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진척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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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마음법을 공부해 온 지도 오래 됐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한 번도 부정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제가 이 육신이 다하는 날까지 공부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부에 진척이 없고 늦어지는 듯한 생각이 자꾸 듭니다. 한 발 떼어놓을 수 있도록 가르침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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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그런데 마음 공부는 늦어도 늦은 게 아니고 일러도 이른 게 아닙니다. 시간과 공간도 없습니다. 둥글게 돌아간다 하면은 어디를 문이라고 생각하고 어디를 문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습니까. 그러니 늦은 것도 없고 이른 것도 없다고 하는 거예요. 그 도리를 완전히 안다면 마음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알 겁니다.
지구가 돌아가는 속도보다도 더 빨리 돌아갈 수가 있다는 말이에요. 그러고 구정물을 맑은 물로 바꿔서 쓰라고 하는데 대부분 그렇게 안 되나 봐요. 내 안에서 나오는 즉시 생각이 나서, 그 당시에 바꿔 놓으면 찰나찰나 바뀌어서 돌아가게 되는데 그게 안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내 주인이 번연히 모든 것을 다 하고 가는 것이니까 그 주인을 진짜로 믿고 추구를 할 생각을 해야지, 왜 나의 근본을 등한시하고 따로 자기를 세워서 더디다 빠르다 하면서 근심 걱정을 해요? 만약에 어디가 아프다거나 잘못됐다거나 이런 문제가 있어도 ‘당신이 알아서 하시오, 당신이 일체를 다 하는 거니까….’ 하고 맡겨 놓아야지 ‘이거를 빨리 나아야 할 텐데 이게 더디다. 정말 주인공이 하기는 하는 것일까?’ 하는 이런 생각이 없어야 돼요. ‘빨리 낫게 하는 것도, 질질 끌어서 더디게 하는 것도 너니까 너 알아서 해.’ 하고 그렇게 믿고 들어가지 않으면 죽은 세상을 들어갈 수가 없어요. 산 몸이 어떻게 죽은 세상에 들어갈 수 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구녘으로, 나왔던 구녘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건 알 수가 없는 거거든요.
늦어도 늦은 게 없고 빨라도 빠른 게 없어요. 그거를 비관하시지 마시고 항상, 너만이 너가 있음을 증명하고 너만이 가정을 화목하게 웃고 살게 할 수 있다고 자꾸 그 자리에 밀어 던지세요.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이건 자기 육신의 일이건, 또 직장에서 생기는 문제이건 모두 근본에 맡기세요. 우리가 지금만 사는 게 아닙니다. 다음에 재생을 할 때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그 재생 값이 있게 되는 거니까 답답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답답하고 모르고 그러는 것도 도니깐, 모르고 답답하고 말도 안되고 이날까지 살아오면서 공부했어도 ‘이게 뭔가?’ 하고 한탄이 되더라도 모든 걸 근본에다 밀어 던지세요. ‘한탄하게 하는 것도 너고, 답답하게 하는 것도 너고, 모두가 너다.’ 하구선 거기다 놓는 것이 인제 습관이 되면은 어떤 거든지 다 거기다 놓구선 가게되고 실험을 통하고 또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러면은 자연적으로 그것이 문이 열리게 되거든요. 그러니 어떤 생각에도 끄달리지 말고 무조건 믿고 일체를 맡기다 보면은 하나하나 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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