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철벽을 뚫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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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마음에는 문도 없고 벽도 없다고 했는데 왜 은산철벽을 뚫어야만 한다고 하시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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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꼭 이 공부를 해야겠다는 조건은 뭐냐. 우리는 회전을 못해요. 미지수의 세계의 그 뜻을, 무(無)의 세계의, 즉 말하자면 움죽거리지 않고 움죽거릴 수 있는, 손을 누르지 않고 손을 누를 수 있는 용(用)을 할 수 있어야만 되는데, 그래야만이 유(有)에, 무(無)에 이것이 걸리지 않을 텐데 우리는 유의 세계만 아니까 항상 벽이 있는 겁니다. 이 벽이 있는 것을 은산철벽이라고 해요. 말을 그렇게 했단 말입니다.
그러면 이것은 그냥 사방이 탁 터졌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걸 뚫어야 하느냐 이겁니다. 본래 막힌 것도 아닌데, 왜 막혔느냐 이거예요. 그래서 그 사방이 다 막히지 않은 걸 알려면 네 마음부터 알아라 하는 겁니다. 네 마음을 내놔 봐라, 네 마음이 막혔나 안 막혔나. 네 마음을 내놔 보면 그것이 양쪽으로 막혔는지 두 쪽으로 났는지 알 거 아니냐 이겁니다. 그런데 내놓을 수 없는 반면에 막히지 않았다 이 말입니다.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막히지 않았다 이거죠. 맘대로다 이겁니다. 막히게 하는 것도 자기 마음이요, 막히지 않게 하는 것도 자기 마음이다 이거예요.
그런데 사량으로만 그것을 알아서 아니 되니까, 살아나가면서 하루에 조용한 시간을 좀 갖는 것이 좋습니다. 때에 따라서 나는요, 언제나 이날까지 저녁에 12시가 되든 1시가 되든 그냥 눕는 법이 없어요. 왜? 나는 습관이 그렇게 됐어요. 늦든지 안 늦든지 그걸 상관할 것 없이 눕기 전에는 한번 음미해 볼 수 있는 생각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무슨 생각이냐. 그냥 조용히 앉아 있고 싶은 생각. 그래서 조용히 단 십 분이라도 앉아 있다 아주 홀가분한 그 마음으로다 눕거든요. 24시간 일을 했다 할지라도 그 한 십 분 동안 앉아 있는 동안에 다 훨훨 풀리는 거예요. 그러면 24시간이 10분이라는 얘기예요. 그럼 10분이 뭐냐. 10분이 또 1초도 안 되는 거예요. 홀가분하게 없어졌으니까. 하여튼 1초도 안 된 거죠, 24시간이. 그러니까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 초월하는 그런, 그것도 이름 없는 초월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러니 우리가 하루 동안 이렇게 지내는 것을 사량으로 그렇게 하지 말고, 이걸 처음에 일차적으로 할 때는 항상 모든 걸 거기다 맡기고 맡겨 놓고 믿고…, 그렇게 해나가셔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영 안되니까 내가 이렇게도 가르쳐 줬거든요. 네가 만약에 남자라면 엄마를 생각하든지 즉, 사랑하는 사람을 찾든지, 하여튼 여보를 찾든지, 뭐 그래도 좋다 이겁니다. 그건 이름이니까요. 또 아버지 없는 사람은 아버지를 찾든지, 그게 제 애비니까. 자기 생기기 이전 자기 조상이니까 바로 제 애비죠, 뭐. 지금 여자들은 남편더러도 아빠라 그러죠? 애들도 ‘아빠’ 하는 거보다 ‘아버님’ 하면 정이 덜 드는가 봐요.
그래서 간절히, 여자나 남자나 아무 이름을 불러도 좋으니까, 그것을 좀 더 자기한테, 자기 마음에 진짜로 내가 아주 그리워하는 그것을 이름을 따서 자기, 참자기의 이름을 그렇게 지어서 불러라 이겁니다. 말로만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된다. 생각으로 항상 그것을 사모하고 관하면서 진짜 진실로써 사랑할 수 있다면 거기서 샘물 터지듯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 모든 건 거기다 맡겨 놓는다. 모든 건 맡겨 놓는다는 얘기가 없어도 여러분이 지금 맡겨 놓고 가고 있어요. 맡겨 놓고 가고 있는데도 그걸 모르는 겁니다. 만날 여러분은 쳇바퀴 돌듯 하면서 놓고 돌고, 놓고 돌고, 놓고 돌고…. 나갔다가 집으로 들어왔다, 또 아침에 나갔다가 또 집으로 들어왔다, 요것만 봐도 아시지 않아요? 고정된 게 하나도 없어요.
부처님께서 연꽃을 들자 가섭이 웃었다잖아요? 그 웃은 것이, 우리가 만 가지 꽃이 피고 만 가지 향이 나고 만 가지 법을 우리가 그대로 응용하기 때문에 그대로라는 걸, 그대로 얼굴로써 그 꽃을 피운 거죠. 꽃을 든 분이나 꽃을 피운 분이나 똑같이 마음이 맞은 거죠. 그래서 제일착으로 그 법을 전달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첫째 믿고 놓고 간다. 모든 걸 착을 두지 말고 거기에다가 매사 걸 다 놓는다. 나는 그저 내 주인에 의해서 오고 갈 뿐이다, 달팽이처럼. 그러니까 그렇게 공부를 해 가지고 나, 참나가 탄생이 됐을 때 그때는 체험하면서 정말 미지의 그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진짜 공부가 나오는 것입니다. 본래 탁 터져 있는 그 이치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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