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되도록 관하는 것이 기복 아닌지요?
본문
질문
스님께서는 항상 관하는 것과 비는 것은 다르다고 하셨는데, 저는 관할 때마다 ‘주인공, 너만이 이 일을 할 수 있잖아.’ 이렇게 하면서 그 일이 이루어지기를 발원합니다. 이렇게 관하는 것이 비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생깁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근데 그렇게 말로만 그렇게 관한다 하지 마시구요, 이 마음이 진짜 저 나무들이 자기 뿌리를 의지하고 살듯이 해야만 합니다. 그런다면 친근한 맛이 있죠. 비가 오거나 이런다면 아이, 주인공 뿌리가 이게 비에 패이지나 않나. 또는 친근한 마음으로, 즉 말하자면 방황하고 못 믿는 게 아니라 싹이 뿌리를 의지하고 진짜로 죽든 살든 뿌리를 믿는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죽으나 사나 안되든 되든 뿌리만이 길을 인도하고 지켜 주고 해결사가 돼 주고, 이끌어 주는 길잡이가 돼 주고, 또 아프면 의사가 돼 주고 이러는 거지요.
그러니까 진짜로 믿어야 돼요. 그냥 입으로만 ‘주인공 너만이 할 수 있어.’ 이렇게 말로만 하는 것도 좋은 거지만 말로만 해서는 그게 통신이 되질 않아요. 벌써 관하면 진짜로 의지하고 이렇게 진짜로, 내일 밥을 굶는다 하더라도 진짜 편안하게 여길 믿고 ‘굶기는 것도 너고 먹이는 것도 너다.’ 하고 진짜로 믿는다면 다 먹이게끔 돼 있어요.
그리고 또 이렇게 할 때 진짜로 믿는다면 바로 즉시 통신이 돼요, 대뇌로. 인간의 구조가 그렇게 돼 있거든요. 대뇌로 통신이 돼서 사대로 통신이 되면 바로 사대로 통신이 돼서 정수에 입력이 돼 버려요. 입력이 되면 입력된 대로 현실로 나오게 돼 있어요. 아시겠어요? 그리고 과거의 건 없어지고 새로이 입력된 것이 현실로 나오게 돼요. 그리고 입력을 하면 또 앞서의 게 없어지면서 또 새 입력이 들어가서 또 현실로 나오고, 그렇게 미묘한 법이에요.
우리가 지금 찰나찰나 돌아가고 있고, 우린 지금 이 몸이 한 철입니다. 한 철이고 한 찰나입니다. 가을이 되어서 낙엽이 떨어진다 해서 나무 뿌리가 죽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 도리를 모른다면 그 바로 낙엽 떨어진 것이 자기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슬프고 외롭고 허망하고 그렇겠죠. 그러나 그게 허무한 것이 아닙니다. 봄이 오면 새 잎을 피우기 위한, 또 새 열매가 열려서 제 나무에서 실과가 무르익어서 맛을 보게 하는 그런 과정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이 몸만 가지고서 한 철 나기에 물질적으로 급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마음으로 모든 걸 놓으면서 안으로 자기의 무변한 그 도리를 알고, 거기에 일체제불이 직결되어 있다는 그 사실을 아신다면 아마 너무나 즐거워하실 겁니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을 거예요.
주인공 죽는 법 못 보셨죠? 영화에서요. 여러분이 주인공이라면 여러분은 여러분 부처님이 끌고다니는 여러분 몸뚱이를, 달구지를 고쳐서 끌고 가면 끌고 갔지 절대 중도에다 그냥 팽개쳐 버리고 가는 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가는 날까지 이렇게 하다가 아프지 않고 내가 이만하면 이제 됐다 했을 때, 옷 좀 새로 갈아 입어야겠다 했을 때, 그 때 옷을 벗으면 얼마나 좋아요.
만약에 그 도리를 모른다면…, 콩이 말입니다, 익지 않은 콩은 아무리 까려고 해도 속껍데기가 붙습니다. 얼마나 아픕니까, 그것을 까려면. 그러니까 3년씩 2년씩 이렇게 앓죠. 그게 속껍데기가 바짝 여물지 않았기 때문에 벗기기가 어렵죠. 그 벗기는데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그와 같이 만약에 콩이 잘 익었다면 건드리기만 해도 그냥 콩깍지가 탁 벗겨질 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몸 자체가 자기인 줄 알고 모두 그저 겸손하고 평등하고 또는 부드럽게 말해 주지 못하고 그 태도와 행이 불순해서 항상 치유하기가 어렵고 또는 커버하기 어렵고 한마음 되기가 어렵고 그런 겁니다. 우리가 벼이삭 익듯이 자기를 모두 버린다면, 자기 하나를 다 놓는다면, 생명도 두렵지 않게 놓는다면 뭣이 두렵겠습니까?
우리는 이 한 생을 살아나가는 데 한 철 왔다가 한 철 가는 겁니다. 모습은 한 철이요 마음은 영원한 겁니다. 마음의 차원은 영원한 게 되기 때문에 우리가 그 도리를 벗어나서 알고 본다면 살고 죽는 것도 없고 그대로 영원하다는 걸 아셔야 됩니다
- 이전글스승이 꼭 필요한 것인지요? 21.10.25
- 다음글틀을 깨고 삶을 바꾸려면... 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