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에 벗어나 자유인이 되려면... > 길을 묻는 이에게

그렇게 물에 뛰어들 수 없었던 거는 자기가 있다는 증거거든. 자기가 있다는 것 때문에 못 뛰어든 거지, 자기가 없다는 거를 알았으면 뛰어들 것도 없고 뛰어들지 않을 것도 없지. 그냥 무사통과지. 그런데 자기가 꼭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 답답한 것도 내가 있다는 것 때문에 답답한 거거든. 내가 없다는 걸 알면 답답한 것도 없어. 왜냐하면 세월이 끝도 없고, 시발점도 없고 종점도 없단 말이야.

그러니까 죽기 전에, 사람이 이렇게 살아 있을 때에 구경경지를 이루어야지 죽고 나서는 부딪침이 없으니까 공부를 하나도 못해. 여기서는 이렇게 내가 있고 상대가 있고, 나무니 돌이니 사람들이니 나쁜 거니 좋은 거니 다 이렇게 상대가 있으니깐 공부를 하지만, 그리고 눈 달리고 귀 달렸으니까 다 할 수 있다고. 그렇지만 죽고 나서는 부딪침이 없기 때문에 공부 못해. 그렇기 때문에 살아서 대승이 되고 살아서 벗어나지 못하면 안 된다 이런 거거든.

그래서 내가 그냥 찰나찰나 화해서 한 발 디디면 한 발 없어지고 한 발 디디면 한 발 없어지고, 이거 보면 저거 봐야 하고 이거 들으면 저거 들어야 하고, 이 사람 만나면 저 사람 만나야 하고 이거 하면 저거 해야 하고 이럴 뿐이지, 그건 바람같이 그냥 자꾸 한데로 돌아 달아나가고 만다 이 얘기야. 우리가 밥 먹고 똥 싸고 그냥 그렇게 돌아가듯 말이야. 우리가 만날 했던 거 되풀이하고 있잖어. 먹고 싸고, 되풀이하지? 그리고 자고 깨고. 그런데 그게 남아 있는 게 있느냔 얘기야. 초월해서 그냥 돌아가니까 남아 있다 남지 않았다 이런 말도 붙일 게 없는 거지. 우리 먹고사는 것도 아무것도 붙일 게 없어.

그러니까 생각해 보면 그렇게 무한의 마음이 우리가 지금 인생이 돌아가는 게 이 육신이 온 것만 해도, 사람으로 온 것만 해도 참, 불행 중 다행이란 말이야. 우리가 여기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은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벗어날 수 있는 거거든. 그래서 인간으로 태어난 걸 한탄 말고 열심히 닦아라 이 소리지. 열심히 닦으라니깐 또 뭐 닦을 게 있어서 닦으라는 줄 알지 말고. 물건이 없는데 닦을 게 어딨고 먼지 앉을 게 어디 있겠니? 육조스님 말씀말따나.

그러니까 그렇게 한 발 한 발 자꾸 없어지는데, 내가 뚜렷하게 있어서 지금 산다고 생각을 하지 말라 이거야. 나는 공부하기 위해서 환상으로 지금 상대를 부딪치고 돌아가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살아서 그 뜻을 알아야 불구덩이도 물 바퀴도, 지옥고도 늠름히 갈 수 있어. 오히려 그 사람이 가는 데마다 발자국마다 다 없어지니까! 그러니까 영화가 따로 없다 이거야. 지금 산 사람들도 탈렌트들이고, 죽은 영들도 탈렌트 영들이고 세상 돌아가는 게 전부 연극이고, 모두 전설의 고향 같고 그래.

그러니까 먹으려고 애를 쓰지도 않고 입으려고 애를 쓰지도 않고, 살 양으로 사람 죽이지도 않을 거고 그러니까 그 한 불도량에는, 그 한 도량은 너무나 신선하고 좋아서 낙원이란 얘기야. 그러니까 자유롭고 자유로우면서도 하나도 괴로움이 없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여기서 살 때 보던 물질적인 것들을 다 보고 해보기도 하고 이러고 돌아가니까 그게 극락이지 어디냐? 그래서 그런 극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에. 우리들의 마음 자체가 그렇게 되면 바로 이 중세계를 벗어나니깐 극락이다 이거야. 그러니 살아 생전에 이곳에서 그 불도량의 맛을 봐야지 어디 가서 다음 세상에 그런 것을 기대할 데가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