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밝게 안 보여요.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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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밝게 안 보여요.

본문

질문

스님, 저는 스물 아홉 살의 청년입니다. 사회초년생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사람들의 이기심이나 뻔뻔함, 일반적인 건전한 상식을 어긋나는 일들을 보고 사회생활에 혐오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 직장을 그만두고 칩거중입니다. 진정 이러한 곳에 저를 묻고 살기에는 정말 마음고생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잘들 적응하며 사는 것 같은데, 왜 저는 이런 세상의 작태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리고 삶이 구차하게만 느껴지는 걸까요? 이렇게 비굴하게 살아야 하는 게 인간의 업일까요? 아니면 저만의 업일까요? 그렇다고 제 자신이 정말 깨끗한 인간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세상에 대해 밝은 면이 보이지 않으니 막막하군요. 이런 게 세상이려니 하고 두 눈을 질끈 감고 그냥 살아야 하는 걸까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누구나가 다 세상이 흔쾌해서 사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 초년생의 눈으로 볼 때는 이것저것 부당한 것이 많겠지만 세월이 지나서 그 모든 것들을 다시 본다면 어떻겠습니까? 모두들 모르고서 업식에 놀아나며 사는 모습에 애민한 정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사람이 없으면 부처가 없고, 부처가 없으면 사람이 없다고 한 까닭이 바로 그 까닭입니다. 그 업식으로 뭉쳐진 중생들이 아니라면 우리가 움죽거릴 수가 없고, 우리가 이렇게 좋은 공부를 해서 이끌어 가겠다는 생각조차도 없을테니 말입니다. 그러니 중생과 부처가 어디 둘이겠습니까. 우리가 만약에 구더기의 마음을 먹었거나 짐승의 마음을 먹었다면, 지각이 없고 마음이 넓지 못해서 조그마한 소견으로써 들입다 싸우고 증오하고, 사랑한답시고 남을 죽이고 그렇게들 살게 되겠죠.

세상의 부모들을 보십시오. 부모가 되려고 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진정한 사랑을 하려면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같이 전부, 요만큼도 남기지 않고 다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이 보살로서 응할 수가 있고, 천백억화신으로서 들고 날 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냥 어버이가 되려고 애쓰지도 말고, 어버이가 안되려고 애쓰지도 말고 자식이 부모에게 다 기대고 사는 그 믿음, 부모가 다 줄 수 있는 그 마음, 자비, 이런 것이 똘똘 뭉쳐서 그냥 오가면서 구르고 굴러서, 그것이 바로 여러분의 핵이 되고, 여러분의 불기둥이 되고, 그게 여러분의 불성인 것입니다.

그러니 이 뱃속에, 오장육부 세포에 들어 있는 업식으로써 뭉쳐진 그 중생들이 아무리 거기다 대고 쪼아도, 어떠한 액난이라든가, 어떠한 업이라든가, 어떠한 병고라든가, 가난이라든가, 어떠한 것이 오더라도 속지 마시고, 그것은 내가 전자에 살 때 선과 악을 지은 업식으로써 모두 나에게 뭉쳐진 것이니까, 내 거기 속아서는 안된다 하고 어떠한 걸로 보이더라도, 어떠한 말이 들리더라도, 어떠한 생각이 나더라도, 무엇이든지 주인공만이 해결할 수 있고, 주인공만이 감사할 수 있고, 주인공만이 나를 이끌어갈 수 있다 하고 관하는 겁니다.

또 주인공만이 나를 이끌어서 세세생생에 벗어나게 할 수 있는 그런 여건을 가졌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믿고 거기에 보림을 한다면, 그러고 뭉쳐 놓는다면, 과거에 카셋트에 녹음했던 노래가 다 없어지고 현실에 넣는 새 노래가 또 들어가서 담기는 거나 같게 됩니다. 과거에 지은 인연이며 생각의 고리들을 녹이게 되는 것이죠. 그것이 또 놓으면 또 없어지고, 또 놓으면 또 없어지고, 항상 그릇은 비어 있어서 무엇이든지, 우주 삼라만상에 어떠한 거든지 다 넣어도 두드러지지 않고, 다 내놔줘도 줄지 않는 그런 그 원통력을 스스로 얻어야 참 인간으로 사는 본의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상대의 주인공이 내 주인공과 둘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을 잘 끌고 다닐 거다 하고 믿고 맡겨놓을 때, 그리고 아주 속상해서 꼴이 보기 싫더라도 좋은 말을 해주고 부드러운 말을 해주고 따뜻하게 대해준다면,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데로 이끌어준다면 따뜻한 데로 고이기 마련이고 여름에 더울 때는 시원하게 자리를 해준다면 바로 시원한 데로 앉을 것이고, 그러니까 언젠가는 모든 것이 다 바뀔 수가 있는 거죠. 무엇보다 내가 바뀌니까 그대로 그렇게 되는 거죠. 그러니 그런 멋진 수행처가 될 수 있도록 내게 주어진 이 직장이라는 공부의 재료를 가지고 만가지 맛을 내서 융통성있게 자유자재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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