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원 여러분에게 100일은? - 대입 100 정진을 회향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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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인생에서 100일은 긴가요? 짧은 가요?
세 달하고 열흘의 시간 동안 한마음선원 부산지원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100일은 백년, 천년을 변화시킬 수도 있는 엄청난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지난 8월 4일,
대입, 고입 100일 정진이 시작되었습니다.
정진이 시작되던 그 때만 해도
‘내 아이 수능 시험 잘 보길’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하루하루 정진이 이어지는 동안
대행 스님의 법어집을 함께 소리 내어 읽고
뜻으로 푼 경전도 함께 독송했습니다.
아이들에겐 공부하라, 공부하라 잔소리는 많이 했지만
막상 엄마는 소리 내어 글을 읽어 본 게 언제였는지 까마득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소리 내 법문과 경전을 독송하는 동안
그 뜻이 너무나 명료하게 마음에 와 닿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무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 즈음에는
백일 정진에 동참했던 엄마들과 할머니들의 마음도 열매처럼 익어갔습니다.
어느새 ‘내 아이’는 ‘이 땅의 모든 아이들’로 바뀌었고
‘수능 점수 잘 받기를’바랐던 엄마 욕심 대신
‘아이가 행복한 길을 찾기를’ 바라는 아이를 위한 한마음이 되어 갔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비로소 아이가 있는 그대로 감사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게
저절로 알아졌습니다.
아이를 향해 웃음이 절로 피어났고
아이가 주위의 기대로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보였습니다.
아이가 고마워서 눈물이 났고
그동안 너무 부담을 준 게 미안해서 눈물이 났고
이제라도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어 눈물이 났습니다.
눈물이
얼마나 많은 것을 씻어내는지
또 얼마나 따뜻하게 세상을 감싸는지도 알았습니다.
100일 동안 그동안 모르고 지나왔던 것을 너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11월 12일 수능일이 왔습니다.
아이는 시험장에 시험을 보러 가고
엄마는 딱 100일째 정진을 마무리하는 회향일입니다.
100일 정진에 동참했던 대중들은
금강경 독송, 대행 스님 법문 시청, 금강경 독송을 이어가며
아이들이 시험을 끝내는 시간까지 정진을 계속합니다.
아이들이 12년 동안의 학교 공부를 수능 시험으로 가름하는 동안
정진 대중들은 100일 정진을 회향하는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자연물로 아이를 위한 마음을 내는 꽃꽂이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한 사람 한사람이 저마다 다른 자연물을 주워 와 만든 하나하나의 꽃꽂이를
모두 모아 큰 작품을 완성합니다.
‘내 아이를 세상을 위해 어떻게 키울 것인가’
이 마음을 담은 꽃꽂이를 하는 것, 그것이 정진 대중들에게 주어진 미션입니다.
솔방울이 침봉을 대신해주고, 낙엽, 들꽃, 나뭇가지들이 모두 좋은 소재가 됩니다.
어떤 보살님은 귤에 석류를 꽂기도 하여 세상에서 유일한 꽃꽂이를 마쳤습니다.
“눈에 띄는 큰 나무를 주워왔는데 큰 나무기둥처럼
너그럽고 사람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앞선 사람은 아니더라도 함께 하는 이들을 어떤 존재라도 허투루 보지 않고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꽃꽂이를 하면서 하찮아 보이는 것도 가져다 놓으니 다 소중하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되었어요.”
“눈에 잘 안 띄고 못 생긴 것이 눈에 들어와서 주워왔어요.
나도 아파봤고 나도 못나 봤는데 너도 나 같구나.
시멘트가 박힌 돌을 보며 돌도 아니고 시멘트도 아니지만
너도 소중하다 하면서 주워와 장식을 해봤습니다.”
“민들레 꽃씨를 귤에 꽂아서 장식했어요.
큰스님께서 지구에 오실 때 주인공 씨앗을 뿌리러 오셨는데
하나의 하나의 씨앗이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이 듭니다.
마음밭을 갈려고 온 우리 모두가 서로 보듬고 베풀면서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파릇파릇한 것은 생명이라 떨어져 있는 낙엽으로 꽃잎을 표현해서 한송이 꽃을 표현했어요.
딸도 꽃처럼 활짝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렇게 귀한 마음들이 담긴 꽃꽂이를 어디서 만날까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자녀를 위하는 그 마음들을 한데 모아 거대한 하나의 작품을 이룹니다.
그 과정에서 내 꽃꽂이가 돋보이겠다거나 하는 고집은 아예 없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은 은하수처럼 길게 흘러내렸습니다.
은하수로 표현하기로 한 이야기를 들으니 작품이 주는 의미가 더 특별합니다.
“예전에 큰스님 독일대법회 동참했을 때 밤12시가 넘어 독일하늘에서 은하수를 본 적이 있어요. Milky way라는 말처럼 우유 빛으로 무수한 별들이 무리지어 길게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늘 고3 정진하시는 어머님들이 각자 마음을 담아 꽃꽂이를 하시는 마음이 하나하나 별처럼, 오늘 수능을 치르는 자녀들의 근본에 불이 들어와서 같이 환하게 밝아져 긴장하지 말고 잘 치를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봤습니다. 서로 격려하며 같이 가자는 마음으로 은하수로 표현해 봤습니다.”
꽃꽂이가 끝나고 금강경 독송을 이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잠시 앉아 있었습니다.
목탁소리는 높게 목소리는 낮게 울려 마음이 절로 편안해 집니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이 소리는 우주를 울리고
아이들의 마음까지 닿겠구나 싶었습니다.
아이로 인해 시작한 대입 100일 정진.
100일 동안 여일하게 정진을 이어온 대중들의 100일째를 함께 해보니
그분들은 아이로부터 독립하여 ‘세상의 아름다운 한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내는 사람이 있어 고마웠습니다.
이 분들 덕분에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아이들이 거대한 은하수를 장엄하는
별로 빛나게 될 겁니다. 이건 허황한 상상이 아닙니다.
100일 동안 부산지원 100일 정진에서 일어난 변화는 그 이상의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