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친 사람과 나와의 차이는?
본문
질문
이 마음의 도리는 무궁무진해서 어떤 걸로도 다 활용하여 쓸 수가 있다고 하는데, 막상 해 보면 자기가 아는 분야나 자기가 해 본 일 말고는 그렇게 생각의 영역이 넓혀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깨치신 분들과 우리 범부 중생들의 마음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그것은 마치 이런 것과 같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면 처음 1년간은 공통으로 하는 수업을 하게 됩니다, 똑같이들 공부합니다. 어느 과를 막론하고 똑같이 공부를 하는데, 우리도 지금 어떠한 한 계단을 잡을 때까지는 똑같이 공부합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1년은 다 똑같이 공부를 하는데, 예를 들어서 내가 과학을 전공했다 한다면 과학으로 전진을 해서 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과학으로 갑니다. 그런데 철학으로 가는 사람은 철학으로 가고 공업으로 가는 사람은 공업으로 가고, 정치학으로 가는 사람은 정치학으로 가고, 그래서 의학으로 가는 사람은 의학으로 가고 이렇게, 1년은 똑같이 배우고 난 뒤에 그렇게 갑니다, 자기 전공대로.
그런데 그 전공대로만 그렇게 가는 그 도(道)는 부분적인 도고, 전체적인 도가 바로 선지식들이 공부하신 그 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거든지 그 칼 하나만 가지면, 어떤 거든지 할 수 있는 공부입니다, 지금. 이것은 사람들이 생각을 그렇게 넓히느냐 좁히느냐 하는 데에 달려 있습니다. ‘나는 이런 것만 전공해. 이런 걸로 전공을 해 나가는데….’ 하는 생각을 했다면 고 부분 내에서만 그 칼은 쓰여집니다. 이 생각이 넓혀지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거만 전공을 했으니까.
그러나 이 칼은 여기에도 쓰고 저기에도 쓰고 다 다양하게 이 우주를 싸고 내가 운행을 할 수 있구나. 이것은 바로 다양하게 쓸 수 있는 것이구나. 바가지로 담으면 한 바가지가 돼서 하나가 되고 엎으면 바로 전체를 덮고, 제껴서 돌리면 담을 수도 있고 쏟을 수도 있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그 무궁무진한 내 활용이 그대로 부처님 법이며 그대로 무궁무진한 것이며 그대로 삼천대천세계를 한생각에 녹일 수도 있고 한생각에 그 삼천대천세계의 그 업덩어리를 질 수도 있는 겁니다. 이러니까 그것이 참 묘법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하는 소리죠.
그렇기 때문에 과학을 가지고 전공을 했다면 과학의 도(道)고, 도 아닌 게 없으나 전체적인 걸 가지고 나툴 때 이것도 하고 이것도 하고 그럴 때, 내가 과학으로써 뭔 일을 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면 과학자로서 나투고, 철학자로서 나투고, 공업으로 나투고, 정치로 나투고, 이거는 의학으로 나투고 이렇기 때문에 어떤 것으로 할 때에 나라고 세울 수가 없는 그 자체가 바로 열반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평생을 설법을 하셨지만 마지막에 “난 한 마디도 안 했노라.” 고 말씀하신 게 바로 그겁니다, 나투니까. 때에 따라서는 이거를 하고 때에 따라선 저걸 하고, 때에 따라선 철학을 하고 과학을 하고 이렇게 자꾸 나투면서 돌아가니까, 어떤 거 할 때 나라고 할 수 없으니까 평등 공(空)으로서의 나툼이죠. 그래서 이름해서 열반이라고 하면서 사생자부라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큰 전체를 껴잡고 가는 공부나, 그거 하나만 껴잡고 가는 공부나 공부하는 건 똑같습니다마는 생각을 넓히느냐 좁히느냐에 달려있는 겁니다. 즉 마음으로서의 지혜를 넓히느냐 좁히느냐에 달려 있는 거죠. 똑같은 공부를 했으나 이 칼 아닌 칼이 아무 데고 다 쓰여진다는 거를 알게 될 때에 비로소 이 칼은 칼이 아니라, 칼이라고만 말을 할 수도 없고 나무때기로 말을 할 수도 없고 이건 빗자루로 말을 할 수도 없고, 그러니깐 한 바가지로 표현을 하기도 했고 일산으로 표현을 하기도 한 겁니다.
그래서 그 칼이, 나중에는 그 칼이 우뚝선 것만 칼이 아니라 이게 전체 둥글려진 이 자체가 바로 그대로 공(空)이 돼 버리고 마는 거죠. 그 공은 공대로 때에 따라선 칼이 될 수도 있고 주장자가 될 수 있는 거죠? 작대기가 될 수 있고 물이 될 수 있고 불이 될 수 있고 바람이 될 수 있고, 때로는 공기가 될 수도 있고 산소도 될 수 있고, 여러분이 다 될 수 있는 겁니다. 어떠한 생명이라도 다 나툴 수가 있고 그랬을 때에 비로소 그것이 나툼이라고 하고 열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도리는 자기가, 그것도 이름해서 깨쳐보지 않으면 맛을 알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팔방미인이신 거죠
- 이전글연등불의 의미는 무엇인지요? 21.10.25
- 다음글인간으로서 참답게 살아가려면... 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