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형제간에 섭섭한 일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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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희 집의 부모 형제간에 섭섭한 일이 있어서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저희 가족은 남달리 우애가 깊은 편인데 사소한 일이 생겨 평소에 제가 좋아하던 언니와 엄마께 섭섭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습니다. 마음을 내려놓으려, 주인공을 의지하려 애를 써보아도 섭섭한 마음이 항상 듭니다. 부처님 마음으로 돌아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오히려 남 같으면 잊어버릴 수 있을 텐데 각별한 부모 형제지간이라 좀체 지워버려지지가 않습니다. 저한테 마음을 깨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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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가족으로 맺어진 인연이라면 그건 피치 못할 일이지요. 전자에 인연이 있으니까 만난 인연들이거든요. 그건 뭐냐 하면, 인연이 있고 없고 간에 차원대로 만나는 인연이니까, 예를 들어서 금 차원이라면 금끼리 모이게 돼있고 무쇠 차원이라면 무쇠들끼리 모여서 살게 마련이거든요. 한가족이 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연이라는 게 없어요.
우리가 인연을 말하지만 모두가 줄줄이 매달려서 돌아갑니다. 인연이 없다고 한다면 독불장군도 있으련만 인연에 따라서 모두 공생을 하면서 공용하면서 공체로서 공식화하고 돌아가니까 모든 것이 인연에 의해서 나쁜 인연을 짓기도 하고 좋은 인연을 짓기도 하고 사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마음으로라도 뭐가 잘못되면 부모의 탓을 하고 조상의 탓을 합니다.
그런데 각자, 가족에 대해서 상대방의 탓을 하는 게 아니고 제각기 자기 탓을 해야죠. 자기가 그 자리에, 같은 차원에서 내가 태어났으니까, 잘했든 못했든 내가 있으니까 상대가 있는 거지, 내가 없다면 무슨 상대가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내 탓으로 돌리고 지극하게 근본자리에 관하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그것까지도 없어질 수 있다고 하는 겁니다. 참회를 할 수 있게끔 됩니다. 그렇게 해서 녹이는 거지 끊는 게 아닙니다. 끊는 거는 다시 이어질 수 있지만 녹이는 것은 둘이 아니게 녹이는 까닭에 아주 해말갛게 녹는 겁니다.
그렇듯 인연에 따라 만난 것일 뿐인데도 부모라는 생각, 형제라는 생각 때문에 이런 저런 기대들을 하게 되는데 그것 또한 자기의 소견이지 상대방 본래의 일은 아닙니다. 내게 있는 그 기대 때문에 실망도 하고 원망도 하게 되는 것이죠. 그것마저도 그 자리에 놓으세요. 그래야 형제라는 집착, 부모라는 생각에서도 한 발짝 벗어나 편안하게 대하게 됩니다. 높고 낮음을 다 둘로 보지 않고 일체를 다 놓고 사는 사람, 여여하게 그냥 놓고 갈 뿐이고 들을 뿐이고 볼 뿐이다 하는 그런 사람한테 열쇠는 맡겨집니다. 그러니 그런 괴로운 생각들이 이 공부를 해나가는 데에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도록 지극하게 관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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