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중심을 잡고 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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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친구의 문제를 여쭙고자 합니다. 제 친구가 오랜 동안 다른 종교를 열심히 믿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정신분열 증세를 일으켜서 지금 정신병원에 입원중입니다. 그 친구의 말로는 자기 속에서 여러 명이 있어서 이렇게도 시키고 저렇게도 시킨다고 합니다. 제가 현대불교에 나온 스님의 법문을 통해서 생각하기로는, 자기 중심이 잡히지 않아서 그런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스님, 너무 무섭고 두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의 중심을 세워서 확고하게 자기 자신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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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과거 현재 미래를 같이 싸 가지고 돌아가는 우주 전체의 그 중심 주처가 우리들의 중심 주처이기도 합니다. 좀 작고 클 뿐입니다. 그래서 자기 중심 주처에 그 큰 중심 주처가 둘이 아니게 직결이 돼 있다는 얘깁니다. 항상 얘기하지만, 이것을 잘 아시고 우리가 생활을 한다면 생활하는 그 곳에 바로 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직결이 돼 있구요.
만물만생의 마음 그 중심 주처, 곤충에 이르기까지 모든 마음들의 주처가 바로 우리의 마음 주처에 같이 가설이 됐다는 얘깁니다. 가설이 돼 있기 때문에 일체 만물만생은 보이는 데서나 안 보이는 데서나 서로 뜻으로 통하고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근본으로 말미암아 일체가 다 거론되기 때문입니다.
화엄경에도 있듯이 부처님께서는 바다의 소임자를 주해신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산의 관리인을 주산신이라고 했구요, 풀과 나무들의 관리인을 주림신이라고 했구요. 마음의 중심 주처라는 그 주가 모든 관리를 합니다. 갖가지 천차만별의 이름들이 다 주어져서 하나도 버릴 게 없이 그 소임을 맡아서 해 나가는 것이 바로 주신입니다. 그리고 또 주신들끼리 모여서 회담을 하거나 서로 통하게 하는 소임자를 주주신이라고 합니다. 천체가 이렇게 해서 같이 그 중심 주처에 직결이 돼 있고 가설이 돼 있는 것입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생명체들이 살아나가는 데는 상대성이 있습니다. 높고 낮고, 길고 짧고, 넓고 좁고, 크고 작고, 못하고 잘하고 이런 게 다 상대성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마음의 주처, 주인, 주장자가 있습니다. 크고 작은 주장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하늘을 꿴 주장자와 내 주처의 주장자가 둘이 아닌 까닭에 직결이 돼 있고 가설이 돼 있는 겁니다. 돌아가는 거는 가설이 돼 있고, 위아래를 받치고 꿴 거는 같이 직결이 돼 있기 때문에 삼세가 일심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주인을 안 세워 놓고 그냥 가는 사람 다르고, 주인을 딱 집에다가 세워 놓고 가는 사람이 다른 겁니다. 항상 걸림 없이 집을 보도록 주인을 세워 놓는다면, 자기 주처를 세워 놓는다면 그게 바로 보현이며 법신입니다.
마음속에 그렇게 세워 놓음으로써 바깥에서 악행, 즉 말하자면 인과성이나 윤회성이나 세균성이나 업보성이나 영계성 이러한 잡다한 유전에 의한 것들이나 어떠한 거를 막론하고 거기를 범하지 못합니다. 여러분이 마음공부를 한다고 주인공 뿌리를 세워 놓은 거는, 세워져 있는데 내가 생각으로 찾아서 거기 세워 놓은 것은 바로 자기 마음을 거기다가 포함해서 돌리는 작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어떤 것도 붙을 수가 없죠. 그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붙을 리가 없어요. 먼지 하나도 거기 붙을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하는 분에게는 번뇌도 붙을 자리가 없고 업보도 붙을 자리가 없고, 유전성이나 인과성 윤회성 업보성 영계성까지도 전부 붙을 자리가 없다는 결론입니다.
그런데 주인을 세워 놓지 않고 마음공부를 안 하는 분들에 한해서는, 아까도 얘기했지만 주인을 세워 놓지 않았으니 집이 비어있는 겁니다. 그래서 과거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자동적으로 입력되는 숙명통 자체가 포함된 오신통이 지금 현대 말로 하자면 자동적인 컴퓨터라구요.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자동적인 컴퓨터에 그대로 입력이 되거든요. 입력이 된다면 그 입력된 대로 가차 없이 나오는 것입니다. 악행이 저질러지거나, 윤회성이 저질러지거나, 영계성이라든가 모든 것이 그냥 자동적으로 나오게 돼 있습니다. 그거는 독 안에 들어도 못 면하게 말입니다.
그와 같이 지금 몸뚱이 속에 과거는 지나갔으니까 없도록 돼 있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까 없도록 돼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 집 안에 모든 게 들어 있습니다. 들어 있는 것이 가차없이 자꾸자꾸 나오는 것을 어떻게 면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내 주인을 세워 놓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우주의 근본과 직결돼 있는 그 자체가 바로 우리 마음과 더불어 같이 하고 돌아가기 때문에 그러한 일이 안 생기고 그러한 일이 없는 것이고 어떠한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빨리 대치를 할 수 있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대치를 못하죠. 그렇게 돼 있는 것이 지금 현상계에서 어떻게 나오느냐 하면 내 집에 주인이 없기 때문에 과거의 인과로써 영계가 드는 수도 있고 지금 현재 길에 오다가다가도 드는 수가 있습니다. 차에 치여 죽은 영가가 착을 두고서 그 자릴 떠나지 못해서 드는 수도 있습니다. 저 나무에, 즉 말하자면 목신이 돼 가지고서는 붙어 있다가 들어오는 수도 있습니다. 내 집이 비었으면 그 빈집에 자꾸 드나들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 속에서 나오는 것도 많은데 빈집이 돼서 바깥에서 들어오니까 이거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대치할 수가 없는 겁니다. 이렇게 윤회성으로 들어오고 영계성으로 들어오고 인과성으로 들어온 것은 병원에 가도 어렵습니다. 그냥 몸에서 난 병이라야 병원에서도 빨리 치료를 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니까요. 유전으로 온다거나 영계성으로 온다거나 또는 바깥에서 들어온다거나 이렇게 해서 내 집이라고 하고 사는 식구들이 한 집안에 둘 셋씩 생긴단 말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하면, 이 사람이 내 집이라고 하며 살 때는 이 소리 하고, 또 딴 사람이 내 집이라 하고 내가 산다 하고 내가 제일이라 하고 살 때는 또 딴 소리 하고, 이렇게 셋으로 나누어지면서 자꾸 내가 바꿔지니까 미쳤다고 하죠. 그리고 또 육신이 망가지죠. 첫째 몸이 망가져요, 부지를 못하게 하니까요. 나가라, 들어와라, 앉아라, 나가지 마라, 먹지 마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니까 이거는 견뎌 낼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당하는 그 사람만이 아니라 주위의 식구들까지도 지망년을 당하는 겁니다.
이러니 마음공부를 안 하고서야 어떻게 하겠느냐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너부터 알아라. 너부터 알고 너부터 믿고 너부터 그 본래 있는 거를 찾는다면 이 세상 우주 만물이 돌아가는 그 섭류를 네 자신이 잘 알 수 있으리라. 그럼으로써 자유스럽게 살 수 있느니라. 그렇게 자유인이 된다면 네가 바로 부처고, 네 한생각에 법신이 되느니라. 네 한생각에 법신이 된다면 바로 그 법에 의해 자유로운 작용이 스스로 되느니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나는 쑥 빼고 ‘부처님, 날 좀 잘되게 해 주십시오. 내 병고 좀 낫게 해 주십시오.’ 하고 아무리 외쳐 봐도, 아무리 이름을 불러 봐도 그거는 끄덕도 하지 않고 통하질 않습니다. 통하는 길은 자기 마음밖에 없어요. 부처님과 통하는 길은 바로 내 마음속의, 내면의 털구멍 한 구멍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니 이 마음공부를 안 하고 주인공 주장자를 세워 놓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다. 주장자를 세워 놓고 거기다가 모든 걸 놓고 굴려서 대치를 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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