바가지가 올 거고, 한 바가지를 훔쳐 갔으면 세 바가지가 손해를 보는 거죠. 그러니까 그게 천연적으로 그렇게 돼있어요. 한 바가지를 주면 세 바가지가 오지만, 예를 들어서 얘깁니다, 한 바가지를 훔쳐 갔다면 세 바가지가 외려 손해가 난다. 이런 뜻이에요. 그래서 그런 마음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그런데 없으면 채워주고 없으면 채워주고 할 수 있는 자기 그 보배가 모두들 여러분한테 있습니다. 있는 거를 해서 자기가 가질 생각은, 자기가 있는 데서 자기 거 먹을 생각은 안 하고 딴 거를 물질로써 훔치려고 한다면 그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그 아상(我相)이나 인상(人相)이나 뭐 수자상(壽者相) 이런 게 상이 많아서 남을 업신여기고 그렇게 하면 자기가 업신여김을 받죠, 또. 그러니까 여러 가지로 또 그래요.
그래서 어떤 때 저는 시장에, 그전에는 가끔 나갔습니다. 지금은 시장에 나가지도 않습니다. 뭐 나가지 않으려고 해서 나가지 않는 게 아니라 식구들도 많고 그러니까 안 나가게 되고. 또…, 때에 따라서는 나의 할 일도 또 많고 그러니까 나가서 보나 앉아서 보나 들어와서 보나 뭐 그냥 다니기가 그렇게 뭐, 너무 예전에 다녀서 그런지 그렇게 저거 해요.
그런데 말입니다. 시장에 예전에 갈 때 보면 어린애를 업고 요만큼 야채를 놓고 시들시들하게 말라서 그냥 이렇게 놓고 파는 거, 그거는 깎지도 않고 그냥 삽니다. 그래, 스님은 왜 시들시들한 걸로만 찾아다니며 사느냐고 야단입니다, 또. 아, 못 먹을 걸 왜 사느냐는 거죠, 깎지도 않고. 외려 더 주면 더 줬지 그걸 왜 깎습니까, 글쎄. 그러고 내 돈입니까, 그게? 미쳤다고 그런 짓을 해요? 인심이나 쓰지. 내 돈도 아닌데. 아, 그러면 이게 여러분도 다 자기 돈이 아닙니다. 그거 아셔야 돼요. 그러니까 자기 재산도 아니고요. 갈 때 가져갈 거라면 자기 재산이지만 갈 때 가져가지 못할 거라면 다 자기 게 아니에요. 안 그래요, 여러분?
그러니까 그것뿐만 아니라 말입니다. 인제 다리가 없고 그런 사람이 가죽을 깔고 이렇게 다니면서 뭘 팔죠. 그러면 우리가 때수건이 없습니까, 뭐, 얘네들이 척척 사다 주죠. 때수건 하나를 사고선 그냥 누가 볼까 봐 미안해 할까 봐 몇 만원이라도 요렇게 똘똘 뭉쳐서 거기다 천 원짜리로 싸서 이렇게까지 해서는 주고 오죠. 그러고 또 그릇 가지고 돈 얻는 사람. 이거 남이 볼 때는 ‘저 중은 얼마나 희떠워서 저렇게 남의 돈 시줏돈 받아가지고 저렇게 쓰나.’ 이렇게 생각할까 봐 몰래 그걸 주고 오느라고 애를 씁니다, 또. 이런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그것이 내가 잘나서 그런 것도 아니고 또 남한테 잘났다는 소리 들을까 봐 그런 것도 아닙니다. 단지 내가 당장 봤을 때 불쌍하니까, 바로 옛날의 내 모습이니까 내가 나한테 주는 겁니다. 그러니까 모든 게 그렇게 나와 같이만 생각해라. 그러면 얕잡아 볼 것도 없고 아무리 미련하지 않아 천에 없다 하더라도 ‘아이, 전자에 내 모습하고 똑같구나, 너도.’ 그러고. 그러면 웃음이 나고 그러면 그쪽에도 그렇게 또 나중에는 나와 같이 돌아가고 이렇게 되는 거지 그걸 일일이 그냥 그렇게 해서 마음을 상하게 섭섭하게 하고 그러면 그게 도리가 안되죠. 이 부처님 공부하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그러니까 여러분이 그렇게 주면 반드시 몇 곱쟁이 불어서 온다. 만약에 공을 저 벽에다 쳤다 이겁니다. 쳤는데 공이 튀어 오더라 이거야, 거기에 그냥 박히지 않고. 반드시 그 공과 같은 겁니다. 치면 공은 다시 날아온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뭐 치고 자시고 할 게 있어야지 없는데 줄 게 어딨어?’ 이러지마는 마음이 넉넉하면 저절로 그렇게 주게 생깁니다.
돈이 없어서, 천도를 시키고 싶은데 부모네들 천도를 하고 싶은데 못한다는 분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죠. ‘내가 돈이 생기면 꼭 천도를 하겠다. 부모님들 천도를 내 꼭 해드리겠다.’ 이런 마음을 먹고 있으면 다 하게끔 생긴다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한 달인가 한 달 반인가 있다가 “아유, 스님! 생각지도 않았는데 돈이 생겼습니다.” 이래요. 그래서 지내겠다고 왔어요. 그러니 얼마나 좋습니까! 재(齋)를 지내고도 또 두 번 지낼 거 만큼 남았으니 그건 애들 뭐를 내준다나, 뭐를…. 그래 “그거 참 잘했다.” 그랬죠. 그러니까 그것을 아주 받을 수가 없는 그런 돈인데 받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기한테 옛날에 아버지가 잘해줘서 참 은인이었다고 그러고 갖다가 어렵다고 갖다 주는 사람도 있고, 별 사람 다 있어요. 그러니까 그것이 내가 가는 게 있어야지 오는 게 있지 가는 게 없는데 어떻게 오는 게 있겠습니까?
그래서 죽어서 어떤 사람이 들어가 보니까 자기 곳간에는 하나도 없고 짚단 하나밖에는 없더랍니다. 그게 아마 여러분도 다 많이 듣던 소리 같습니다. 그래서 어린애 낳을 때 짚단 하나 준 거밖에는 없었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이 세상에 다시 나올 때 거지가 돼서 나오는 거죠, 이제. 거지로 살아야죠. 그러니까 그것이 다 준 게 어디로 딴 데로 가는 게 아닙니다. 자기가 이 세상에 나올 때 통장을 해서, 잘 살게끔 통장을 해서 가지고 나올 수 있고 또 당대에, 자식들 당대에 잘 살 수가 있고 그거는 뭐 두레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그렇게 조그만 거 가지고 아등바등하지 마시고요.
우리가 여러분이 사시면서 이 공부를 하시게 되면 항상, 여러분 그 영혼의 근본은 항상 살아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웃간이든지 남들을 다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자손을, 9대조든지 뭐 10대조든지 전부 도와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있고 능력이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런 것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겁니다. 다, 자식들뿐만 아니라 다 건질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생긴다는 얘기죠. 그러니까 죽어도 살아있는 거나 같습니다. 그러니까 어려운 것에 너무 찌들지 마시고 평탄하게 항상 사시고 여유있게…, 다 맡기시면 여유가 있어집니다. 거기다 아무리 맡겨도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항상 체가 없는 영이기 때문에 두드러지지 않고 꺼내서 만날 써도 줄지도 않는 겁니다, 샘물 나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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