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법문-20_1997년 11월 16일 시험을 앞둔 사람들에게
본문
질문: 어저께 저 친구를 비롯해서 많은 수험생들이 고3 법회를 했는데 거기서 법사스님께서, 아까 발표자도 말했지만 ‘나를 버려라’ 그 말씀을 스님이 해주셨거든요. 그런데 제가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지 법사스님께서 말씀하셨을 때는 ‘그래, 정말 나는 없는 거다.’라고 진짜 느끼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또 ‘정말 할 수 있다, 내가 하는 게 아니다.’ 그런 마음이 들었는데 법회가 끝나고 얼마 안 있어 또 내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또 갑자기 자신감도 없어지고 어떻게 보면 정말 믿지 못하고 나를 못 버리는 거에 대해서 화가 나기까지 하는데….
큰스님: 그래서 질문한 거예요?
사회자: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는….
큰스님: 그런데요, 아까 내가 얘기했죠. 한 발짝 떼어놓으면 한 발짝 없어지고 또 한발 짝 떼어놓으면 한 발짝 없어진다고요. 그랬죠? 그것이 가만히 편안하게 다 버리고 있으란 말이 아니죠. 어떻게 들었어요? 연방 발이 고정되게 붙어있는 게 아니라 떼어놓는 거죠. 그러니까 아까 얘기할 때 ‘나를 버려야 된다’ 하는 것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내 자불(自佛)이 하는 거다’ 한다면 나를 완전히 버리는 거예요. 안 그래요? 간략해서 얘기하는 거예요. ‘나를 버려라’ 하는 것은 나를 버리고 중심, 즉 자불만 믿어라 이 소리거든요. 당신이 영원한 생명의 근본이 없으면 몸은 송장이 되거든? 그 내 몸이 없는데 어떻게 자불이 있겠나. 그러니 몸뚱이는 자동차와 같고 자불은 운전수와 같거든. 그러니 차는 운전수를 믿어야지?
또 딴 걸로 생략한다면 저 나무들이 뿌리없이 사는 거 봤나? 본래 자불과 학생의 육신은 같이 집을 삼아서 같이 있어. 저 봐. 나무도 뿌리와 싹과 같이 달려 있지? 본래 그렇게 돼 있다고! 그러니까 믿고 안 믿고가 없이 믿어야 돼. 학생을 리더해 나가고 학생의 보디가드가 돼줄 수 있고 학생을 이끌어줄 수 있고 해결해 줄 수 있고 가정을 화목하게 할 수 있는 그런 바로 기사니까, 자기의 참 기사니까. 그러니 시험을 보더라도 이거는 자불 주인공 당신만이 이거, 요런 과목도 요렇게 할 수 있고 요런 과목을 볼 때 요렇게 할 수 있고, 또 동그라미를 그린대든가 거길 찍어서 놓는다든가 이런 데도 다 거기서 그렇게 하면서 이게 찍고 돌아가야 돼. 모르니까, 모르는 거는. 이 안에서 하게 만들어야 돼. 바깥에서 하면 도저히 올팡갈팡이 돼서 잘못 돼.
이런 소리를 들었어. 방콕으로 처음에 갔는데, 여기서 시험을 봐도 안된다 그러기에 그리로 가라고 그랬어. 그랬더니 가서 아마 절정에 도달하니까 자기가 그냥 이 말을 통하지 못하고 그러니까 자기가 그냥 아주 간절하게 했던 모양이야. 그러니까 말의 뜻을, 뜻을 바깥으로 자꾸 마음으로 내주니까 그 뜻대로 했던 모양이야. 그러니까 방콕에서 그 말이 얼른얼른 가르쳐져서 배웠다는 거지. 그러니까 금방 배워서 거기 졸업을 하고 또 중국으로 갔어요. 중국에 가서도 그렇게 할 거야.
그러니까 이게 사람 요량에, 지혜로운 요량에 많이 달려 있어요, 이거. 그런데 우리 부모들은 지금 이렇게 시급한 학생들을 놔두고도 그거 한마디 얘기 안 해주는 부모들이 많아요. 그거 뭐 돈이 들으니 못해, 재산이 없어지니 못해, 글쎄. 자손들이 아무리 말을 안 들어도, 안 들으면 ‘너의 주인공과 나와 둘이 아닌 까닭에 다 너에게도 불이 켜질 것이다. 이거를 그저 배우고 또 앞으로는 점점 잘 알게 될 것이다’ 하고 관해 줘야 거기까지도 뜻이 가지. 정작 싫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그러고 인제 따르는 사람한텐 연방 해 주고.
때에 따라서는 어떤 사람은 하도 자기 엄마 말을 안 들어서 밥 먹는 테이블에도 거기 이렇게 벽에 붙여놓고, 변소 안에도 붙여놓고 그랬더래요. 그랬더니 그저 그렇게 하는 거니까 그렇게 한번 해보자 했던 모양이지요. 그렇게 해보고 가니까 살면서 아주 좋거든요. 그러니까 그 후에 엄마더러 그러더래요. “나는 처음에는 ‘어디 정말 되나 안되나 보자.’ 하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누가 해 주고 가져가고 그러는 게 아니라 내가 시시때때로 그렇게 대치를 하고 보호하고 그렇게 나가는 겁디다.” 하고 고맙다고 하더래요.
그랬다는 셈으로 우리가 아무리 싫다 그러더라도 마음으로 관해 주고 벽에 붙여놓고, 진저리 나게 한 거는 아니니까, 간편하게. 제 나무는 제 뿌리를 믿어야 공덕이 있다고 하느니라 이런 것도 그렇고…. 하여튼 모든 것을 우리가 생각하고 마음먹기에 달린 건데 마음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분란이 일어나고 그러는 거지, 마음을 제대로만 먹는다면 앞서에 분란날 것도 대치해서 없애버릴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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