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에 이르는 과정...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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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에 이르는 과정...

본문

질문

스님께서는 모든 것을 근본에 맡기고 살아가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내 앞에 닥치는 모든 것을 근본에 맡기고 살아가기만 한다면 깨달음에 이르게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실 수는 없는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눈먼 거북이가 물 속에서 바깥 구경을 하지 못한 채 항상 허우적거리는데 거북이가 생각하기를, 세상에 나와서 바깥 구경도 못하고 항상 쏜살같이 내려가는 물을 휘젓고 빠져가면서 이렇게 산대서야 이거 살았다고 할 수 있겠나 하고 한탄을 했더랍니다. 그러니까 그 거북이도 수십 번을 진화해서 거북이로 태어나다 보니까 그런 생각도 했겠죠.

그래서 고생 안 해본 사람은 고생하는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는 말이 있죠. 그렇게 고생을 하다보니까 좀 마음이 여유가 생기고 죽어도 고만 살아도 고만 이런 목숨을 살아 뭘 하나, 물 밖도 구경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물 속에서 항상 이렇게 헤매고, 그러다 보면 남한테 잡혀 먹히기나 하는 생명이 살면 뭘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선 쏜살같이 내려가는 물 속에서 그냥 튀어 올라왔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튀어 올라온 그 시각에 바로 뗏목이 떠내려가다가 탁 마주쳤다는 얘깁니다.

우리가 지금 공부하는 것도 그런 격입니다. 그렇게 허우적거리고 그렇게 굴려놓고 또 거기다가 ‘너만이 할 수 있어’하고 항상 굴리다가 어느 때에는 뜬금없이 뗏목을 만난다는 것이, 다시 말하자면 뜬금없이 불성 기둥이 불쑥 솟는다는 그런 뜻과 같습니다. 그렇게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라고도 볼 수 있죠. 그런데 마음이 여유가 없으면 하늘을 어떻게 구경하겠습니까? 그래서 어쩌다가 죽으면 죽고 살면 산다하고 펄떡 나오는 동시에 뗏목이 탁 만나져서 올라서서 여유있게 구경을 했더랍니다.

몰론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눈 뜨고 귀 열린 사람은 살기가 좀 여유가 있겠지마는 눈 멀고 귀 먼 사람들은 사는 데 여유가 없습니다. 눈 먼 거북이나 똑같죠. 허우적거리며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따 죽을지도 모르고 지금 사는 거만 생각하고 욕심을 내고 건너지도 못할 걸 건너려고 애를 쓰고 그러는 거죠. 그래서 옛날에는 소나 코끼리로 비유를 해서 가르쳤습니다. 첫째, 자갈을 물려라. 둘째, 많은 식량을 욕심내지 마라. 즉 아무거나 먹지 마라 이 소리죠. 셋째, 길을 올바로 가게 하기 위해서 채찍질을 해라 하고 말입니다.

그것이 무슨 소리냐 하면 예전에는 소나 코끼리를 다스리고 길들이는 것으로 비유를 한 것인데 너무나 더디게 돌아가기 때문에 변하는 시대에 따라서 여러분한테 즉각적으로 하게 했던 것입니다.
자갈을 물려라 하는 뜻은, 여러분이 여러분의 몸을 다스리고 길들이기 위해서 자갈을 물리게 했던 것입니다. 안으로 모든 걸 굴려놔라, 이게 자갈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바깥으로 쓸데없는 말을 하고 그저 쏟아붓는 말을 하는 거를 금지시키기 위한 방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으로 굴려놓지 않는다면 자기를 맛볼 수 없으니까요.

밥을 주지 마라 하는 것은 안으로 공식을 구하라, 이런 뜻입니다. 안으로 공식을 구하고 바깥으로 탐욕을 내지 마라 이런 뜻입니다. 한마디로 해서 이렇게 말을 하지만 그 문제는 여러 가지로 표현될 겁니다. 그래서 공식을 구하라고 했는데 공식을 구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탐욕이나 욕망이 생기면 거기다 다 몰락 놔라, 그런 뜻입니다. 그래서 공식을 구하라고 한 것이죠.

셋째는, 지금 현상세계에서 가만히 보십시오. 길을 올바로 들지 못해서 남의 밭에 농사 지어놓은 거를 망치게 한다면 그 얼마나 타인이 손해를 보겠습니까? 그런고로 자기도 손해가 나는 일이죠. 이해가 갑니까? 그래서 예전에는 방편을 쓰되 야생마처럼 몽둥이로 때려줘라 이랬습니다. 야생 소처럼 그렇게 날뛰는 거를 두들겨 패라 이랬습니다. 올바로 길을 가라 이런 뜻이죠. 그래서 채찍이라고 말을 했죠. 그러니까 여러분이 자신을 길들이고 자신을 리드해나가고 자신을 이끌어 가는 데는 자기가 자기를 채찍질해야 된다는 얘기죠.

근데 여러분이 그렇게 해 가시고 있습니다, 지금. 왜 그럴까요? 내가 항상 말씀드렸죠. 수없는 억겁을 거치면서 자기를 형성시키고 진화시켜서 이끌어 가는 보배인 자기 불성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꼭 믿으라고 하는 것은 항상 자갈을 물려서 불성 기둥에다가 묶어주는 것이나 같단 말입니다. 가다가도 어떠한 일이 벌어지면 생각이 얼른 나게끔 말입니다. 그래서 이 공부는 죽든지 살든지 해야 되는 공부라고 누누이 말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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