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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의식의 정체

본문

질문

요즘 뉴스를 보면 너무도 불합리한 일들이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런 사람들을 선택한 한 사람으로서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뉴스를 대할 때마다 그냥 한달음에 달려가서 박살을 내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스님, 제 안에서 불뚝불뚝 생겨나는 이러한 폭력적인 의식들의 정체가 무엇인지요? 분명 폭력이나 우격다짐으로 사람의 마음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뼛속 깊이 알고 느끼면서도 이렇게 올라오는 이 의식들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어느 곰 부부가 살았습니다. 그런데 살다 살다 보니깐 짐승에서 진화돼서 아주 하얀 백곰이 됐답니다. 처음에는 얼룩덜룩하다가 꺼멓다가, 얼룩덜룩하다가 보니까는 회색이 되더니 점점점 백곰이 돼 버렸습니다. 그것은 오래 살다 보니까 좀 지각이 생기고, 또 어쩌다가 사람을 만나면 ‘아! 저런 모습도 있었던가. 나를 잡으려고 하는구나, 나를 잡으려고 왔기 때문에 내가 저 사람을 보고 알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어찌 저 사람의 모습을 그려봤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그 곰 부부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나도 이렇게 숨어 다닐 게 아니라 저 들에 나가서 활보하면서 살았으면….’ 하는 그리운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느 날 그 부부가 새끼를 낳았는데 사람 모습 그대로 나왔더랍니다. 사람 모습이 그대로 나왔는데, 그 새끼가 사람 모습으로 나오긴 나왔는데, 새끼들이 금방 금방 자라더니마는 그저 짐승이고 뭐고 나가서 피를 빨아먹고 들어오는데 보니까 그냥 입이 시뻘건 게 입은 꼭 자기 입하고 똑같이 닮았더랍니다. 그때에 곰 부부가 무슨 생각을 했느냐 하면 ‘아하! 사람의 거죽만 그렸지 마음을 그리진 않았구나. 내 그 마음을 그려 보리라. 그러면 저 자식 대에는 진짜 사람이 나오겠지.’ 하는 마음의 믿음으로서 항상 그 마음을 그렸습니다.

그러고 가다가 새끼들을 낳았을 때, 수컷도 낳고 암컷도 낳았는데 그것이 점점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되고, 또 그 새끼가 새끼를 낳고 이렇게 하다 보니까는 연방 일러 줬어요. 그래서 그 부부가 죽을 때 “나도 우리 부모들이 이렇게 이렇게 사람의 모습을 그리라고 해서 그렸더니 너희들이 나왔는데 너희들도 사람의 마음을 그려라. 첫째, 사람을 해치지 말고, 사람이 너희들을 해친다 할지언정, 너희들이 해를 받는다 할 때, 바로 즉시 그 사람의 마음이 너희 마음이 되고 너희 마음이 그 사람의 마음이 되느니라. 그럼으로써 그 악한 피비린내 나는 그러한 고통 속에서 벗어나리라.” 하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은 해 줬지마는 짐승 같은 사람의 모습들은 자기 형제를 몰라요. 그래서 사람이 없으니 그대로 살다 보니까 참 사람이 또 났더랍니다. 그리고는 또 그 사람에게 그 얘길 해 준 겁니다. “선조 대에 이런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해서 너희들이 났느니라. 그러니 너희는 모습도 사람이요, 마음도 사람이니 남을 악하게 하지 말고 남의 피를 먹지 말고, 열심히 풀뿌리로써 연명하면서 살아라. 그리고 그저 너희들의 몸에 있는 털을 사람의 모습으로 바꾸어 만들어라.” 하고선 그렇게 부탁을 했더랍니다.

그리고 그 부부도 늙어 죽을 때까지, 그 자식이 항상 뿌리 같은 거를 캐다가 보양을 하니까 그냥 그 사람과 같이 그대로 먹다가 자기 일생을 마쳤다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사람을 낳고 사람이 사람을 낳고 해서, 한 동네를 이루어서 어부 노릇도 하고 농사도 짓게 되고…. 농사짓게 된 동기는 또 따로 있겠지마는 그렇게 농사짓고 살기 이전 얘기를 지금 죽 하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사람 되기까지 얼마큼 내려오면서, 억겁을 거쳐 오면서 이렇게 사람이 됐겠습니까. 지금은 애들이나 어른이나 아주 극단적인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건 왜냐. 사람을 막 피를 빨아먹고, 그런 거를 좋아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우리가 억겁으로부터 거쳐 오면서 그렇게 해 온 습이 아직까지도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그런 극단적인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극치적인 영화를 좋아하고 극치적인 산란을 좋아하는 거는 반드시 그렇게 잠재해 있던 것이 그걸 보는 순간, 그러니까 우리가 그러한 습이 아직까지도 꼭지가 덜 떨어져서, 뒤 꽁댕이는 떨어졌는데 꼭지가 덜 떨어져서 그러는 거죠. 그래서 그런 걸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는 겁니다.

여러분도 그런 문제를 생각해 보셨습니까? 그래서 자기의 한 꺼풀 한 꺼풀을 벗어 버리지 못하는 겁니다. 그리고 자유스럽게 뛰어놀지 못합니다. 자유스럽게 살 수도 없습니다. 속박돼 있고, 창살 없는 감옥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업보가 얼마나 많길래 이런가. 팔자 운명이 얼마나 고달프길래 이런가. 내가 죄를 얼마나 졌길래 이런가.’ 하는 이러한 사념에 끄달리면서 그 암흑 같은 길을 걸어야만 했고, 걸어가는 길이 밝은 길을 걷는 게 아니라 캄캄한 암흑 길을 걸어가니 이 몸을 벗는다 할지라도, 죽는다 할지라도 그것은 또 낙향하게 돼서 점점 더 껌껌한 길을 걸어야 하는 그런 인연이 돼서 또 생산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이 마음 하나에 우리가 세세생생 그 뿌리가, 인연 뿌리가, 인과 뿌리가 얼마나 지독한지 아십니까? 그러니 마음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여러분은 반드시 아셔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사람이, 이 공부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사람들은 더군다나 더 그렇고, 공부라고 할 것도 없지요. 이 세상 살아나가는 것이 전부 공부니까요. 하나하나 뉘우치면서 하나하나 진화되면서 창조해 가면서 우린 살고 있지 않습니까. 고정된 게 하나도 없이 옮겨 가면서, 고정된 행도 없고, 고정된 말도 없고, 고정되게 먹는 것도 없습니다. 단지 빈 그릇 그저 일렁일렁 움죽거릴 뿐입니다. 단지 내놓으라면 내놓을 것도 없는 마음이 자기를 움죽거리고 갑니다. 그 마음이 선장이라면 바로 그 선장은 나침판을 놓고서 그냥 가고 있지요. 그렇지만 여러분은 색에, 물질에 착을 두고 이름에 착을 두고 이렇게 살다 보니까 그러는 겁니다.

그래서 ‘둘로 보지 말라. 안으로 굴리지 않는다면 보살이 아니니라. 깨우쳤다 하더라도 안으로 굴리지 않고 바깥으로 도는 자는 공덕이 하나도 없고 보살이 아니니라. 이 몸으로, 이 모습으로, 이 이름으로 부처님의 마음을 알 길이 없고, 이 모습과 이 이름으로 인해서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없고, 자식의 마음을 알 수 없고, 부처의 마음을 알 수 없고, 일체 만물 유생 무생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서 굴릴 수가 없느니라. 제도할 수도 없느니라. 그런데 무엇을 제도했다고 하느냐? 제도했다고 하지 말라. 본래 둘이 아니기에 제도한 것도 없고 안 한 것도 없느니라. 그대로 마음으로 굴리면서 항상 따뜻한 마음을 내 주면 되는 것이니라.

따뜻하게 둘로 보지 않는 마음, 남이 아프면 내 아픔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내 준다면 그것이 바로 내 아픔과 둘이 아니니라. 이것이 바로 보살의 마음이요, 이것이 바로 부처의 마음이요, 진짜 들어가서는 인간의 마음이다.

인간이라는 것도 이름이요, 부처라는 것도 이름이요, 여래라는 것도 이름이요, 다 이름이니 그 이름을 가지고 소중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 이름 속에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모습 속에서 소중한 것을 발견하라. 발견하기 위해서는 안으로 보림을 하면서 항상 안으로 굴리면서, 거죽으로 나타내지 말고 경솔하지도 말고, 남을 깔보지 말 것이며, 벌레 하나를 본다 할지라도 바로 나로 알아라. 저 꽃 이파리 저 나무 이파리 하나, 무정물이나, 하다못해 돌 하나를 본다 하더라도 그것이 남이 아니니라.’ 하셨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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