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그 자리뿐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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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없는 문을 열려면 함이 없이 해 나가야 된다고 하면서도 마냥 끝없이 걸어가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 막막하고 갑갑한 마음이 듭니다. 오직 나의 근본을 찾아서 밝히는 이 공부만이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의 존재의 이유인지요? 진정 그 자리뿐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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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팔상성도라는 말이 있는데 부처님이 이 세상에 나셔서 열반하실 때까지의 과정을 말하는 겁니다. 그렇게 사시면서 ‘내가 이 세상을 살아온 것을 너희들한테 가르치느니라.’ 하는 의미로 뼈 무더기가 쌓여 있으니까 거기다가 그냥 공손히 절을 하시거든요. 그래서 “사생자부이신데 어찌 뼈 무더기에다 절을 하십니까?” 하니까 “그게 아니니라. 내 부모도 될 수 있고 내 할아버지도 될 수 있고, 내 증조부도 될 수 있느니라. 그런데 어찌 그냥 가겠느냐.” 이 말 한마디로, 뼈 한 무더기를 비유한 말 한마디로 팔상성도의 과정을 다 얘기한 겁니다. 그리고 인간들이 살아오면서 진화되고 형성되고 진화되고 형성되고, 부모 자식 형제 이렇게 바꿔 가면서 자꾸자꾸 나투어 가는 그 도리를, 그 섭류를 다 얘기해 주신 겁니다. 그 뼈 한 무더기하고 말 한마디로 말입니다.
여러분이 마음공부를 해 보십시오. 그러면 벌써 자기가 자기를 리드하는 걸 차차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가 자기를 편리하게 해 주는 것도 알게 됩니다. ‘아! 나는 너의 심부름꾼밖에 될 수가 없구나. 네가 나고 내가 너니까 내가 몸뚱이로 모습을 보일 뿐이지 그저 둘이 아니게 내가 일을 할 때면 나로 하나로 돼 주고 내가 가만히 있을 때면 너로 하나가 되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가정에서 살면서 “아버지!” 하면 아버지 행으로, 아들과 아버지와 콤비가 돼서 그냥 아버지가 돼 주죠? 근데 부인이 또 “여보!” 하고 부른단 말입니다. 그럼 찰나에 남편으로 화해서 남편의 역할로, 아내와 남편 역할로 콤비가 되는 겁니다. 그러다 “얘, 아무개야!” 부르면 또 아들이 되고, 그 부모 자식이 한 콤비가 돼서 한단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한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법신이 되기도 하고 귀신이 되기도 하죠. 생각을 말입니다. 생각을 하면 법신이 돼야지 망신이 돼서는 안 되죠? 법신은 한생각으로서 굳건히, 거기다가 모든 거를 믿고 맡겨 놓으니까 애비와 자식이 동시에 움죽거리기 때문에 법이 돼서 법으로 해결을 하는 거죠. 그러나 이게 망신이 되면 해결도 못하고 몸만 망가지고 식구들은 식구들대로 못 살게 되고 일은 일대로 안된단 말입니다.
그러니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가만히 있으면 부처요 한생각을 했다 하면, 그냥 생각이 아니라 한생각 말입니다. 한생각을 했다 하면 법신이요 문수다 이거죠. 움죽거렸다 하면 보현이니 화신이란 말입니다. 그러니 ‘너희들이 제가끔 가지고 있지 않느냐? 너희들이 다 가지고 있지 않느냐?’ 이 소립니다. ‘근데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행하질 못하느냐? 왜 그렇게 앞뒤가 꽉 막혔느냐.’ 이런 거죠. 그래서 은산철벽같이 막힌 거를 정으로다가 뚫기 위해서 오직 그 자리만 뚫으라고 했단 말입니다. 방편이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방편으로 지금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는 것은 오직 들이고 내는 자리도 그 자리고, 정수에 입력돼서 나오는 자리도 그 자리고, 통신이 되는 자리도 그 자리다 이겁니다. 우주하고 직결된 자리도 그 자리고 만물만생하고 가설이 된 자리도 그 자리니 그 자리에서만이 여러분을 리드할 수 있고 보디가드가 돼 줄 수도 있고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타결할 수도 있고 또 자기가 이렇게 있는 것을 증명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게 다 그 자리입니다. 위로 부모 조상들을 잘 이끌어 주는 것도 그 자리요, 자식들을 잘 이끌어 가게 하는 것도 그 자리입니다. 그러니 각자 여러분한테 보배가 제가끔 있다는 사실을 아시고 일체를 그 자리에 내려놓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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