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법문-4_1996년 12월 15일 번연히 알면서도 벌금을 내야 했던 이유
본문
질문: 제가 얼마 전에 6만원 짜리 벌금을 내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억울하고 해서 돌려놓으려 해도 안되고 해서 막 화를 내고 그랬는데, 그 건이 있은 후에 그보다 더 크게 10만 원짜리가 또 생겼어요. 근데 또 그렇게 안 돌려놔지고 그래서 또 화를 내고 그랬더니, 그 다음에는 30만 원 짜리 건이 또 터졌습니다. 근데 그것도 그렇게 억울하고 그래서 또 싸우고 그랬는데, 그 다음에는 45만 원짜리가 터지면서 화재가 나는 건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다시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왜 이렇게 번연히 알면서도 안 돌려 놔지고 화를 내고 그랬을까?’ 하면서 다시 반성을 했는데…. 그래서 인제 다 마음을 정리하고 또 그렇게 한 사람들까지도 ‘아, 내가 이렇게 다시 돌아보게 돼서 참 고맙다.’ 하고 다 돌려놓으니까, 돈은 내게 되었는데도 이렇게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졌습니다.
그래서 질문 내용은 안팎의 경계에 대해서 매일매일을 무심하고, 또 상황에 따라서 그냥 응하고, 그냥 먹고 마시고, 그렇게 그냥그냥 산다면은 그것보다 더 큰 향상의 도리가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큰스님: 우리가 못났든 잘났든 자기가 이 세상에 나왔기 때문에 자기로부터 상대가 있는 거죠. 그죠? 그런데 내면세계에서 당신을 이끌어 가는 데는 바로 그런 점에서 그것이 채찍질을 하는 겁니다. 그러한 돈이 걸렸더라도, 즉 말하자면 그냥 무심으로 돌리라는 게 아닙니다. 진짜로 믿으니까 ‘응, 이것도 주인공 너가, 너가 한 거지.’ ‘너가 한 거지’ 하면서 상대방을 고맙게 생각하는 거는 그 사람네들이 이 주인공으로 인해서 댁의 즉 말하자면 심부름을, 댁으로 인해서 심부름을 하게 됐으니까 외려 고맙죠.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사실이 그렇고 또.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삼십만 원이고 사십오만 원이고 거기까지 가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것을 자꾸 그렇게 상대방을 원망하면서 대립이 되니까 거기까지, 알려고 거기까지 간 거죠. 그러니까 한 번에 끝날 거를 두 번 세 번까지 이렇게 가게끔 된 거죠. 그러니까 우리가 하늘이 무너질 이치가 내 앞에 닥쳤다 하더라도 진짜로 믿고 주장자가 있는 사람은 그냥 허허 웃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웃을 수가 있는 겁니다. 그건 왜냐? 힘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믿지 않는다면 아니, 믿지 않는 거는 아닌데 믿지 않는 걸로 돼 있는 분들이 많죠. 주인공은 부르면서도 입으로만 불렀지, 진짜 자기 뿌리를 믿는 게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왜 나도 주인공을 찾았는데 왜 그렇게 나는 안되느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있죠. 그것은 벌써 바깥으로 나와 있는 거 아닙니까? 뭐 누구한테 물어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자기 양심을 보고 그 일이 안되는 걸 생각한다면 아, 틀림없는걸요, 뭐.
그러니까 오래 다니고 오래 안 다니고 간에 처음 와서도 한 번 일러준 거를 명심하고 오직 그렇게 쥐고 가는 사람, 즉 급박한 사람, 이런 분들은 좀 쉬운 거 같아요. 그래서 병만 우리가 낫자고 이거 공부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잘되자고 또 이렇게 믿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나왔다 하면 뿌리가, 종자가 뿌리가 되고 뿌리가 바로 자기 싹을 현실로 내놓는 겁니다. 그래서 싹은 보호받는 데가 어디냐 하면 뿌리로써 보호를 받는 겁니다. 그러니까 “상대를 보고 형상, 이름을 믿지 마라. 그것은 도깨비 장난과 같으니라. 그러니 너의 내면의, 너의 선장을 진짜로 믿어라. 너를 이끌어 가는 선장 말이야.” 그렇게 말씀하셨죠.
그러니까 우리가 이 내면 공부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어려운 게 아닙니다. 우리가 공(空)이 색(色)이고 색이 공이라 한 뜻도, 가만히 지금 우리가 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형편을 보면 그게 다 나와요. 보는 것도 바람과 같이 사라지고, 듣는 것도 바람과 같이 사라지고, 걸어도 뒷 발자국이 바람과 같이 사라지고, 그냥 모두 일거수일투족이 다 바람같이 사라지고, 내가 그냥 볼 뿐이고 들을 뿐이고, 갈 뿐이고 디딜 뿐이고 움죽거릴 뿐이지 앞뒤가 없어요. 떼어 놓는 대로 바람같이 사라지니까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우리가 안다면 그 가운데, 어떤 놈이 걷고 있느냐는 얘깁니다. 그 가운데, 바람같이 사라지는 공한 그 가운데 어떤 놈이 지금 현실에 걷고 있느냐는 얘깁니다. 움죽거리고 있느냐, 보고 있느냐, 듣고 있느냐, 어떤 놈이 그렇게 하고 있느냐는 얘깁니다. 그러니까 그놈 속에, 외부적으로는 그렇지만 그놈 속에 선장이 있기 때문에 지금 몸이 움죽거리고 보게 되고 듣게 되고 상대를 알게 하고 이렇게 한다. 그것을 잘 알아서 좀 실천으로 지니게끔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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