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널 게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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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강이 없는데 배가 있으며, 배가 없는데 건널 게 있으랴.” 하는 이런 말씀이 있는데요. 강도 없고 배도 없고 건널 것도 없는데 깨친 사람은 무엇이고 미한 사람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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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강을 건널 게 없기 때문에 건너야 하겠죠. 다시 말해서 지금 질문하는 분이 예전에 다녀온 적이 있는 곳을 지금 한번 갔다 와 보세요. 어떠십니까? 그런데 지금 그곳에 가는 길에 강이 사이에 놓여 있다고 합시다. 그래도 가볼 수가 있겠죠? 어디에 뭐가 있고 어디에 뭐가 있는 거까지도 다 아시겠죠? 그런 것과 같이, 부처님의 마음은 그와 같아서 여러분도 그 도리를 넘어설 수만 있다면 그렇게 자유스럽게 살 수 있다 이런 겁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몇 겁을 거쳐 살아오면서 누적이 된 습성을 그대로 녹이질 못한다면, 죽어서도 내가 물을 건너가야 할 텐데 물에 빠져 죽을까 봐 물의 의식이 그렇게 있기 때문에 못 건너가고 불에 타 죽을까 봐 거기를 못 건너가는 겁니다. 또 불바퀴에 들어갈려고 해도 넘어서려고 해도 타 죽을까 봐 못 들어갑니다. 내 업식이 천차만별로 모여 있는 데를 건너가야 될 텐데 건너갈래도 그게 두렵고 무서워서 한 발짝도 떼어놓을 수 없이 못 건너갑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런 것을 말씀하신 겁니다.
내가 없는데 강이 어디 있으며 강이 없는데 배가 어디 있겠느냐, 그래 배가 없는데 건너갈 거는 어디 있겠느냐 한 거죠. 우리가 그 뜻을 나쁘다 좋다, 이게 틀렸다 옳다 이런다면 그냥 도의 길은 무색해지는 겁니다. 그대로, 이것은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경전을 많이 읽고 안 읽고 상식이 풍부하고 지식이 좋고 학식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대로 이건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도 그런 말씀을 드렸지마는 만약에 한 가정에 구정물이 닥쳤다 하더라도 마음으로 돌려놓고 맑은 물로 돌려놓는다면 맑은 물로 쓸 수가 있는 것입니다. 또 만약에 마음이 밀가루라면 밀가루에만 고집하지 마시고 밀가루가 화해서 빵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아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빵만이 아니라 국수도 될 수 있고 만두도 될 수 있고…. 그것은 원자에서 분자로 인해서 인연에 따라서 가공돼서 하나의 만두라는 게 나오는 겁니다. 그렇게 만들어 잡수라고 하는 소립니다.
모두가 아주 괴롭다고 말들만 하시지 말고 실질적으로 행동을 개시해서 바로 실천을 하는 데 묘미가 있다는 것을 아시고 또 그것이 마음의 발전도 되는 것입니다. 지금 세상에는 마음의 발전이 아니라면 극한 이 세상에서 살아나갈 수가 없습니다. 마음이 가만히 있으면 그냥 목석이지 그게 사람입니까? 그러니만큼 수 억겁을 거쳐 나오면서 경험을 했고 한마음 영원한 근본에 모든 것이 종합돼서 재료로 들어있기 때문에 이 생각 저 생각 다 나오는 겁니다. 스스로 입력이 돼서 말입니다.
그러니 부처님 법은 꼭 사찰에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분의 생활에 바로 쓰이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딴 데 있는 게 아닙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어떠한 용도에 따라서 닥쳐오는 그 문제들을…, 문제가 한두 건입니까? 임신을 한다 하더라도 장애자를 낳을 수도 있는 거고, 그런 문제들이 어떡해서 오는가 그거를 잘 파악하셔야 될 겁니다.
어디서부터 오는가? 천차만별의 애고가 어디서부터 오는가? 바로 자기가 지은 데서 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은 데다가 도로 놓고 굴려 놔라 이 소립니다. 한두 건이 아닌 그 유전성, 항상 말씀드리지마는 유전성이나 영계성이나 업보성이나 세균성이나 이 모두가 바로 어디서 오는 겁니까? 자기가 과거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오는 것입니다. 미래는 지금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올 것이구요.
삼세를 다 굴리고 일심으로써 실천궁행하려고 하고 자유인이 되려고 하고 만물의 영장이 되려고 하고 부처가 되려고 하고 법신이 되려고 하고 관세음, 지장 모든 것이 다 자유스럽게 되려고 하신다면 물도 맑은 물로 바꿔서 먹을 수 있어야 됩니다.
일체가 한군데서 들고나는 것이니까 한군데로 놓고, 놓는 작업만 잘 하시고 굴려 놓는 작업만 잘 하시고 자기가 자기를 다스리는 마음이 투철하다면, 그러고 믿는 마음이 투철하다면 못났든 잘났든 자기를 믿는 그 마음이 투철하다면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타파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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