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법문-30_1992년 2월 16일 편안한 경계를 좋아하면 잘못된 건가요?
본문
질문: 주인공을 믿고 주인공에 모든 걸 놓아가면 모든 일이 잘 풀려나간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제 자신이 어느새 편안한 경계를 구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믿고 놓는 마음 가운데 편안한 경계를 좋아하는 마음이 깃든다면 잘못돼 가고 있는지요?
큰스님: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지. 내 마음이 편안하면 이 육체 안에 있는 중생들도 편안하기 때문이지. 모두가 한데 뭉쳐서 놓을 수 있는, 그 주인공에다 놓을 수 있는 작업이 물러서지 않는 진실이라면 바로 그 마음은 한마음으로 돌아가니까 편안함이 오고 끄달리지 않는 법이지. 그럼으로써 이 우주의 천체는 근본 하나로 돌아가지만, 평등하게 돌아가지만 용도에 따라서 끌어 쓰는 용도는 다 달라요.
그러니까 평등하게, 둘로 보지 말고 내 주인공에다 모두 일임해서 놨을 때, 그러고 자기한테 용도에 따라서 다가오는 그 모두를 건건이 거기에다가 놓고 거기서만이 할 수 있다는 그 믿음을 진실하게 가질 때, 하늘이 무너져도 거기다가만이 할 수 있을 때, 죽고 사는 것을 탓하지 않을 때, 그런 때에 비로소 편안하면서도 그 모두를 카바할 수 있고 모두를 자유스럽게 대권을 얻을 수가 있다. 그것이 바로 아까 얘기했던 거와 같이 진실하게, 진실하게 믿고 진실하게 놓고 진실하게 행하고, 진실하게 부드럽게 말할 수 있는, 뜻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마음 태세가 된다면 진실하게 구함도 나올 것이다. 그러고 진실하게 깨닫는 소식도 얻을 것이다, 라는 얘기예요.
그러니 그 편안함, 편안함도 여러 가지겠지마는 그냥 무조건 '옛다 봐라, 죽지 않으면 살기지' 이러고 놓는 거하고, 믿고 놓고 편안함하고 다른 거죠. 진짜 이 부처님 모두가, 아까도 제일 처음에 얘기했듯이 내 스승 아님이 하나도 없다고 했을 때, 그렇게 감응이 된다면 내 아픔 아님이 하나도 없어요. 그랬을 때에 그 한마음이라는 것은 그거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런 뜻이니까. 잘 그대로 거기에 맡기고 믿고…. 믿지 않는다면, 설 믿는다면, 잘 되는 거는 '아! 감사하다' 이렇게 했는데 고 다음에 가서 안 되니까, 안 되니까 아, 이건 이것 또 도루묵이 돼 버려. 안 되니까. 이거 봐요. 안 되는 것도 법, 되는 것도 법이라는 걸 아까 얘기했죠. 선업 악업을 다 놔라, 이거. 만약에 회사를 경영한다면 높이 놓을 사람은 높이 놓고, 얕게 놓을 사람은 얕게 놔야 일이 되지, 그 작업을 못 한대서야 어떻게 할 수 있겠소. 회사를 경영할 수 있겠소. 그런 거와 마찬가지로 부처님 법에도 악업 선업을 다 놓고 배워야….
고거를 비유해서 한번 얘기하죠. 어떤 사람이 승진을 시켜달라고 아주 정성을 지극하게 들였어요. 그것도 뭐 이루 말할 수 없이 지극하게 들였어요. 그런데 고만 빠꾸가 돼버렸어요. 그러고 남이 그 자리에 와 가지고선 월남을 가게 됐단 말이에요. 월남을 가서 고만 전사를 해서 왔다구. 그렇게 되고 난 뒤에 다시금 승진이 되니까 어떻게 됐겠어요. 처음에 진실히 했는데 아니, 빠꾸가 됐으니 어떻게 됐겠오? 그 믿음이라는 게 산산조각이 났겠지. 그렇게 해서는 안 되지. 그래도 뜻이 있으니깐 빠꾸가 됐겠지.
그러니까 얼른 쉽게 말해서 악업 선업을 다 놔라 하는 것은, 안 되는 것도 법 되는 것도 법이다 하는 것은 어떠한 까닭이냐? 그러한 데서 까닭이다. 자유스런 자유인의 대권을 얻었다면 불리하면 내려놓을 수도 있고 이익하면 올려놓을 수도 있어야지 되는 거지, 이익하거나 해롭거나 올려놓을 줄만 안다면 그건 망하고 마는 거야. 전쟁에 나가서 싸울 때도, 후퇴할 때는 후퇴하고 전진할 때는 전진해야 되는 거 아니겠어? 그런 능수능란 지혜가 없다면 어떻게 지휘를 맡아 가지고 일할 수 있겠나. 그와 똑같은 거야. 부처님께서 자유자재한다는 뜻은 아픔을 똑같이 느끼면서 모든 거를 이익하게, 이익하게 이끌어 주는 것이, 얼른 쉽게 말해서 아주 남용하고 모든 일에 부정으로 가고 모두 저거하면 그냥 부정으로 가는 사람은 부정으로 가게끔 그냥 해주는 거야. 자기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서 행해 봐야 '아이쿠!' 그때 가서야 아는 것이지. 그러니까 내려놓을 줄도 알고 올려놓을 줄도 알아야 자유자재의 대권을 얻었다 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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