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법문-59_1997년 3월 16일 주인공만이 할 수 있다고 진짜로 믿는다면
본문
질문: 하루하루 견디기 힘들 정도로 육체적 고통들이 있는데 단순히 이런 차원에서 끝난다면 제가 이렇게 큰스님께 질문을 드릴 이유도 없지만 육체적 고통 뒤에 보이지 않는 마음들이 있어서 때때로 제 마음을 돌아다보면 육체적 고통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기도 하고 뭔지 모를 마음의 희열들이 느껴집니다. 저 자신에게도 해당되겠지만 모든 인간들에게도 육체적 고통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바라볼 때 마음공부 하는 것 하고 육체적 질병의 관계에 대해서 알려 주시기를 첫 번째 청하고요. 또 한 가지는 저하고 같이 온 분이 제가 질문을 하러 나가니까 부탁을 하셔가지고 제가 대신 여쭙겠는데, 수련 중에 수마를 이길 수 있는 방법들과 잠을 좀 적게 잘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큰스님: 그거야 뭐 어렵지 않지. 그런데 댁이 어떠한 고통이든지 막론해 놓고 어떠한 고통의 용도든지 그것이 인간이 살아가면서 하나만 있는 게 아니거든. 그거 하나 지나고 나면 또 오고 또 오고 이런 게 있어. 사는 게 그렇고 진리가 그러하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나한테 닥쳐올 때마다 자기 주인공인, 즉 말하자면 자기 몸뚱인 싹과 같고 자기 주인공은 뿌리와 같은 거야, 불성이라는 게. 그러니까 그 싹은 뿌리를 믿고 거기에다 모든 것을 ‘너만이 할 수 있어.’ 이 마음이라는 건 체가 없어서 광대무변하거든. 그러니까 어떤 거든지 처리할 수 있는, 그 구성된 하나의 바로 불성이니까. 불성이 중심을 꿰어서 바퀴가 돌아가듯 하는 거니까.
그러니까 너만이 모든 거를, 마음이 의욕이 생기고 편안케 할 수 있고, 너만이 병을 낫게 할 수 있고, 너만이 가정을 화목하게 할 수 있고, 너만이 나를 이끌어 줄 수 있다 하는 믿음을 진실하게 가지고 진짜로 그렇게 한다고 믿는다면 차차로 살아나가는 것도 편리해지고 또 가정도 편리해져, 차차. 마음이 한마음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우연 중에, 부처님 일체 마음이 바로 비 내리듯 해서 나의 마음을 촉촉하게, 식구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거야. 그게 자비의 꽃과 같은 꽃잎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그렇게 되면 서로서로 살기도 여유가 있어지고 사람의 마음도 여유 있어지고. 그러니 사람의 혈색이 좋아지고 사람이 의욕이 생기잖아?
그러니까 모든 거, 어떤 거든지 용도에 따라서 그렇게 하란 말이야. 다스리는 그 선장한테 맡기란 얘기야. 그리고 아까 잠 얘기했는데, 공부하는 사람들은 졸리면 자고 또 졸립지 않으면 일어나고, 배고프면 밥 먹고 또 똥 누고 싶으면 똥 누고, 세 가지 네 가지 이 자체가 그냥 전체 진리에 관한 건이 몽땅 다 그 자리에 들어 있어. 그러니까 그렇게 말들도 하지만 지금 속가에서 살면서 잠을 너무 자도 안 되고 너무 안 자도 안 돼, 또. 너무 안 자도 몸이 망가지니까 안 되지. 그러니까 아주 적중하게 알맞게 자고 알맞게 깨라 이거지.
그건 왜냐하면, 우리가 그건 다 지내 봐요. 우리가 그전에, 세 시 반에 일어나서 도량석하고 종송하고 예불 올리고 그런다고. 그리고 눈이 오면 또 쓸고. 우리 전체, 내가 그렇게 해봤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눈이 와서 목탁을 들 수가 없이 그랬어도, 그렇게 치면 손이 얼어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렇게 눈물이 흐를 수가 없어. 고맙고…. 그 쇳송 소리가 어디만치 가느냐 하면 이 우주, 우주 대천, 삼천대천세계를 다 그 소리가 돌고 또 남음이 있어. 그렇기 때문이야. 쇳송하다가도 그 쇳송하는 소리 그 자체가 그냥 전부 내 눈물이었어. 그랬듯이 하여튼 모든 생활이 공부니까 열심히들 해봐. 자는 것도 우리들이 하는데 세 시에 일어나면 줄창 그 시간이면 일어나야겠으니까, 일어나야겠으니까 아주 못을 박은 거 아냐, 우리가? 그러니까 저절로 그 시간이 되면 깨워져, 그냥 깨워져! 지금도 그 시간이면 깨워진다고. 지금 내가 안 하고 모두 이 스님네들이 하는데도 내가 깨워진다고.
그러니까 얼마나 그게 딱 한 번, ‘이 시간은 깨워져야 돼.’ 하면…. 그러니까 아홉 시에 자걸랑은 즉 말하자면 여섯 시에 일어나기로 하든지, 다섯 시에 일어나도 되겠지. 다섯 시에 일어나도 능준하지. 하니까 열 시에 자면 또 한 시간 저거해서 여섯 시에 일어나든가. 인제 그렇게 적중하게, 그저 사람이 사는 동안 여섯 시간 반이나 그렇게 자면 족하지 않아? 난 족하다고 봐. 일곱 시간, 여섯 시간 뭐 여섯 시간 반, 우리 나이 먹은 사람을 향해서 얘기야. 젊은 사람들은 여섯 시간이면 족하지 않나 이렇게 보지.
하여튼 어떻게 됐든지 잠자고 싶으면 잠자고 깨고 싶으면 깨고, 이러란 말입니다. 잠자는 것도 좌선이요, 섰는 것도 좌선이요, 일하는 것도 좌선이요, 누운 것도 좌선이요, 앉았는 것도 좌선이야. 이 마음이 좌선이 돼야지 몸뚱이가 좌선을 한다고 해서 좌선이 아니거든.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면 좌선이지. 그러니까 잠자는 것도 구애받지 말고…. 잠이 안 온대? 잠이 많이 자진대? 잠을 너무 지나치게 잔다 이거죠?
질문: 그게 아니라 수련을 하는데 잠의 유혹이 너무 이렇게….
큰스님: 오, 수련하는데? 수련하는데 졸리면 그냥 자는 것도 수련이야. 이 공부가 왜 편안한 줄 알아? 졸려서 자는 것도 수련이기 때문에 그냥 자는 거야. 편안하게 좀 배우라고. 그래서 몸을 그냥 움치고 그냥 우그려뜨려 앉혀 놓고선 애쓰게 만드는 게 그게 수련이 아냐. 자유스럽게 몸을 두면서 이 마음이 움죽거리지 않게 하는 거야. 어때? 모두 단전호흡한다고들 해 가지고 병이 들어 가지고선 나한테 와서 그걸 고쳐 달라 그러는데, 그래서 그렇게밖엔 할 수가 없어서 관하는 거 가르치고 그래서 많이 더러 나았지.
그런데 그거 만들어 가지고…, 이게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문을 열고 나올 줄 알아야지. 문을 열고 그냥 들여보내기만 하고 빼낼 줄 모르면 그건 병들지, 그냥. 혈관 조절하기 위해서 단전호흡이 필요했던 거야, 스님네들이 예전에. 피 순환을 시키느라고, 앉아서 하니까. 근데 그것을 넣었다가 확 펴서 운기를 다 빼야 될 텐데 넣기만 하고 그냥 할 줄 모르니까 그냥 거기서 정수리로 뜨거운 김이 막 나가고 귀로 빠지고, 떨리고, 기를 빼지 못해서. 항상 먹는 그릇도 물을 떴으면 먹고, 빈 컵이 나가서 다시 물을 먹고 싶으면 떠야 이게 정상인 거라. 근데 이게 우리 지금 공부하는 것은 다 그런 거거든, 지금. 그런데 여기다가 붓기만 하고 이걸 먹을 줄도 모르고 남을 줄 줄도 모른다면 이 물은 썩게 마련이거든.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말고 졸리면 그냥 자라 그래. 자는 것도 좌선이기 때문에. 구애받지 말고. 주인공에다 모든 것을 맡겨놓고, 자게 하는 것도 네놈 안 자게 하는 놈도 네놈, 먹게 하는 놈도 네놈, 못 먹게 하는 것도 네놈, 살게 하는 것도 네놈, 못 살게 된 것도 네놈. 그러니까 잘 생각해서 그냥 맑은 물로 만들어서 먹게 만들어야지. 안 그래? 이해가 가? 이해가 안 가지? 근데 그거 한번, 자기 뿌리의 그 불성을 믿고 한번 해봐, 그렇게. 난, 날 고깃덩어리인 날 믿으라는 게 아니야. 날 따르기만 하고 믿진 말아. 믿는 건 네 주인공 너 바로 불성을 믿어라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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