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觀)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요? > 길을 묻는 이에게

초심자로서 처음 배울 때는 자기의 근본자리에 일체를 맡겨놓으라고 합니다. 맡겨놓을 수 있는 선을 세워야 마음이 안위가 되고 편안해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걷지도 않고 뛰려고 하면 안됩니다. 내가 진짜 걸어보고 내가 뛸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돌려놓지 못하면 전자에 입력된 대로 그대로 나오니 피할래야 피할 도리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다시 바꿔서 입력을 하라는 소린데, 이 세상은 구르면서 끝없이 이어져요. 굴림을 모른다면 나라는 게 세워지기 때문에 동참을 할 수가 없어요. 아는 게 있기 때문에, 세울 게 있기 때문에, 놓을 게 없다고 세우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놓기는 뭐를 놓겠습니까. 그건 벌써 나라는 걸 세우는 거죠. 한번 다시 정립해서 놓을 게 없든 놓을 게 있든 몰록 놔야 합니다. 이게 틀리다, 저게 옳다 이러지 말고요.

잘못한다도 없고 잘한다도 없어요. 나무가 바람에 쓸리고 눈에 맞고 비를 맞고 또는 공기, 태양열 등이 많이 흡수가 돼도 나무는 말이 없어요. 뿌리만이 올리고 내리고 하기 때문에. 그래서 항상 순환을 하지요. 그래서 맡길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대로 여여하게 맡겨지는데 그때까지 우리가 넘어서야 할 단계가 있기 때문에 지금 그렇게들 하고 있잖아요?

나무는 그대로 뿌리에서 흡수해서 밑으로 내리고 올리고 태양열, 공기 등 모든 거를 흡수해서 내려보내도 그 내려보내기 위해서 나무가 때로는 비에 젖고 때로는 눈에 젖고, 때로는 바람에 쓸리고 때로는 뜨거운 태양에 타고, 이렇게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다 흡수해서 내려보내고, 밑에서는 수분이나 또는 황열, 철분등을 흡수해서 올려보냅니다. 그렇게 영양을 섭취해서 푸르르게 살고 있지만 때로는 어려움도 닥칩니다. 그러나 자기에게 뿌리가 있는 걸 알기 때문에 모든 것을 겁내지 않고 굳건히 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지금 주인공 이름만을 부르니, 허공에 하나의 상을 만든다느니 하는 것은 맞지 않는 얘기죠. 더욱이나 주인공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닙니다. 놓을 것도 없고 생각할 것도 없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데서 잘못되고 잘되고가 돌아가니까 생각을 해야, 즉 아무것도 없는 데에다가 무엇을 넣어야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야 돼요. 생각이 없다면 목석이 돼서 무효예요. 생각을 못하면 목석이 돼서 무효고, 생명이 없으면 무효고, 육체가 없으면 보이지 않아서 무효이니 삼단계가 하나로 집합이 돼서 돌아가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이름해서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이유를 붙이지 않고 그 자리에 무조건 놓고 가는 것이 관하는 것입니다. 놓는 것 따로 있고 관하는 것 따로 있지 않아요. 그 자리를 믿을 수 있기 때문에 의식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다 놓을 수 있고, 믿기 때문에 모든 경계를 바라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본래 부처입니다. 본래의 그 모습으로, 그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일체 경계를 놓아야 합니다. 그와 같이 사량이 끊어진 중도의 마음, 텅 빈 마음이 되고 난 연후라야 이름지을 수 없는 미묘한 공덕의 꽃을 피워 맛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