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 아닌 공덕 얻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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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참다운 수행자는 복덕을 쫓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무한공덕을 얻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스님, 어떻게 하면 복덕만을 찾는 소인배가 되지 않고 무한공덕을 얻을 수 있는 대장부가 될 수 있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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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공덕은 모두 한데 뭉쳐서 너 나가 없이 서로가 아픔을 알고 내 아픔 남의 아픔을 둘이 아니게 위로해 주는 그런 마음이 바로 공덕입니다. 그런데 나만을 생각하고 내가 잘 살기 위해서 기복적인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정성을 들이고 시주를 했는데도 나한테 이득이 없다고 한다면 복덕이 있다 하더라도 그게 얼마나 되겠습니까? 복덕을 누리는 것은 우리 사는 동안 아주 짧은 기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복덕은 잠시잠깐 그저 불 반짝 켜 주다가 꺼지는 거와 같습니다. 그러나 공덕은 세세생생입니다. 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세세생생의 밝음을 언제라도 꺼진다, 켜진다는 도리가 아닌 밝음의 세계로 우리는 등장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공덕이 되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즉 말하자면 내면의 자기 자성을 믿는 데에 큰 공덕이 있는 겁니다. 그러니 자성으로 인해서 내 몸뚱이 나무가 살고 있구나! 자성의 뿌리로서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면 내가 먹는 게 혼자 먹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 몸뚱이 속에 내가 얼마나 많이 들어 있으며, 내가 일한 것도 혼자 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언제든지 말하는 건 좋게 말하죠. 자기가 죽도록 애를 써서 벌었다고 그러거든요. 아니, 혼자 번 게 어디 있어요? 수십만의 생명들, 의식들, 모습들이 한데 작용을 해 줘서 자기 몸뚱이 하나가 움죽거려서 번 건데 어떻게 벌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혼자 먹는 게 어디 있고, 혼자 듣는 게 어디 있고, 혼자 만나는 게 어디 있고, 혼자 걸어가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내가 했다고 내세울 건덕지가 하나나 있을까요? 내가 했다고 세워서 잘못했다고 할 것도 없고, 잘했다고 할 것도 없고, 업이 많다고 할 것도 없고, 얼마나 과거에 잘못했으면 업이 이렇게 많을까 할 것도 없습니다. 모두가 공생 공심 공용 공체 공식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나는 그렇습니다. 나를 떠나서 모셔 놓은 부처님의 형상을 믿으라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의 이름을 믿으라는 것도 아닙니다. 나로부터 모두가 있는 거니까 나부터 알아라 이겁니다. 나의 마음의 안테나부터 세워놔야 오고 가는 것을 다 통신할 수 있는 거죠. 통해야 뭐가 어떤지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상황에서든 모두 나로부터입니다. 내 주처는 나한테 있다, 나의 뿌리는 나한테 있지 딴 데 있는 게 아니다라는 겁니다.
그래서 들과 물과 산과 허공이 전부, 허공의 생명까지도 모두 한 손으로 그물을 드는 것과 같습니다. 한 손으로 그물을 들어서, 일체가 그물 하나 드는 거와 같다는 거는 뭐냐 하면, 내가 어떠한 지경에 빠져도 그것을 대치하는 것은 스스로 입력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 손 없는 손 발 없는 발이, 즉 말하자면 내 마음의 주장자 없는 주장자가 다 하늘을 받치고 굴립니다.
『반야심경』 읽어 보셨죠? 반야심경이 이 세상 돌아가는 진리, 팔만대장경을 함축해서 다 거기다가 모두 한데 합쳐 놓은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은 지금 화엄경이니 금강경이니 반야경이니 어떤 경이든 막론해 놓고, 무슨 공덕이라도 들어올 줄 알고 아침저녁 달달달달 글자로다가 그냥 외우죠? 염불을 하지 않나, 염(念)을 하지 않나, 절을 하지 않나. 별거를 다 하고 있어요. 그거는 단시일내의 복이지, 세세생생에 벗어나는 공덕은 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묘하고 광대무변한 법을 부처님께서 49년 동안이나 설해 주셨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상대를 믿고, 상대의 뿌리 이름을 찾고, 상대의 나무 이름을 찾고 이렇게 기도를 하고 온통 야단들이니 뭐가 전달이 되고 뭐가 이익이 되고 뭐가 공덕이 되겠습니까?
우리가 이 한 생을 살아나가는데 한 철 왔다가 가는 겁니다. 모습은 한 철이요, 마음은 영원한 겁니다. 마음의 차원은 영원한 게 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 통 속에서 벗어나서, 살고 죽는 것도 없고 그대로 영원하다는 걸 알아야 됩니다.
그래서 각자 가정에서 필요에 따라 전력을 끌어쓰듯이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에너지를 배출하는 힘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고 이 몸 떨어지기 전에 열심히들 공부해서 마음의 꽃을 피워야 합니다. 지금 시대는 심성을 빼놓고는 창조도 없고 발전도 없습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을 한다고 해도 심성을 빼놓고 하는 것은 오래 가지 못할 뿐더러 서로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 해나가는 공부를 모두 자기 근본을 발현하는 계기로 삼아서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 사회나 국가에서 일어나는 문제, 또 세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나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체의 재난을 무마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들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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