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지르고 누가 내려놓나?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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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지르고 누가 내려놓나?

본문

질문

멀리 울산에서 스님의 설법이 담긴 책과 영상물을 접하고 제 마음에 단비를 맞은 지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스님의 설법대로 생활 속에서 겪는 온갖 어려움과 기쁨과 슬픔까지도 내려놓고 또 내려놓으면서 막연히 내가 지금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누가 저질러 놓고 누가 내려놓는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거기서 더 이상 진전이 없습니다. 가르침 바랍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아무 생각 없이 걸음을 쭉 걸어나가는 것이 우리가 세상사는 길이에요. 발이 걸어 주지 않으면 움죽거릴 수가 없지요. 손이 놀려 주지 않으면 뭘 잡을 수가 없지요. 눈으로 봐 주지 않으면 무엇을 볼 수 없지요. 귀가 듣지 않으면 또 안되지요. 하나서부터 열까지 더불어 같이 그렇게 해 주지 않습니까. 그런데 내가 어디 따로 있습니까?

내가 따로 내 집을 가지고 산다. 내가 따로 먹을 것을 해 놨다.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팽개치고 살아도 누가 도둑질 안 해 가요. 모두가 자기 게 아닌 걸요. 자기 모습도 자기가 아니에요. 그래서 제일 급한 것이, 여러분이 모두 공했다는 도리를 알아야 하는 겁니다. 공했다는 뜻이 무엇이냐? 내 몸을 놓고 봐도 공한 걸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몸 속의 세포 하나 하나에도 생명의 모습들이 가지각색으로 전체가 움죽거리고 있죠. 의식들이 말입니다.

그러나 그냥 있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나는 가서 이것을 취해야겠다’고 한다면 그 의식들도 ‘가서 이것을 취해야겠다’ 그러고 같이 가요. 가는데 어떤 게 밟히든 걸리든 상관이 없다한다면 그 의식들도 그렇게 함께 하는 겁니다. 우리는 이것을 가리고 저것을 가리지만 의식들은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서 그냥 갈 뿐입니다. 벽도 봇장도 산도 물도 따로 없이 그냥 사람이 하는 대로 함께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공생(共生)입니다. 공생이라고 할 수 밖에요. 달리 말을 할 무엇이 없습니다. 부처님 진리를 더 말할 게 없다는 거죠. 본래 공생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공생으로 살기 때문에 공심으로 산다, 의식 전체가 다 공심이다, 공심으로 살기 때문에 우리가 공체로 산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모르고 죄를 지으면 모르고 받게 마련이고, 알고 짓는다면 알고 받게 마련이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절대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이 잘못되고 잘되는 것이요. 그러니깐 공한 그 중심에다가 다 맡겨 놔라 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더불어 같이 살고 있으니까 공생이 아닙니까? 공생 공심 공체 공용 공식하고 같이 돌아가는데, 더불어 같이 살아나가는데 뭐이 내가 따로 있는가 말입니다. 내가 지은 죄가 있나 하는 것을 생각해 봐요.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막 해도 되는 것은 아니죠. 그러니까 모든 것은 자기 마음으로 다스려서 불기둥, 즉 말하자면 중심에다가 모든 거를 놔라 이거예요. 거기다 맡겨라. 돌아가는 수레가, 바로 우리 몸이 거기에 꿰어서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악과 선도 거기 몽땅 놔야 해요. 악한 것은 “선하게 이끌어 줄 수 있지 않느냐” 하고 놓고, 선하게 돌아가는 거는 감사하게 놓고, 모든 거를 한 군데다가 놓는 것이, 공해서 본래 없는 것이므로 내가 따로 없다 하는 말이나 같은 말입니다. 따로 내가 없는데 따로 있다고 한다면 잘못돼 돌아가는 거죠.

독불장군이 없습니다. 더불어 같이 돌아가고 있죠. 그러니까 그것을 완벽하게 알 때까지는 모든 것을 거기다 놔라 이겁니다. 그게 죽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내가 공해서 세울 게 없고 내가 한 게 없다는 이 도리를 알면은 살면서도 아하, 내가 따로 없다는 것을 알게 돼요.

그러니 따로 알 것이 없다고 하는 그 중심 자체를, 바로 자기 주인공을 딱 잡고 닥쳐오는 대로 ‘너만이 그렇지 않게 할 수 있어.’ 하고 거기다 놓는 겁니다. 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할 수 있다’입니다. 어떠한 거든지 무조건 다 그렇게 해 나가신다면 서서히 내가 없는 도리를 맛보고 체득하게 되어 원만 자재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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