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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법문-58_1996년 7월 21일 자기가 한다는 마음 자체를 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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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지난번 법회 때에 스님께서 토론 형식으로 달마가 수염이 있는 게 달마냐, 없는 게 달마냐?” 하고 물으신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분별심에 대해서 여쭤보고자 나왔습니다. 제가 가만히 생각을 해 보면 수염이 있어도 달마고 없어도 달마고, 또 수염이 있다 해도 달마가 아니고 없다 해도 달마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저는 이 속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생업에 이렇게 종사하고, 항상 분별심을 일으킵니다. 분별심을 일으키지 않으면 생명이나 모든 생명체가 생존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자연과학을 공부하는데, 늘상 따지고 이게 맞는가 저게 그른가 하고 분별심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부처님 마음공부를 하려면 분별심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니까 두 개가 모순이 됩니다. 분별심을 일으켜서는 안 되겠는데 분별심을 일으키지 않으면 이 속계에서 또 안 되니까 그것에 관해서 아까 그 수염이 있어도 달마고 없어도 달마고 하는 그런 것, 제가 또 다른 분별심을 일으켜서 질문을 드리는지는 모르겠지마는 분별심에도 헛된 망상된 분별심이 분별이 있는지, 아니면 제대로 정확하게 보는 분별심은 그게 곧 지혜로 이르는 길인지 그걸 여쭙고 싶습니다.

 

큰스님: 수염이 나도 달마고, 수염이 안 나도 달마고 그렇다면 무효죠? 그렇죠?

질문: . 그렇습니다.

큰스님: 표현을 하자면, 그런데 그런 표현으로 해서 꽃이 피는 게 아닙니다. 붉게 익은 꽃이 피려면 그런 말대답으로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또 이차적으로 말할 때 분별은, 분별은 분별입니다. 분별을 하되 분별이라고 하지 말고 인간으로서 지금 연구를 하신다고 그랬는데 모든 거를 생각하되 함이 없다 이겁니다. 함이 없는 줄 알아라 이거예요. 그럼 댁의 육체 속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들어 있죠?

 

질문: . 그렇습니다.

큰스님: 그러면 더불어 같이 생각을 하지 왜 당신이 생각을 했다는 겁니까? ()했죠? 그럼 공체(共體)로서 공심(共心)으로서 생각한 게 아닙니까? 자기 혼자만이 그 생각을 한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자기가 봤다, 자기가 생각한다 이런 마음 자체를 떼어라 이겁니다. 그냥 공심에서 공 생각을 한 거죠. 공심으로서 한생각을 하는 거지, 내가 생각을 했다느니 안 했다느니 이런 이유가 붙을 자리가 못 되죠. 그러니깐 여러분들한테 사랑을 하지 마라, 돈을 벌지 마라, 무슨 욕심을 내지 마라 이런 게 아니고, 하되 하지 말라 이거죠. 함이 없이 하라. 모두 네가 혼자, 이런 말은 이 말 끝에 이 말을 해야 되겠군요.

 

어느 제자가 스승 곁에 이렇게 말을 했답니다. “나는 너무 세상이 복잡해서 산으로 올라가서 토굴을 묻고 공부하겠습니다.” 이러니까 그럼, 그렇게 해라.” 선뜻 대답을 하고 난 뒤에 '그러면 너, 내가 한 가지 말할 게 있다. 너 공부하러 가겠으면 육체 속에 있는 생명들 다 내놓고, 옷도 벗고, 물도 먹지 말고, 먹을 거 밥도 먹지 말고, 땅도 딛지 말고 모든 걸 너 혼자 한다니까 너 혼자, 다 내놓고 너 혼자 해봐라.” 이랬답니다. 그러니까 그 말끝에 고만 무릎을 탁 치면서 하는 소리가 아하! 모두가, 내 몸뚱이도 그렇고 모두가 일체가 둘이 아니게 모두가 같이 더불어 사는구나!’ 하고선, ‘지겨워할 것도 없고 내가 바로 그고 그가 나니까, 내가 어디로 간다 안 간다 할 것도 없구나!’ 하고 생각을 했더랍니다.

 

그랬듯이, 그것은 사람의 생각으로써 자기가 지어서 업이 되고, 자기가 지어서 착이 되고, 자기가 지어서 악행이 되고, 자기가 지어서 뛰어넘지 못하고 이러는 거예요. 마음은 체가 없어서 무한량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거칠 것이 하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당신 혼자 살아야 그게 되는 거지 더불어 같이 살고 있는데 어떻게 당신 혼자 무슨 물을 마셨다고 하고 물을 안 마셨다고 하고 이렇게 이유가 붙습니까? 그래서 공생이면서 공심 공체 공용(共用) 공식화(共食化)하고 돌아가는 이 살벌한 이 세상 속에서 우리는 그거를 터득하고 어디다가도 착을 두지 말면서도 어디다가도 사랑하지 않고 자비로써 베풀 수 있는 그 너그러움을 가져라.” 이런다면 입에 붙은 사랑이 아니고 아주 정직하게 실천하는 자비죠.

 

질문: 그러니까 분별을 하되 분별을 함이 없이 하라는.

큰스님: 그래요. 그것도 모두 가르치기 위해서 왜 달마에 수염이 안 났느냐고 하고 왜 수염이 있느냐고 하고 이렇게 말을 지어서 해놨던 거지. 그것이 그냥 말을 안 하면 상대방에서 생각을 할 수 없고 배울 수 없으니깐 그렇게 한 겁니다. 그런 걸 또 요사하게 말을 해놓으면 그 말을 따라서 또, 알지도 못하고 그냥 이렇게 한다면 그게 망발이 되니까 선지식들께서 말씀들을 안 하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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