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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공부에 대해서

본문

질문

저는 몇 가지 종교에 대해 책도 보고 조금씩 다녀도 보았습니다. 선원은 『삶은 고가 아니다』 『생활 속의 불법수행』 『한마음요전』 이런 책들을 통해서 알게 됐고 ‘푹 놓고 가자’ 하고 마음에 새기면서 생활해 보니 정신 건강에 상당히 유익했습니다. 그렇지만 중국과 한국의 수많은 선사들이 화두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었고 화두 드는 구체적인 방법을 여러 권의 책에 기록해 놓았는데 선원에서는 왜 화두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내가 이 세상에 나온 것이 태초요 내가 이 세상에 나온 것이 화두예요. 그런데 그 화두마저도 공했다 했거늘, 색이 공이요 공이 색이라 했거늘 거기에다가 또 남의 화두까지 받아 가지고 ‘이게 뭣고?’ 하고만 있으면서 먹지 못한다면 그것은 십 년, 백 년을 가도 지금 시대에는 아니 된다 이겁니다. 왜냐. 전자에는 그게 씨가 먹혔지만 지금은 모두 머리로 알고 있는 게 너무 많아요. 천체물리학이니 과학이니, 또 지리학이니 의학이니, 천문학이니 이런 것이 전체, 머리에 알음알이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씨가 먹히질 않습니다. 밥 한 그릇 남이 준 거를 들고 ‘이 뭣고?’ 하고선 이것을 가지고 있다면, 자기도 공했고 그것도 공했거늘 어찌 그거를 들고 끊어질까 봐 애를 쓰느냐 이겁니다.

또 좌선을 할 때는 내 안으로 관한다면 그게 같이 들리지만 바깥으로 끄달리면서 좌선을 한다면 그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왜냐. 시간과 공간이 초월돼서 모든 소용돌이가 찰나에 지금 이렇게 돌아가는데, 지구가 돌아가고 혹성이 돌아가고 우주가 돌아가고 사람도 돌아가고 사람의 마음도 돌아가고 고정됨이 없는데, 좌선을 하고 앉아 있으면서 하루 8시간을 앉았다 하더라도 단 5분 한 것만 못하다 하는 것은, 사람들이 좌선을 할 때에 관하라니까 화두를 들고 그것이 끊어질까 봐 애를 쓰면서 ‘이게 뭣고?’ 하는 게 관하는 건 줄 안다 이 소리죠. 새 물이 들어오면서 헌 물은 배출되고 이렇게 돌아가는 시대에, 만약에 그 물을 그냥 두고 있다면 그 썩은 물을 그냥 우리가 쓰는 거와 같은 거죠.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도 그랬죠. 선지식들이 ‘위로 눈을 뜨지도 말고 아래로 내려다보지도 말고 코끝을 내려다보고 아주 정연하게 관하라.’ 이런 말을 했거늘, 그것은 무슨 소리냐 하면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내다봐라. 그리고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는 바로 중도에서, 중용에서, 중심을 잡고 모든 것을 똑바로 중도에서 보라.’ 이런 소리죠. 그런데 그것을 그렇게 안 해요. 요새는 너무 아는 게 많아서 그런지 혼란을 일으키고 남의 소리나 듣고 그럽니다. 석가세존이 이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석가세존의 몸뚱이를 믿으라고 한 게 아닙니다. 그 말씀을 믿고 따르되 진짜 믿는 것은 그 부처님의 마음이 내 마음 속에 항상 서리고 있기 때문에 내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그러니 물질을 보고 끄달리지 말고 그 마음을 뚫어보기 위해서 내 마음부터 뚫어봐라 이 소리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첫째 나를, 나라는 존재를 버려라 했습니다. 버리는 게 아니라 맡겨 놓으라는 것이죠. 아집을 버리고 말입니다. 그것은 왜냐. 여러분이 여직껏 살면서 고정되게 보신 게 있습니까, 들으신 게 있습니까. 또 말하는 게 있습니까, 가고 오는 게 있습니까. 먹는 것이 고정됩니까. 하나도 고정된 게 없어요. 그런데 자동적으로 이 사람 만나면 이 사람 만나는 대로 뜻과 행과 말이 나가고, 저 사람 만날 땐 저 사람 만나는 대로 뜻과 행과 말이 나가니 그건 무슨 연고냐 이겁니다. 그러니 나라는 게 어딨는가. 누구 만날 때 내가 만났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부처는 없는 게 부처다’ 이런 말을 한 겁니다.

여러분, 이렇게 비밀스럽고 이렇게 묘한 이 도리를, 광대무변한 이 도리를 모른 채 그냥 가실 순 없겠죠? 인간으로 태어나기도 어려운데 인간으로 태어나서 이 도리를 모르고 간다면 그것은 어떻게 합니까. 인간의 삶이라는 게 똥통 안의 구더기처럼 기어 나오려고 발버둥이 쳤다가 뚝 떨어지고, 발버둥이 쳐서 나올 만하고 살 만하면 뚝 떨어지고, 이런 게 인생이 아니겠습니까. 이 독 안에서 벗어나야 하고 자기 몸 안에서 벗어나야 하고 구더기에서 벗어나야 하고 그러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대충대충 산다면 안될 말입니다. 그래서 관하라 하는 겁니다.

우리가 그 마음의 도리를 깨닫고 알아서 모든 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그 능력을 기른다면 우리는 아무 걱정 할 것이 없어요. 뭐든지 그대로 참,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는 그 믿음과 그 발심을 가지고서 물러서지 않는다면 진짜 공부를 하실 겁니다.

어떤 사람은 주인공이 뭐 있느냐, 주인공도 세우지 말고 무(無)도 세우지 말라 이러지마는 여러분이 무(無)이고 여러분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나를 세우지 않는다면,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본래 세워져 있는 겁니다. 세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주인공이 세워져 있지 않습니까? 색이자 공이고 공이자 색인 그 이름 없는 바로 그 주인공이 바로 이렇게 있지 않습니까? 거기다가 화두를 또 갖다 붙이겠습니까? 그마저도 이름이 없는데 말입니다. 살아서 숨쉬고 움죽거리고 있는 자기 자신이라는 그 실상을 다 알아보는 것이 여러분의 진짜 화두라는 것을 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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