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원 낡은 방석은 가고, 김장은 시작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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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원 종무소엔 여러 개의 의자가 있습니다.
종무소 식구들 의자와 사중 일을 돕기 위해 수시로 오시는 임원단 보살님들의 의자들입니다.
그 의자 위에는 낡고 낡은 방석이 놓여 있었습니다.
낡았다는 단어를 두 번 이나 이어 쓸 만큼 정말 꼬질꼬질 낡은 방석이었지요.
새 방석으로 바꿔도 벌써 바꿨어야 할 방석인데도
버젓이 의자위에 놓여 ‘아직 나의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하는 듯 했지요.
그 방석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은 종무소 식구들.
오래 사용하다 보니 몸에 익고 편안한 이유도 있겠지만
도량의 삼보정재를 허투루 쓰지 않으려
평소 어떤 물건을 구매할 때라도 인터넷을 샅샅이 검색해
단 돈 몇 십 원, 몇 백 원이라도 싼 것을 고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고
국제 시장에서 발품을 팔며 저렴하면서도 좋은 품질의 물건을 구매하려고 애써온 이들입니다.
그러니 낡은 방석을 버리고 새 방석을 구매하는 걸 미루고 미룰 수밖에요.
그러던 어느 날,
국제 시장에 김장 준비를 위해 나가셨던 스님께서
의자 개수대로 방석을 사들고 오셨습니다.
"이제 제발 방석 좀 바꾸라"고 몇 번을 말씀하셔도 미동이 없자
스님께서 결단을 내리신 것이죠.
직원들과 신도님들을 위해 새 방석을 사 들고 오신 스님의 마음에 감동받고
의자 위에 새 방석을 놓고 앉아보며 그 푹신함에 절로 감탄이 났습니다.
김장이 시작된 오늘, 오전 배추 절이기를 끝낸 후 잠시 사무실에 오신 신도회 회장님께서는
“아이구~ 이렇게 좋은 방석에 앉으니 귀한 대접을 받는 것 같아요.”하며 기뻐하셨어요.
삼보정재를 아끼는 마음이야 스님께서도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낡은 방석을 새 방석으로 바꿔주시는 그 마음은
낡은 방석도 기꺼워하며 오래 오래 쓰는 종무소 식구들의 마음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렇게 사부대중이 함께 마음으로 깊이 위하며
서로의 성장과 진화를 위해 나아가는 이 도량에서
오늘과 내일 김장울력이 이어집니다.
내일 맛 볼 김치 맛이 기대됩니다.
폭신한 방석보다 더 새로운 맛이 나겠지요?
방석은 이미 사흘 동안 익숙해져 버렸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