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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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평생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자던 사랑의 약속은 다 어디로 가고 서로를 배신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제는 사랑보다는 자식들에 대한 의무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 아닌 현실입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요? 영원한 사랑은 본래 없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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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어느 때에 이런 예가 있었습니다. 자식 다섯을 낳아 놓고 부인이 그만 배신을 당했습니다. 같이 한 푼 두 푼 벌어서 철물점을 하게 되고 아주 부자 부럽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에 그만 남편이 이쁘고 나이 어린 여자를 얻어서 살게 됐습니다. 그래서 울고불고 그러기에 내가 그랬습니다. “진짜 사랑을 한다면 놔 줄 수 있지 않느냐. 남편이 오죽해서 그렇게 했겠느냐. 어려서 장가들어서 가난에 찌들고 그렇게 살았으니 당신하고 무슨 애정이 있겠느냐. 그러니 애정 한번 느끼면서 살아 보겠다는데, 그것을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누이동생으로서 한번 생각해 봐라.” 그랬습니다. 그러면서 “사랑한다면 놔 줘라. 그리고 애들은 아버지가 있어야 되니까 들어오면 따뜻하게 말해 주고, 또 그것도 싫다면 그저 편안하게 해 줘라.” 그랬습니다.
그랬는데 이 부인은 내 말을 듣고 그 상황을 잊어버리고 살 양으로 조그맣게 장사를 하면서 부지런히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돈을 모았습니다. 그랬는데 그 작은마누라가 재산을 다 거덜나게 하고 죄 긁어 가지고 도망을 쳤습니다. 그러니 미안해서 죽겠거든요. 큰마누라에게 들어올 수도 없고 안 들어올 수도 없고, 그래서 그냥 바깥에서 혼자 지내고 있는데 부인이 그랬습니다. “신경 쓰지 말고 집에 들어와서 편안하게 자고 편안하게 먹고 편안하게 드나들면서 만날 사람 만나고 하시오. 애들의 아버지인 당신이 우리 가족의 하늘이고 기둥이고 주춧돌인데 만약에 당신이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큰일나잖아요.” 그러니까 눈물을 흘리면서 “참, 당신은 사람도 아니오. 당신이 이런 사람인 줄은 몰랐소.” 하면서 그때부터 마음을 잡아서 얼마나 사랑했는지, 또 얼마나 세련되게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잘 사는 사람도 보았습니다만, 그렇게 말을 잘 듣는 사람은 억울함이 없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렇게 일러 주면 스님이 하라는 대로 그렇게 했는데 안되더라고 그러거든요.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안되더라 이거예요. 그것은 인내가 필요한 건데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진짜 사랑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진짜 사랑을 한다면 모두 다 주면 어떻습니까? 자기가 울지언정 상대를 울리지 않고, 내가 죽을지언정 그 사람을 죽이지 않고, 내가 괴로울지언정 그 사람을 괴롭히지 않고 말입니다. 그것이 진짜 자비요 사랑입니다. 입 안에 붙은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금방 만나면 “야! 너, 나 사랑해! 사랑해!” 하다가 며칠 안 가면 싸움을 하고 온통 야단이에요. 그건 사랑이 아니에요. 그거는 도깨비장난을 하는 거지 사랑이 아니에요. 진짜 사랑은 자식이 물에 빠졌을 때 아무 조건도 없이 건지려고 뛰어드는 부모의 마음 같은 거죠. 그런 마음이 자비예요.
그래서 때로는 싱긋이 웃기도 하고 때로는 참, 뼈저린 눈물이 흐르기도 합니다. ‘다 줘 버리면 그뿐인 것을, 뭐 때문에 저렇게 울고 저렇게 애탄지탄 끈적끈적하게 애를 쓰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냥 ‘모두가 못나서 그러니까 다 그냥 없어졌으면 좋겠다.’ 하고 옛날에 생각도 해 봤죠. 근데 그게 아니더군요. 없애야 되는 거는 바로 마음이죠. 그 요동치는 마음을 없애고 탁 놔 버리는 거예요. 이까짓 몸뚱이, 이까짓 고깃덩어리 한 철 사는 거,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듯 하는 거, 그거 가지고 한 철을 울고불고 왜 애를 써요? 그러니 편안하게들 사세요.
그러니까 한눈팔더라도 “여보, 당신이나 나나 인간으로 태어나서 뭐 그렇게 저거 했다고, 나가서 맛있는 것 먹고 그저 마음 편안하게 삶의 보람을 좀 잠시라도 느껴 보시오.” 이러고선 탁 줘 버리고 편안하게 있으면 좀 좋겠습니까. 조용하게 말이에요. 외려, 그냥 줄줄이 붙어 있는 거 다 떼버리고 편안하게 조용한 데 앉아 있으면 그 참,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을 거예요. 여러분은 붙어 있는 것만 좋은 줄 알지만 탁 털어 버리고선 훨훨 날아다닐 때가 여간 좋지 않은 거예요.
이 집 저 집 쳐다보면 집집마다 불빛이 찬란하게 별빛처럼 불이 비치는데, 아주 순탄하게 다 좋은 거 같지만 그 안에 들어가 보면 전부 그냥 이리 박히고 저리 박히고 그러질 않나, 사람이 죽었다고 울지를 않나, 온통 사랑한다고 끌어안고 야단들을 하지 않나, 그게 도대체….
여러분이 가정을 이루고 나가는 데 항상 평등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부드러운 말, 부드러운 웃음으로 대해 주고, 생활 속에서 어떠한 고통 받는 일이 있더라도 “야, 뭐 어쩌고저쩌고….” 이러면서 욕하지 마세요. 한생각이 그렇게 무서워서, 모진 욕 한마디가 상대에게 그냥 나가는 겁니다. 그러면 자긴들 좋겠습니까? 또 남편도 그렇고 모두가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 살면 얼마나 오래 살 겁니까? 한 철인데. 욕을 먹든 매를 맞든, 나가서 바람을 피우든 어떻게 하든 말이에요. 사랑을 한다면 다 줘 버리지 그깟 거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것을 다 놓고, 들어오면 따뜻하게 웃고 대해 주고 속은 상하더라도 속상한 건 주인공한테 맡겨 놓고 ‘당신만이 저 사람의 마음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거기 놓을 때에, 그 주인공하고 내 주인공하고 둘이 아니니까 그렇게 돌아가게 됩니다.
누구든 추운 겨울에 따뜻하게 대해 준다면 그곳으로 고이게 마련이고, 더운 여름에는 자리를 시원하게 해 준다면 시원한 데로 앉을 것이고, 그러다가 언젠가는 회개를 할 겁니다. 그렇게 따뜻하게 행복을 갖다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돼야 하는 거죠. 그래서 사랑을 하려면 진짜 해야 해요. 그냥 사랑한다 사랑한다 하고 그렇게 사랑하는 거 말고요. 그런데 그것이 누구의 탓이 아니라 각자의 업보예요. 자기가 전자에 부인을 그렇게 속을 썩이고 울렸고 그랬기 때문에, 지금 현실에 안고 나오고 지고 나왔기 때문에 그런 거지 누구 탓이 아니거든요. 자기 탓입니다, 모두. 그러니 남을 원망하고 그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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