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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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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지변에 대해서

본문

질문

미국에서는 큰 산불이 나서 엄청난 지역을 불태워 버리더니 우리나라에는 태풍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홍수와 물난리로 온 산하가 멍들었습니다. 역대 조사 스님께서나 현존해 계시는 부처님께서는 마음 도리로써 협상하는 걸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천재지변이나 그러한 사태에 무지한 저희들로서는 어떻게 마음을 내야 될지 스님의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이것은 그대로 진리에 순응하는 일이죠, 그대로. 사람들이 넓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오는 게 없으면 가는 게 없듯이, 우리가 그런 것을 불상사라고 하지만 그게 불상사가 아닙니다. 그것이 태양열과 즉, 온기라고 합시다. 그 온기가 밑 물 찬 데까지 서로 대치를 해 주지 않는다면 살 수가 없고 또 그 소용돌이가 치지 않는다면 위의 것이 못 살고 아래 게 못 삽니다. 그래서 밑의 게 위로 올라오고 위의 게 밑으로 내려가야만 같이 먹고 삽니다. 서로 주고 서로 살 수가 있는 거죠.

그런데다 더불어 물도 모든 생명들이 있기 때문에 물도 사는 거지, 생명들이 없으면 물도 죽는 겁니다. 그렇듯이 우리 인간들이 살아나가는 데도 역시 그렇습니다. 인간들뿐만 아닙니다. 물에서 사는 거든지 들에서 사는 거든지 곤충에 이르기까지 다 그렇죠.

그러니까 그것이 잘못돼서 그런 게 아니라, 산에서 풀을 다 태우는 일들은 그 곤충이나 모든 생명들이 다시 새 뿌리 새 싹이 나와서 다시 먹게 하기 위한 도리도 됩니다. 이 모두가 천연적으로 자연적으로, 그게 자연적인 활동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러니까 ‘어느 누가 잘못해서 불이 났다.’ 이러기보다는 ‘다, 더불어 같이 살기 위해서다.’ 하는 그 말을 하고 싶어요. 그러면 태풍이 나서 사람들이 많이 죽는데, 그거는 어쩐 일로 그러냐 이러겠죠. 넓게 본다면 그거 역시 마찬가집니다. 어떤 사람은 외아들을 데려갔다, 이렇게 하죠? 그런데 그것도 쓸모가 있기 때문에, 외아들이고 아니고 간에 쓸모가 있기 때문에, 다시 대치해서 다시 내보낼 자리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러니깐 죽는 것도 그냥 죽는 게 아니고 사는 것도 그냥 사는 게 아니에요. 한 치도 이거는 벗어날 수 없이 살고 있는 겁니다. 그냥 자동적으로 자유스럽게 사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공기주머니를 한 발도 벗어날 수가 없어요. 그 반면에 모든 걸 자유스럽게 살 수 있다는 거죠. 우리가 공부하는 이치는 그런 것을 다 순응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큰 그릇이 되라는 얘기죠. 그럼으로써 대치를 다 할 수 있고 그런 거죠.

실감나는 얘기 한마디 할 테니 들어 보세요. 내가 그전에 산으로 들로 돌아다닐 때 얘깁니다. 장마 질 때가 거의 됐다 해도 어느 순간에 장마가 닥쳐올는지를 인간들은 모릅니다. 그런데 어느 논두렁을 지나다 보니까 물이 고인 웅덩이가 있었어요. 그 물을 떠서 논에도 주고 그러는 모양입디다. 그런데 뭐, 날이 궂거나 그렇지도 않았는데 큰 개구리가 뒷다리에다가 뭘 걸고선 질질질질 끌고 올라간단 말입니다. 그래서 뭔가 하고선 자세히 보니까 알 있지요? 개구리 알! 그걸 떠내려갈까 봐 풀숲에다 끌어다 놓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세상에! 그 물에서부터 질질질질 끌고는 우거진 풀숲에다 갖다가 놓거나, 제 자식을 업어다가 풀잎 위나 나뭇가지 위에 갖다 놓고 그러더라 이겁니다. 그래서 어떡하나 볼 양으로 거기에 또 가고 또 가고 그랬거든요. 그렇게 하더니 그 이튿날이 되니까 그 작업을 다 했어요. 그 기다란 알집을 그냥 다 끌고 간 거예요. 그런데 그 이튿날 보니까 웬걸, 날이 궂기 시작하더니 태풍이 오고 비바람이 치면서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데, 말도 못해요. 눈을 뜰 수가 없었어요. 어떻습니까?

그렇게 알까지 살리기 위해서 태풍 전에 미리 피난시키는 그런 개구리도 있는데, 여러분은 거듭거듭 진화가 돼서 인간으로 태어났는데도 불구하고 그 자재권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만 자식을 위해 뿌리에 밑거름을 줄 수 있고 또 그 뿌리의 밑거름이 부모 조상들한테까지 가서 묵은 빚을 갚을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이 부모에게 효도를 못해서 가슴이 아프다든가, 또 늙어 가면서 생각을 해 보니까 부모한테 효도만이 아니라 뭐 하나 한 게 없다면 그것이 바로 묵은 빚입니다. 나도 묵은 빚 때문에 많이 울었죠. 개구리도 다음 날 장마가 올 것을 알고 있는데 인간이 그만 못해서야 되겠느냐 이 소립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여러분도 농사지어 보셨으니까 아시겠죠? 옥수수나 수수도 올해는, 즉 몇 개월만 있으면 태풍이 심하게 불어서 온전히 서 있을 수가 없겠다 할 때는 뿌리를 넓게 잡아요. 그래서 옥수수가 뿌리를 넓게 잡은 걸 보고 올해 태풍이 얼마만큼 분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래, 그런 미물들도 미리 대비하는데 하물며 인간이, 지각까지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지견이 풍부한 인간이 어떻게 기복으로만 나가면서 도깨비장난을 할 수가 있어요? 인간이 살아서 귀신 짓을 하면 죽어서도 귀신밖엔 못 돼요. 그런 습만 남았기 때문에요. 그러면 또 자기만 귀신이 됐으면 좋겠는데 자식들더러 귀신 노릇 하라고, 귀신 노릇 안 하면 안 되게끔 그냥 자꾸 산 자식들을 못 견디게 굴어요. 그러니 그게 부모입니까? 그러니 여러분이 살아서 귀신 짓을 하지 말아야 죽어서도 귀신이 안 되고 선신이 돼서 자식들을 돌볼 수 있고 자기가 낳은 것을 자기가 거둘 수 있는 거죠. 자기가 뿌린 거 자기가 거둬야 되죠? 그런데 자기가 뿌리고도 자기가 거두지 못하는 현상들이 모두 생기는 거예요. 그게 왜 그러냐? 이 도리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왜 자기가 자기를 못 믿고 자기가 자기를 배신하고 자기가 자기를 몰라라 합니까?

그러니 우리 오늘부터라도 서로 사랑하고 아픔도 둘 아니게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다면 저런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도 전부 남이 아니라 바로 나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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