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서 1년 전은…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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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서 1년 전은…

본문

질문

기독교에서는 태초와 종말이라는 것이 설정되어 있어서 시간을 규정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생각을 해 볼 때는 과연 그렇다면 태초에서 1년 전은 그럼 뭐냐 하는 의문이 들거든요. 그리고 또 영원이라는 것이 있다면 영원의 1년 후는 그럼 또 어떻게 되느냐 하는 의문이 들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세계는 어떤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태초라는 게 오늘이 태초죠, 뭐. 영원한 오늘이 태초예요. 그전에 언젠가 한 목사가 와서 자기네는 태초를 몇천 년 이렇게 거슬러 올라간다 합디다. 그래서 “그건 당신네들이 사는 데에 몇 년, 몇천 년 이런 게 있지마는 태초를 왜 거슬러 올라가느냐. 당신이 이 세상에 나와서 당신이 알았으면 당신이 안 것대로 태초지, 그걸 왜 거슬러 올라가느냐. 당신이 그 시절에 알았느냐. 그런데 지금 나와서 보니까 모두 이렇게 태초라는 것도 알았고,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바로 태초야. 그 시간부터 태초다 이거야.” 그랬죠.

그리고 천당을 가고 무슨 지옥에 떨어지고 그런다는 얘기를 하면서 “귀신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하고 묻기에 그랬죠. “당신이 귀신 노릇을 하면 귀신이 있는 거고 당신이 귀신 노릇을 안 했으면 귀신이 없는 거지. 사람들이 모두 살고 있기 때문에 귀신도 있고 선신도 있는 거지,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는데 무슨 귀신이 있고 선신이 있느냐. 사람들이 만들어서 귀신이다 선신이다 하는 거지, 만들지 않았다면 선신이나 귀신이 어디 있겠느냐. 사람 없는데 귀신이 있겠느냐, 사람 없는데 예수가 있겠느냐, 하느님이 있겠느냐. 당신들이 지어 놓고 귀신이다 뭐다 한다.” 그랬어요.

그러니까 모두가 이렇게 돌고 돌고 또 돌고 또 태어나고 또 돌고 이러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윤회한다고 하죠, 생사를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생사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그게 윤회가 아니라 그대로 자유자재예요. 그렇다고 해서 무슨 여기만 꿇어 박아 있는 것도 아니고 저기만 꿇어 박아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항상 자기가 나고 싶은 데에 나는 거죠. 그러니까 이 중세계라고 하는 데는 부처님이 천 년 만에 한 번, 나고 싶으면 나고 말고 싶으면 마는 데예요, 여기가. 그러니까 천만분지일로 말입니다.

요게 예를 들어서 비교하자면 요렇게 요렇게 비벼서 가루를 만들어 가지고 그 가루 하나, 먼지 하나 떨어뜨리는데 그게 금방 떨어뜨렸는데 천 년이 걸린 겁니다, 여기는. 금방 가루를 만들어서 먼지 하나 떨어뜨렸는데 글쎄 여긴 천 년이 됐다니까요. 그만큼 여기에서는 가피력을 그렇게 못 받는, 즉 말하자면 교차로에서 자기네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계기를 주는, 즉 말하자면 허리띠를 매고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세계가 된 거죠. 그러니까 체로 칠 때 무거리 치죠? 인제 이렇게 가루를 또 치지 않습니까? 그때에 필요한 교차로예요, 여기 이게.

그러니까 우리 이 중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것을 듣기를 했어요, 맛을 봤어요, 보기를 했어요? 도대체 물질화돼 있는 이 교차로에서 그런 맛을 못 보니까, 이 세파 속에서 그냥 지지고 볶고 지지고 볶다가 그 착에, 선의 착이든 악의 착이든 그냥 그 착에 둘둘둘둘 말려 가지고, 몸이 없어져도 그게 그냥, 그 마음이 그대로 거기 집중돼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다 놔라 이겁니다. 다 놓게 되면 그냥 훌렁 벗어진다 이겁니다. 내 몸에도 착이 없고 어떠한 물질에도 착이 없고 아무것에도 착이 없어야죠.

그렇다고 해서 물질을 버리라는 건 아닙니다. 아, 쓰는 건 쓰지 왜 버립니까. 버리지 않아도 착을 두지 말라 이겁니다. 영원한 게 아니지 않느냐는 얘깁니다, 다 변질이 되고. 물질을 새 거 사다 놓으면 나중에 헐어서 버리게 되고 다시 바꾸게 되는 건데 구태여 거기다가 착을 둘 게 뭐 있느냐 이거예요. 그냥 쓰는 대로 써라 이겁니다, 착을 두지 말고. 금은보화를 갖다가 장속에다 넣었다 하더라도 거기 착 둘 게 하나도 없어요. 자기가 공했는데, 자기도 변질이 되는데 거기 그렇게 착을 둘 게 뭐 있겠어요. 그냥 놓고 관리인으로서 그냥 쓸 뿐이지.

아이구, 이런 걸 놓고 사니까 좋고 저런 걸 놓고 사니까 좋고 우린 이렇게 땅을 가졌으니까 좋고, 이런 돈을 가졌으니까 좋고 권리가 좋으니까 좋고…. 다 이건 거품과 같은 겁니다, 거품. 한순간의 거품이에요. 그 거품을 알았다면 우리가 한순간 살아나가는 동안에 참다운, 인간의 참이라는 걸 알고 나갈 때 비로소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겁니다. 자기가 자기를 일일이 속여 가면서 자기가 자기를 속임을 받고 속임을 주고 하니까 남한테도 속죠.

그러니 우리가 어떠한 것을 따르고 진실하게 믿어야 하느냐. 못났든 잘났든 자기가 자기 찾을 권리도 있고, 자기가 자유스럽게 할 수 있는 권리도 엄연히 주어졌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아예 꿈에라도 형식적인 고깃덩어리를 믿으려고 하지 마시고, 이름을 믿으려고도 하지 마시고 오직 자기 자신만을 똑바로 진짜로 믿으세요.

항상 얘기했듯이 싹이 뿌리를 그냥 믿는 거지 어떻게 남이 믿어라 믿어라 이래서 믿는 겁니까, 네? 자기 종성(種性)을 진짜로 믿어야죠. 항상 말씀드리는 거와 같이, 대신 죽어 줄 사람도 없고, 아파 줄 사람도 없고, 잠을 자 줄 사람도 없고, 똥 누고 밥 먹고 해 줄 사람 없습니다. 그래서 누구나가 제각기 자기 모습 속에서 자기를 알게 되면 자기도 공생(共生)이요, 공심(共心)이요, 바로 공체(共體)요, 공용(共用)이요, 공식화(共食化) 하고 우리 모두가 같이 하나로 돌아간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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