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식이 어떻게 영향 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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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 어머니께서 한마음선원에 나가셨던 것이 인연이 되어 저 역시 힘들 때마다 어머니께서 제게 주신 한마음 요전을 마음의 길잡이 삼아 나름대로 마음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제무역센터가 테러로 붕괴된 지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고통받고 있고, 또 많은 가정이 붕괴되어 버렸습니다. 어떤 악연으로 인해 이리도 많은 고통을 동반하게 되었을까요? 저도 지금 살면서 어떤 인연들을 짓고 있는가 하고 매일 생각하게 됩니다. 스님! 아무리 우리가 사는 이번의 생이 짧다고 하지만 이렇게 얽혀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긴 시간일수도 있습니다. 인연이 만드는 업식이 어떠한 정도인지, 우리들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고있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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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업식이라고 해서 아주 무서운 걸로만 생각하는데, 우리가 10년 동안 회사를 다녔다고 한다면 그건 업적입니다. 10년간의 업적이 있다고 하죠. 우리가 인생을 70평생 살았다 그러면 70평생의 업적이 남습니다. 살았다는 업적입니다. 업적이지 업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걸 업이라고 생각하니까 죄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취를 업적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업식이 고정되게 그냥 있다면 어떻게 자꾸 바꿔지겠습니까. 바꿔질 수가 없잖아요. 시대가 변할 수도 없고, 사람이 변할 수도 없고 늙어 갈 수도 없겠지요. 그래서 자꾸 변동이 되는 건데,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면 속에서도 이렇게 생각하고, 우리가 저렇게 생각하면 속에서도 저렇게 생각하고, 생각하면 생각하는 대로 작용을 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배어 있는 겁니다. 고정됨이 없이 돌아가는 거죠. 이거 해야 하고 저거 해야 하는데, 음식을 먹으면 음식을 먹는 대로 소화를 시켜야 하니까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가 사는 것이나 똑같습니다. 이것도 한 세계입니다.
우리가 고정됨이 없이 살고, 몸 속에 있는 것도 고정됨이 없이 돌아가고, 다 작용을 하고 살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우리 몸이 죽으면 그 생명들도 죽고, 생명이 죽으면 우리들도 죽듯이 고정됨이 없이 돌아가면서 작용을 합니다. 이걸 넣으면 이것 때문에 작용을 해야 하고, 저걸 쓰면 저걸 쓰는 대로 작용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머리를 썼다 하면 머리로 생각하는 것으로 인해서 혈관을 다 움죽거려야 되니까 뭐가 고정돼 있다, 짊어지고 나왔다고 하는 게 없는 겁니다. 무슨 죄를 짊어지고 나왔다 이런 소리도 없는 겁니다. 그래서 고정됨이 없는 걸 말해요.
우리가 만약에 각자 인간이라는 뿌리가 없다면, 아니 벌레의 생명도 생명인 그 뿌리가 없다면 사람으로 화해서 창조가 되지 못할 것이고, 또 우리가 지금 사람이라는 이 뿌리가 없다면 나무가 없을 것이고, 잎이나 가지도 없을 것이고, 꽃도 못 필 것이고, 꽃이 떨어지니 열매를 맺지도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뿌리를 믿지 않으면 안 되고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고 역대조사들이 말씀하신 것은, 엉키고 엉킨 그 뿌리가 바로 바라밀로 돌아갈 수도 있는가 하면 뿌리 자체가 바로 육적으로 돌아갈 수도 있으니 윤회로서 돌아갈 수도 있는 그 엉키고 엉킨 뿌리가 바로 업이 되고 과보가 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또 그 자체 뿌리가 바로 엉킴 없이 엉켜 있다면 우주간 법계가 될 것이고, 그것이 바로 만법의 이치가 되니 어찌 그것을 업이라고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한생각에 수미산만하게 업적을 지을 수도 있고 한생각에 수미산만한 거를 없앨 수도 있는 것입니다. 생각으로 지어서 잘못해 놓고 자기가 고를 받고 한생각을 잘해서 고를 받지 않는다는 걸 현실에서 입증해 보이지 않습니까? 화가 불같이 일어나는데 불같이 일어나는 거를‘허허, 이렇게 화가 나는 것도 가르치려고 그러는구나. 지금 바쁘게 돌아가는데 이 화가 불꽃같이 일어나는 거를 막지 못하면 큰일나겠다.’‘네가 해 놓은 거니까 네가 있다면 할 것이고 네가 없다면 못하겠지. 네가 알아서 해.’하고선 탁 누르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고 편안히 다시금 돌아간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부처님께서도,‘팔자 운명 그런 게 붙을 자리가 없다. 너는 항상 찰나찰나 공해서 돌아가기 때문에 항상 과거도 돌아가서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까 없고 현실도 공해서 없느니라. 그러니까 그대로 네 마음은 광대하고 무변하니라. 그러니 그냥 뛰어라, 벗어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직선적으로 뛰라고 하지만, 사실은 마음 한번 먹는 대로 뛰는 건데 그거 왜 못해요, 글쎄. 육신이 고통을 받으니 못해요, 왜 못합니까? 본래 내가 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내 뜻이 그러하면 부처님의 뜻도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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