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에게는 돈이 붙지 않나요?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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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에게는 돈이 붙지 않나요?

본문

질문

돈도 생명이 있고 마음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정말인지요? 왜 저에게는 돈이 붙지를 않고 나가기만 하는 것인지요? 부자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너무 쪼들리게 사는 것은 몸도 마음도 궁색해지는 것 같아서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여러분은 여러분의 몸뚱이를 가지고 있지만 죽을 때는 몸뚱이도 다 놓고 갑니다. 예전에도 그런 얘기를 했지만 어떤 사람이 아주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됐어요. 그런데 늙어서 몸이 쇠약해지고 죽을 때가 돼서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까 세상에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어요. 그래, 돈은 많고 그러니까 마누라 셋을 더 얻었단 말입니다. 그래서 마누라 넷과 살다가 둘째 마누라더러 그랬죠. “여보! 당신, 나 가는 데 같이 갈 수 없겠소?” 하니까 “천만의 말씀을요. 어떻게 같이 갈 수가 있어요? 난 못 갑니다.” 그러더랍니다. 또 셋째 마누라한테 그러니까 천부당만부당하다고 따르지 않더랍니다. 넷째 마누라한테 그러니까 이렇게 말을 하더랍니다. “화장을 하면 화장터까지만 가 주고 또 묘지를 쓸 것 같으면 묘지 쓰는 데까지만 내가 가 주지요.” 그러더랍니다.

그래서 그랬답니다. 세상에 마누라 셋한테 다 물어봐도 그러니, 둘째 마누라더러 그랬죠. “야, 세상에! 내가 너를 추우면 추운 대로 따뜻한 걸 입히고, 더우면 더운 대로 시원한 걸 입히고, 아프면 아픈 대로 쓰다듬어 주고 약을 먹이고, 또 배고프면 밥을 주고 이랬는데도 나를 따라가지 않으니 이 허무한 마음은 어디다 비할 수가 없다.” 하면서 셋째 마누라더러도 그랬죠. “내가 먹지 않고 입지 않고 그냥 동서남북으로 뛰면서 벌어다가 그렇게 주었건만, 세상에 내가 갈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그렇게 무정할 수가 있느냐?” 하니까 마누라가 하는 소리가 “당신이 나를 좋아해서 그렇게 따라다녔지 내가 당신이 좋아서 따라다닌 건 아니지 않느냐.” 이거예요.

그런데 첫째 마누라한테 그 말을 하니까 “여보, 당신이 나를 등한시하고 본체만체했어도, 당신이 본체만체하건 말건 그렇게 같이 왔으니까 같이 가야죠.” 그러더랍니다. 본체만체했어도 둘이 아니게 같이 있었던 거는 생명과 그 분별, 즉 말하자면 의식이라는 얘깁니다. 이 육체와 같이 나로 인해서 당신은 항상 같이 있었지 않느냐 이겁니다. 나를 등한시는 했었지만 그렇게 같이 왔으니까 같이 가겠다 이겁니다.

그게 무슨 비유냐 하면 둘째 마누라는 내 몸뚱이를 말하고, 셋째 마누라는 돈을 말하고 넷째 마누라는 자식들을 말한 거죠. 자식들이 뭐 화장터밖에 더 갑니까? 첫째 마누라는 내 주인공을 말한 겁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집이 좋고 또 마누라가 있고 자식이 있어도 대신 아파 줄 놈도 없고 대신 똥 누어 줄 놈 없고, 또 대신 먹어 줄 수 없고 대신 잠자 줄 수 없고 대신 죽어 줄 수 없어요. 이 다섯 가지는 누구라도 대신 못해 줘요.

그러니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어느 땐가 제가 아침 공양을 하지 않고서 어디를 가는데 시장기가 드니까 골이 아파요. ‘야, 골이 아프구나! 골이 안 아파야지.’ 하고 쓰다듬어 주는 이 고마움! 여러분은 그 고마움을 모르죠? 내 손이, 내 마음이 나를 위한다는 거,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죠? 누구도 모릅니다, 그건. 아무리 부부지간에 절친하다 못해 천하없어도, 부모자식지간이라고 해도, 효녀 효부라 해도 다 소용없어요. 진짜 자기한테밖에는 말할 수 없는 것이 많아요. 섭섭하게 해도 섭섭하다는 말 못하고 그네들을 위해서 그냥 “응, 그래. 그래, 참 잘한다.” 하고 말하거든요. 모든 게 그렇고요.

여러분이 그렇게 믿고 능력을 기르면 돈이 없어서 걱정할 필요도 없고 죽을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고 아파서 걱정할 필요도 없고, 가난하든 부자든 탐심이 없으니 걱정할 필요 없고, 억만 냥을 내가 지고 있어도 관리인이지 그거를 탐착하고 있질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욕심이 없으니까 돈이 자꾸 오죠. 돈도 생명이 있고 마음이 있거든요. 그러니 내가 쫓아다니지 않는다면 오지만 자꾸 쫓아가면 자꾸 달아나가요. 이상한 마음들이죠, 모두.

그러니 여러분이 낚시질을 해도 좀 잡히게 해야지 마음을 조급하게 내면 고기가 낚싯밥을 먹지를 않아요. 조급함이 없이 인내 있고 믿음직하게 하시면서 자기 몸 바깥에서 찾지 마시고, 자기가 콩싹이라면 그 콩싹에 콩씨가 열려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진짜로 거기서 세세생생에, 올해만 사는 게 아니라 내년도, 그 콩씨로 인해서 나고 또 나고 또 나고 또 나듯이 그렇게 사는 겁니다. 마음은 체가 없어서 콩씨가 팥씨도 될 수 있고 팥씨가 콩씨도 될 수 있습니다. 물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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