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법문_182-1992년 11월 22일 불성이 있기에 모두가 존귀하니
본문
질문: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모든 중생에게 다 불성이 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것을 깨닫고 대자유인으로서 살아가셨던 분이 예전에도 많이 계셨고 또 지금도 계시다고 제가 알고 있습니다. 반면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역시 또 미망에서 괴로움을 받기도 하는 분들도 많이 있으리라고 생각이 듭니다. 뿐만 아니라 불성이 자기에게 있음을 체험을 하면서 그것을 확신을 하면서도 역시 또한 다시 미망에 빠질 수 있다고도 제가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과연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며, 그러한 미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다시 스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큰스님: 지금 말하고 합장하고 이렇게 움죽거렸지? 만약에 생명의 근본이 없으면 그 무효야. 또는 육신이 없어도 무효고, 생각 내는 게 없어도 목석이야. 그러니까 내가 삼합이…, 삼합이 아니라 하나, 이 몸뚱이, 육근 육진 육식이 움죽거리는 게 다 우주의 혹성과도 같애. 그런데 그렇게 된다면 이게 없어도 아니 되고 저게 없어도 아니 되는데 그것이 종합된 근본이 불성이야. 그러니까 “부처님 법이 어떠한 것입니까?” 하고 물으니까 “이리 오너라. 가르쳐 줄게.” 이러고는 멱살을 쥐고 발길로 차고선 주먹으로 한 방 지르니까 “아이구!” 하고 쓰러지더라는 거지. “요놈! 지금 ‘아이구!’ 하는 놈이 누구냐?” 그러고 하더라는 거야. 그래서 생각을 내는 것이 즉, 법이지.
그런데 여러분들이 이 정신세계의 50%를 모르고 그냥 우리가 물질세계로만 간다면 그것이 망상이지마는, 이 도리를 한데 합쳐서 모든 것을 맡겨 놓고 거기서 들이고 낸다는 것을 실감한다면 바로 그게 법이 되는 거야. 법이 돼서 아, 나를 끌고 다니는, 과거에도 끌고 다니고 지금도 끌고 다니고 미래에도 끌고 다닐 거다. 그런데 과거는 아까 한 시간 전만 하더라도 과거야. 조금 아까도 과거야. 그러니까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미래는 없을 것이고, 과거는 지나갔으니까 없고, 현실은 공해서 돌아가니까 없어. 그런데 그 없다는 이유가 어디 있을까?
이 모든 것이 한 발 들고 한 발 놓고 한 발 들고 한 발 놓고, 그저 자나 깨나 맥박이 그저 오르락내리락 오르락내리락하는 거와 같기 때문에, 어떤 거 할 때 내가 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공했다’ 한 거고 ‘무(無)’ 했던 거야. 그러니까 ‘없을 무’ 자가 아니라 ‘있을 무’ 자야. 왜 내가 이런 말을 하느냐 하면 모든 주변에 있는 모든 거를, 모든 거는 얘기 못 했지마는 그 모든 거를 갖추어 가지고 있어야만이 사람이 사람이지. 그러니만큼 모든 걸 종합된 자체에서 그냥 일체 생활하고 들이고 내고 돌아가는 그 자체가 바로 불성이야. 불성 자체가 돌아가게 하고, 말하게 하고, 행하게 하고 이렇게 하지 않남? 그러니까 그 불성이, 내 마음이 그렇게 일체를 들이고 내는 걸 어찌 알았으리까 이랬잖아. 내 마음이 그대로, 생활 그대로 여여함을 어찌 알았으리까. 자기가 자기를 모르면 그 도리를 모르거든.
그러니깐 모든 것이…, 이 한 가지만 얘길 하지. 달마대사가 아니, 달마대사가 아니라 유마힐 거사가 병을 앓았을 때 병문안을 문수가 갔을 때 얘기야. 나는 중생들이 다 나아야 내가 병이 낫는다고 했어. 그걸 어떻게 생각해? 내 몸속에 들어 있는 중생들이 지금 작용을 안 해 주면 이 몸뚱이가 쓰러지지? 이 속의 중생들이 다 작용을 해서 병이 나아야 내가 병이 낫지. 안 그래? 그러니까 모든 게 둘이 아니야.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니다’ 한 것도 그 뜻이야. ‘나부터 알아라’ 한 것도 그 뜻이야. 사대 성인들도 모두…, 잘 알 거야, 아마. 뭐 소크라테스니 뭐 누구니 누구니 달마대사니 어느 누구도, 너부터 알라. 너부터 믿고 너부터 알라. 너한테 물러서지 말라. 모든 거를 다 놓고 갔을 때에, 어차피 죽을 때는 몸뚱이까지 다 놔. 그런데 마음으로 다 놔야 다 하나도 버릴 게 없이 돼, 나 아님이 하나도 없이.
그렇기 때문에 불성이란…, 왜, 이런 게 있지. 차가 갈 때에 딱 고정되게 있는 거는 있는데 그거는 구르지를 않아. 바퀴만 구르지, 그지? 차가…. 그와 같은 거야. 심봉이란, 인간의 뿌리란 그렇게 돼 있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내놓을 수도 없고 보일 수도 없고 빛깔도 없지만 허공은 허공대로 있듯이 마음도 그렇게 있다 이거야. 그러니까 딴 데서 찾지 말고, 내가 항상 이런 말을 하지. 아, 길을 가다 엎드러지면 땅을 짚고 일어나지 허공을 허우적거려서 일어날 수 있겠니?
그 속에서 나온 거, 예를 들어서 병이 났으면, 그래 천백억화신이라고 그러지. 병이 났으면, ‘야, 니 몸뚱이 니가 건강하게 해서 끌고 다녀라.’ 그러고 맡겼을 때, 진짜로 믿어야 맡기지, 믿지 못하면 맡길 수가 없지, 또. 거기다 진짜 그렇게 맡겼을 때 약사 의사가 돼, 그냥 그 자체 내에서. 또는 가난해서 애달플 때 거기다 맡기면 관세음이 돼. 명이 짧아서 아주 애원했을 때, 식구 중에 어떠한 문제가 있을 때 또 거기다가 ‘너밖에 해결할 놈이 없다.’ 너밖에 이끌어 줄 놈이 없다고 맡길 때 그때는 칠성부처가 돼. 좋은 데로 못 간다 애원하지 말라 이거야. 좋은 데로 못 갈 것 같으면 모든 것을 거기다가, 마음의 용광로에다 다 넣고 그렇게 ‘좋은 데로 가는 것도, 가게 하는 것도 너밖에 없어.’ 한다면 그냥 지장이 돼 버려. 한순간에 한순간에 바뀌어지면서 돌아간다 이거야, 화해서.
생활하는 데도 그렇지 않아? “형님!” 하면 그냥 형님으로, 자동적으로 형님 노릇을 하지? 말도 행도 그렇지? 그러나 아버지나 어머니가 “얘, 아무개야!” 불렀을 때 자동적으로 자식의 노릇을 해. 또는 장가든 사람은 자동적으로 사위가 되고 남편이 되고 이렇게 돌아가니까, 어떻게 되느냐 하면 부처님의 마음도 그렇게 화해서 돌아간다 이거야.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의 마음과 우리들의 마음이 둘이 아니다 이거야. 이 물질적인 이 체(體)는 어저께 것이 있고 오늘 게 있지만, 마음이라는 것은 삼천 년 전에 있던 마음이나 지금 현재 있는 마음과 열, 만이 모여도 한마음밖엔 안 돼. 그런데 그 한마음도 없어. 체가 없단 말이야. 그러니깐 마음과 마음이 수없이 한데 합쳐도 하나로 돌아가는 거야. 그와 같이 하나도, 돌아가는 것조차도 없다고 한 뜻이 바로 공해서 화해서 나투면서 돌아가니까 그러는 거야. 빗방울이 수없이 쏟아졌어도 바다에, 한 바다에 들어갔다면 한 바다지 빗방울이 따로따로 있는 게 아니야.
그래서 우리들의 마음은 창살 없는 감옥에다가 자꾸 이렇게, 즉 말하자면 습관, 살아나가는 거 보는 거 습관, 듣는 거 습관, 이런 걸로 인해서 모두 내가 꼼짝하지 못하고 묶여서 있지 말고 마음을 탁 틔워라 이거야. 마음은 체가 없어서 광대무변하고,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았어도 집에 갔다 오래도 갔다 올 수 있지? 또 지구 바깥을 벗어나래도 벗어날 수 있어. 이 모두가, 마음이라는 게 광대한 거야, 아주.
그러니까 불성이 없다, 있다 하지도 말고 ‘천상천하에 유아독존’이라고 부처님께서 한 거는 작아도 높고, 지금 이 시간에는 이 컵이 중요해. 높지? 농사꾼들 틈에는 농사꾼이 제일 으뜸이지? 개개인이 다 높아. 높지 않은 게 하나도 없어. 근중하지 않은 게 하나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나 아님이 없고, 내 자리 아님이 없고, 내 손 아님이 없고, 내 발 아님이 없어서 ‘평발’ 이랬고, ‘평손’ 이랬고…. 이 도량이 내 도량 아님이 없다, 내 몸 아님이 없고. 그래서 모든 게, 높은 것도 없고 얕은 것도 없고 모두가 독존이다. 그래서 천상천하에 모두가 독존이다 이거야. 모두가 중요하다 이거야, 모두가! 그래서 천상천하에 유아독존이라고 그랬단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불성이 보이지 않는다, 듣기지 않는다 해서 없다고 하지 말고, 자기가 진짜로 자고 깨고, 먹고 누고 일하고 이러는 게 그대로 불성이 있기 때문에 하는 거뿐이지, 아니, 불성이 없다면 어떻게 이게 움죽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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